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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0-09-07

2013년 태양폭풍, 지구에 무슨 일이…? 150년 만에 닥칠 강력 태양폭풍 예상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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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면의 온도가 올라가 몹시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휴대폰이 끊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다 한낮에도 도심에 오로라가 출현하는가 하면 마침내 모든 통신이 두절되며, 거대한 열파가 들이닥쳐 건물들이 폭발해버린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노잉(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은 이처럼 거대한 태양폭풍이 덮쳐 지구가 멸망하는 모습을 담은 재난영화다.

하지만 영웅이 나타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인류를 구원하는 다른 재난영화와는 달리 노잉에서는 태양폭풍의 출현을 미리 알아차린 지적 외계생명체가 노아의 방주처럼 인류 몇 명을 살려내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강력한 태양폭풍이 발생하면 이 영화처럼 지구상의 생명체가 살아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일까?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2013년 강력한 태양폭풍이 지구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번 태양폭풍은 지난 150년 이래 가장 강력한 것으로서, 수소폭탄 1억 개에 해당하는 강력한 에너지를 지녔다고도 한다.

지난달 극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오로라가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도 관측됐는데, 전문가들은 그것이 앞으로 다가올 강력한 태양폭풍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각 포털사이트 등에 지구가 멸망하는 것이 아니냐는 댓글을 올리는 네티즌도 있는 등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태양폭풍이 대체 무엇이기에 그처럼 무서운 것일까. NASA에서 경고한 것과 같은 강력한 태양폭풍이 발생하면 지구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정말 영화에서와 같은 일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일까.

태양폭풍은 주변보다 온도가 낮으며 강한 자기활동을 보이는 영역인 흑점의 수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태양은 평소에도 쉼 없이 폭발하지만, 극대기에 접어들면 흑점 수가 매우 늘어난다.

이때 흑점에 밀집된 자기장이 코로나로 빠져나오면 다량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플레어가 발생하는데, 에너지가 수시간이나 수일에 걸쳐 축적됐다가 수분 동안 압축적으로 방출돼 큰 폭발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태양 대기의 플라즈마 입자가 우주로 분출하고 이를 실어 나르는 태양풍이 강해진다.

태양 표면의 폭발 활동은 11년 주기로 활성화됐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한다. 또한 22년마다 태양의 전자기적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한다. 그런데 2013년에는 이 두 주기가 겹치면서 강력한 태양폭풍이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고에너지 입자, 우주공간으로 튀어 나와

태양폭풍이 발생하면 열을 비롯해 전자와 양성자 등 무수한 고에너지 입자가 우주 공간으로 일시에 튀어나오게 된다. 그것이 지구에도 흘러와 지구 자기권과 부딪치게 되는데, 태양풍과 자기권이 서로 간섭을 일으키면 지구에 전자기폭풍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면 지상의 전력시스템에 큰 손상이 일어나 인공위성을 비롯해 항공, 통신, 은행시스템 등이 마비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태양폭발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것은 위성으로서, 상층 대기권의 밀도가 변해 위성이 고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내부 반도체 회로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1998년에는 태양에서 나온 고에너지 입자의 영향으로 ‘갤럭시 4’라는 위성이 작동 불능상태가 돼, 미국 전역에서 무선호출기가 불통되고 관련 통신시설이 마비된 적이 있었다.

또 지구상의 모든 송전시스템이 마비될 가능성도 있으며, 원유 송유관 같은 거대한 도체에 유도전류가 발생해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마비될 경우에는 자동차를 비롯한 항공, 선박 등의 GPS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세계 전역의 응급 서비스와 안보시스템이 붕괴될 우려도 있는데, 전자로 제어되는 탄도탄이 이탈하는 사고가 날 경우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전자 제품뿐만 아니라 인체가 피해를 입는 일도 예상 가능하다. 해외 여행을 하는 관광객들이 비행기 안에서 다량의 방사능에 피폭될 위험이 있으며, 고에너지 입자가 인체의 유전자를 손상시키고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슬로바키아의 신경과 전문의인 코바치 박사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태양 흑점 폭발이 잦은 해에는 뇌졸중 환자 발생이 급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흑점 폭발이 지구의 지진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 있으며, 태양폭풍이 지구의 오존층을 엷게 만들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준의 자외선이 지표면에 도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럼 과거에 발생했던 태양폭풍은 지구에 어떤 피해를 입혔을까. 지난 500년 동안 가장 강력한 태양폭풍은 1859년 9월에 발생했다. 영국의 천문학자 리처드 캐링턴이 처음 관측함에 따라 이때의 태양폭풍을 ‘캐링턴 사건’으로 부르기도 한다.

당시 강력한 태양폭풍으로 인해 22만5천㎞에 달하는 전신망이 마비되고, 전신국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의 피해가 잇달았다. 또 이탈리아 로마와 미국 하와이 등지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됐으며, 밝은 오로라로 인해 밤에도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600만 주민 9시간 동안 정전

태양폭풍은 폭발 당시 방출된 X선의 강도에 따라 X급, M급, C급으로 분류하는데, 1859년에 발생한 태양폭풍은 가장 강력한 X60의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1989년 3월 13일에는 캐나다 퀘벡지방에서 태양폭풍으로 변압기가 타버려 9시간 동안 정전이 돼 600만명의 주민들이 불안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또 많은 수의 인공위성이 오작동을 일으켰으며, 지상의 위성통신 시스템이 작동 불능상태에 빠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 당시 태양폭풍을 일으킨 태양 플레어의 규모는 X20이었다.

2013년에 닥쳐올 태양폭풍의 규모는 1859년 당시 발생한 것과 같은 X60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고 첨단 전자제품도 존재하지 않던 때여서 태양폭풍으로 인한 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도 지금처럼 진행되지 않았고, 오존층 역시 지금보다 두터웠다. 태양의 고에너지 광선 대부분을 막아 지구를 보호해주는 자기장의 경우만 해도 전반적으로 지난 150년 동안 10% 정도 약해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때문에 똑같은 규모의 태양폭풍이 닥친다 해도 1859년보다 2013년의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태양폭풍으로 인한 피해는 어디까지 예상일 뿐이며, 지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 태양 흑점의 거대한 폭발로 인해 초강력 자기폭풍이 지구를 강타했을 때 당초 우려됐던 대규모 정전 사태도 없었으며 항공기도 정상적으로 운항하는 등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7월 29일 한국천문연구원은 2013년의 태양폭풍에 대비해 NASA와 태양 우주환경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한국천문연구원은 NASA의 최신 태양 활동 관측 위성자료를 실시간으로 공급받는 한편 2012년 발사 예정인 방사선대 폭풍 관측위성의 관측자료 수신시스템을 구축해 받은 자료를 NASA에 공급하게 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이 협약으로 2013년의 태양폭풍 때 예상되는 위성 및 통신장애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0-09-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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