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열대야와 끈적끈적한 습기, 빗소리, 천둥소리에 잠 못 이루는 요즘, 비가 그쳤을 땐 매미들이 기다렸다는 듯 울어댄다. 어두운 지역은 덜하지만 밤에도 조명이 많은 도심지역은 한밤 중에도 매미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아 어렵게 청한 잠에서 깨기 일쑤다.
매미 울음소리, 소음이 되다
매미들의 울음소리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 매미는 그 소리가 작은 것은 약 60dB, 큰 것은 약 80dB이상의 소리를 낸다고 한다. 도심지역에서 60dB이상의 소리를 지속적으로 내면 소음으로 간주한다고 하니 매미는 실로 소음공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매미 울음소리는 고음역대에 있기 때문에 우리 신경을 더욱 거스른다. 낮은 소리에 비해 높은 소리는 파장이 짧고 진동수가 높아서 같은 크기의 소리더라도 더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높은 소리를 들으면 낮은 소리에 비해 더 머리가 아프고 신경이 거슬리는 것이다. 사람의 높은 목소리로 와인 잔을 깨뜨릴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매미 울음소리를 듣다보면 ‘매미들은 쉬지도 않나’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사실 매미들은 간간히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문제는 이 녀석들이 쉬면서도 울고 있다는 것.
매미들은 사람이 가까이 가거나 비가 올 때, 또는 가끔씩 아예 울음을 멈출 때도 있지만 한번 울음을 시작하면 끊임이 없다. 그 도중 조금 소리가 작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가 바로 쉬고 있는 것이다.
매미들이 휴식을 취할 때는 보다 낮은 소리를 내지만 낮은 소리라도 지속적으로 나는 소리는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밖에 없다.
매미도 중국산? 주홍날개꽃매미
꽃매미는 울음기관이 없기 때문에 시끄러운 소리를 내진 못하지만 그 개체수가 많은데다 빨간 나방 같은 외형 때문에 혐오감을 준다. 나무, 벽, 전신주, 바닥 어디든지 붙어 있으며, 심지어는 사무실 안이나 안방까지 난입하기도 해 곤욕을 치르게 한다.
게다가 나무의 수액을 먹고 사는 특성 때문에 다수의 꽃매미가 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등의 피해를 주며 특히 포도나무가 큰 피해를 입어 포도 농사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 밝은 밤이 매미소음의 원인
이렇게 중국 매미까지 우리나라로 건너와 개체수가 많아지는 이유는 기온 상승에 있다. 일반적으로 곤충들은 온도가 높을수록 번식력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수가 많아지는 것이다. 중국산 꽃매미 또한 그 부화비율이 기온이 낮은 지방에 비해 기온이 높은 지방이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나 도심지역은 열섬현상으로 온도가 높기 때문에 매미들이 더 판을 친다. 꽃매미가 건물 안으로 침투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일반 국산 매미들도 시끄러운 울음소리로 피해를 준다. 보통 밤이면 울음을 그치는 매미들이 도심지역의 밝은 빛 때문에 낮으로 착각해 밤을 지새우며 울어대는 것이다.
한 달을 울기 위해 태어났다
매미는 알에서 깨어나 유충 상태로 어두운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즙을 빨며 지낸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나라 매미들은 약 5~7년 정도를 땅속에서 지내다가 지상으로 올라오게 된다. 탈피와 함께 성충인 매미가 되면 수컷 매미들은 짝짓기를 위해 울고 암컷 매미들은 짝을 찾아다닌다.
매미들은 이렇게 약 한달 정도 짝짓기와 산란을 한 후 죽음을 맞이한다. 수년간을 깜깜한 어둠 속에서 지낸 것에 비하면 한 달은 너무 짧은 시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매미는 더 힘차게 울어대는 것인지도 모른다.
울음소리의 규칙성, 소수(素數)생식 주기
매미로부터 관찰된 재밌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이처럼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일수록 짝짓기를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목소리가 큰 수컷이 인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점점 일정한 리듬으로 맞춰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연구도 있다.
지난 2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팀이 생명체의 다양한 주기적 진동신호들이 동기화되는 보편적인 원리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독립적인 진동신호들이 서로 양성피드백을 일으켜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영향을 줘 동기화되면서 하나의 주기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또 재밌는 매미의 특성은 땅에 있던 유충이 밖으로 나오는데 소수(小數;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눠지는 수, 예: 2, 3, 5, 7, 11 …)의 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종에 따라 5년, 7년, 길게는 17년 등 소수의 주기로 성충이 되는데 소수는 그 특성상 1과 자기 자신 외에는 배수가 없으므로 일반적인 주기를 가진 다른 생명체들과 만날 일이 적다는 이점이 있어 천적을 피하기 위함이라 예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번 마주친 천적이 4년 주기로 부화한다 했을 때 매미가 16년 주기로 밖에 나온다면 나올 때마다 천적을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17년이 주기라면 한번 만난 천적은 세 번째 주기인 68년 후에나 만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런 주기는 동족간의 경쟁을 피하기 위함이라고도 해석된다.
그러나 매미 울음소리가 자칫 소음성 난청이나 학습능력 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다하니 청각이 예민하거나 특별히 매미가 많아 소음이 심한 지역의 경우엔 조심하는 것이 좋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 소리를 차단하거나 귀마개를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 저작권자 2010-08-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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