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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0-09-09

성가신 딸꾹질, 멈추지 않는 이유 병에 걸렸다는 신호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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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가수가 3년 동안 계속 됐던 딸꾹질을 멈추는 일이 일어났다. 3년 동안이나 딸꾹질이 멈추지 않고 계속 됐다는 사실도 신기하지만 멈춘 방법 또한 의외다. 계속되는 딸꾹질에 관심을 가진 일본의 한 방송국에서 그를 일본으로 불러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을 찍게 했는데 뇌에서 종양이 발견된 것. 종양의 일부분을 제거하자 딸꾹질이 거의 멈춘 것이다. 단순히 놀라거나 긴장했을 때 일시적으로만 나타나는 줄 알았던 딸꾹질이 뇌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신호였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면서 경험하는 딸꾹질은 일시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중요하고 엄숙한 자리나 분위기 있는 자리에서 갑자기 딸꾹질이 나와 당황스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말을 하거나 숨 쉴 때마다 ‘딸꾹’소리 때문에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성가시게 하는 딸꾹질을 멈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평소엔 잘 마시지도 않던 물을 과도하게 들이키거나 주변 사람에게 놀래켜 달라고 하기도 한다. 또한 혀를 잡아당기는 것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불사하는 등 딸꾹질을 멈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횡격막이 고장나 딸꾹질 발생

딸꾹질은 우리가 호흡을 할 수 있게 하는 근육인 횡격막과 관계돼 있다. 횡격막은 가슴과 배를 나누는 근육으로 숨을 들이마실 때 횡격막이 수축하면서 늑골(갈비뼈)을 들어올려 공기를 들이는 가슴안의 공간이 넓어지게 한다. 반대로 내쉴 땐 횡격막이 다시 이완해 늑골은 내려오고 공간은 좁아진다.

이는 생물 시간에 매우 중요하게 배우는 내용이며, 고무풍선과 빨대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 횡격막은 설명처럼 우리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수축, 이완하는 근육으로 수의적 근육이기 때문에 우리 마음먹은 대로 숨을 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고장이 나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기 마련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이 횡격막이 고장이 날 수가 있다. 고장이 나면 횡격막은 움직이고 싶지 않을 때도 혼자 움직여 일종의 경련 상태가 된다.

횡격막은 짧은 주기로 경련을 일으키며 수축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원치 않던 급작스런 호흡이 일어나게 된다. 이에 긴장한 성대는 좁아져 닫히게 되고 들어오려던 숨이 막혔으니 성문이 울려 이상한 소리가 나게 되는데 이것이 딸꾹질이다.

다른 포유류들도 딸꾹질… 물고기로부터 진화했다는 증거?

딸꾹질은 비단 사람에게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인간을 비롯한 다른 포유류들에게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게다가 자궁 안의 태아에게서도 딸꾹질하는 모습이 발견된다고 한다. 이런 딸꾹질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횡격막이 어떤 자극을 받아 일종의 경련 현상을 보이기 때문인데, 그 정확한 메커니즘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원인이 되는 현상들은 매우 많다.

우선 횡격막이 직접 물리적으로 자극을 받는 경우를 들 수 있는데, 과식을 했을 때 위가 부풀어 올라 횡격막을 자극해 딸꾹질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횡격막의 운동을 제어하는 신경이 자극을 받아 일어나는 것이다. 급작스럽게 환경이 변화했거나 스트레스, 흥분, 놀람 등과 같은 격한 감정 상태가 일어났을 때 신경이 자극을 받아 일종의 고장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딸꾹질의 근원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도 있다. 미국의 고생물학자 닐 슈빈(Neil Shubin)은 자신의 저서 ‘내 안의 물고기’에서 포유류에게 나타나는 딸꾹질을 물고기로부터 진화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포유류나 어류 모두 뇌간에서 호흡을 통제하게 되는데, 어류의 경우는 뇌와 아가미가 매우 가까이 있어 호흡 통제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포유류는 어류에서 진화했기에 뇌간에서 호흡을 통제하기는 하지만, 뇌와 호흡기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뇌에서 척추와 가슴을 지나 횡격막까지 도달하는 긴 여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신경전달 도중에 자극을 받아 고장 날 일이 많다는 것이다.

멈추지 않는 딸꾹질은 건강의 적신호일수도

이렇게 대부분의 딸꾹질은 횡격막을 조절하는 신경이 자극을 받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랫동안 딸꾹질이 멈추지 않는 경우는 다른 질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그런데 딸꾹질이 비단 한 가지 질병의 신호만은 아니다. 계속되는 딸꾹질의 원인은 약 100가지가 넘기 때문에 딸꾹질만 가지고는 질병을 알아낼 수는 없다.

다만 종양, 위암, 장암, 뇌출혈, 뇌경색 등의 심각한 병들도 딸꾹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딸꾹질이 멈추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앞에서 언급했던 영국의 한 가수도 3년 동안 멈추지 않던 딸꾹질 때문에 고생했다가 우연히 뇌종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수술 후 딸꾹질을 멈출 수 있었고 뇌종양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딸꾹질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크게 괴롭거나 불편하지 않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들은 어른들과 다르게 복식호흡을 하고 호흡량이 성인의 2배 가량 되는데다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딸꾹질이 잦게 일어날 수 있다.

딸꾹질 멈추기, 과도한 행동은 위험

딸꾹질을 멈추는 방법은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보통 물 많이 마시기, 놀라게 하기, 숨 참기 등에서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물 마시기다. 특히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로 물을 삼킬 경우 그 효과가 매우 좋다.

또한 숨을 참거나 봉투를 입에 대고 자신이 내쉰 숨을 다시 들이마시는 것도 딸꾹질을 멈추는 방법이다. 두 방법 모두 그 원리는 같다. 숨을 참거나 내쉰 숨을 다시 마시게 되면 체내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하게 되고 이 때문에 호흡이 가빠지며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는 작용으로 인해 딸꾹질이 멈춘다는 것이다. 딸꾹질이 심해 병원에 가면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횡격막과 관련된 신경이 귀 주변에도 있기 때문에 양쪽 귀에 손가락을 넣어 자극하는 방법도 있다. 이 외에도 혀를 잡아 당긴다든가 깜짝 놀라게 하는 방법 등 매우 다양한데, 사실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사람마다 잘 드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혀 잡아 당기기나 귀에 손가락 넣기 등은 자칫 비위생적이거나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며, 어린 아이의 경우는 심하게 놀랬을 경우 경기를 일으킬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일시적으로 발생한 딸꾹질의 경우 굳이 심하게 멈추려 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때문에 과도한 행동으로 몸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09-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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