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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0-08-25

김탁구도 울고 갈 이스트의 놀라운 능력 단백질 상호작용 규명 등 생명공학의 강력한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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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가 시청률 40%를 넘나들며 인기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드라마에서 탁구는 숱한 역경 속에서도 미래의 제빵왕 꿈을 놓치지 않는다. 탁구가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한데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스트(Yeast)라는 효모의 역할이다. 이스트는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는 효모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밀가루 반죽을 부풀린다. 현재 대부분의 제빵에는 이스트가 사용된다.


이스트는 이 외에도 맥주의 제조에 사용된다. 이스트는 당분을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변화시켜 맥주의 맛과 향에 영향을 주는 발효 물질을 생성한다. 이처럼 이스트는 빵이나 맥주와 같은 현대인의 기호식품 제조과정의 주역으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스트는 비단 식품의 제조 과정에만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이스트는 기실 생명공학의 강력한 도구(tool)로써 인류의 의과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제빵왕 김탁구도 부러워할 이스트의 놀라운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외래 유전자 획득 형질전환 통해 각종 의약품 생산

당뇨병은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뤄지지 않아 혈중 포도당의 농도가 높아지는 병을 일컫는다. 각종 증상을 일으키며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는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슐린의 공급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에 필요한 인슐린은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의 하나로써 ‘형질전환(transformation)’이라는 생명공학 기술을 사용한다. 형질전환은 쉽게 말하면 미생물이 자신의 유전자가 아닌 유전자를 흡수해 원래 자신에게는 없던 형질을 획득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인간 인슐린 유전자를 미생물에 형질전환하면 이 미생물은 자신의 복제 시스템을 이용해 스스로 흡수한 인간 인슐린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형질전환을 통해 인간 단백질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이 인간이 체내에서 만드는 것에 되도록 유사한 단백질은 만드는 것이다. 단백질은 그 종류와 성질에 따라 기본적인 구조를 요하는 단백질도 있지만 복잡한 구조를 요구하는 단백질도 있다. 복잡한 구조인 단백질인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동물세포를 숙주 미생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동물세포는 배양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스트(Saccharomyces cerevisiae)는 동물 세포에 비해 경제적이며 배양하기 쉽다는 장점 등으로 형질전환의 강력한 도구로써 각광받는다. 또한 진핵세포인 이스트는 원핵세포인 대장균 (Escherichia coli, E. coli)이 만드는 단백질보다 정교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 대장균은 이스트와는 달리 원핵세포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간과 같은 진핵세포가 만드는 단백질 과정에 비해 보다 단순한 방법으로 단백질을 만든다. 원핵세포와 진핵세포의 차이는 DNA를 둘러싸는 핵의 존재여부에 따라 구분되며, 핵이 있으면 진핵세포, 없으면 원핵세포라고 부른다. 진화적으로 생물은 원핵세포에서 진핵세포로 진화했다.

이스트를 형질전환에 이용할 경우 번역 후 조정(post translational modification)이나 세포가 단백질을 만든 이후에 세포 밖으로 단백질을 분비하는 과정(secretion)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번역 후 조정은 단백질이 3차원 구조를 형성된 이후에 추가로 당이나, 지방, 탄수화물, 인산 등 활성물질과 결합하는 과정으로서 일부 단백질은 번역 후 조정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단백질이 세포 밖으로 분비되면 세포 안에 있을 때에 비해 분리, 정제하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단백질은 ▲1차 구조인 아미노산이 결합된 하나의 긴 사슬구조 ▲알파 나선구조, 베타 병풍 구조 등의 2차 구조 ▲2차 구조가 서로 결합하고 구부러지는 등 입체적 형태를 띠는 3차 구조 등 다차원의 구조를 이룬다. 3차 구조의 단백질에 활성그룹이 결합하는 과정을 전사 후 조정이라고 일컫는다.

사이즈 큰 DNA도 운반 가능

형질전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목표 유전자를 흡수하는 숙주 미생물도 필요하지만 목표 유전자를 숙주 미생물로 전달하는 운반체(vector)도 필요하다. 보통 운반체는 미생물의 자체 게놈 DNA가 아닌 여분의 DNA인 플라스미드(Plasmid)를 사용한다. 초기 과학자들은 대장균의 플라스미드를 활용해 운반체를 이용했는데 대장균 플라스미드는 목표 유전자의 크기가 크면 운반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스트 운반체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다. 이스트 운반체의 하나인 Yeast Artificial Chromosome(YAC)은 100kb에서 3,000kb 크기의 DNA를 운반할 수 있다.

한편 형질전환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의 확인 여부는 운반체에 목표 단백질과 함께 붙인 표지 유전자(Selective marker)를 통해 구별할 수 있다. 보통 표지 유전자로는 내성 유전자(resistance gene)가 사용된다. 숙주 미생물을 배양할 때 이 내성유전자가 없는 미생물은 생존할 수 없도록 특정물질을 썩혀 배양한다. 외래 유전자를 흡수해 형질전환이 이뤄져 내성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숙주 미생물만 생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목표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 파트너 단백질 규명

생명공학의 주요 연구 테마 가운데 하나는 단백질의 기능을 규명하는 것이다. 단백질은 체내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데 단백질이 이러한 역할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상호간 결합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A라는 단백질이 체내에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B라는 단백질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목표 단백질이 어떤 단백질과 상호 결합을 통해 인체 내에서 기능을 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연구과제이다.


이스트 투 하이브리드 시스템(Yeast Two Hybrid System)은 이 같은 단백질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데 있어 하나의 도구로 사용된다. 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이용하면 목표 단백질이 어떤 단백질과 상호 결합을 하는지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단백질 상호작용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DNA의 서열 규명, 단백질 상호작용을 통한 치료제 개발 등 생명공학 연구에 있어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진핵세포 전사인자(transcriptional factor)의 특징을 활용한다. 전사인자는 진핵세포의 전사를 도와주는 단백질로써 DNA결합담당(DNA binding domain)과 실제로 전사를 도와주는 전사담당(Transcription acting domain) 등 2개의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과학자들은 이 점에 착안했다. DNA결합 유전자와 전사 유전자를 각각 분리한다. DNA결합 유전자에 목표 유전자를 결합시켜 하나의 운반체를 만든다. 이를 낚시(bait)이라고 부른다. 전사 유전자에는 파트너 유전자를 연결시켜 또 하나의 운반체를 만든다. 이를 먹이(prey)라고 부른다.

두 운반체를 각각 이스트에 주입하면 이스트는 자기의 복제 장치를 이용해 각각의 운반체에 붙은 유전자를 단백질로 만든다. 즉 낚시 운반체에서는 ‘DNA결합단백질-목표단백질’이 하나의 단백질로 만들어지고 먹이 운반체에서는 ‘파트너단백질-전사단백질’이 또 하나의 단백질로 만들어진다.


목표 단백질이 자신과 상호 결합하는 파트너 단백질을 만난다면 이들은 서로 결합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DNA결합단백질-목표단백질-파트너단백질-전사단백질’로 구성된 하나의 단백질 복합체를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복합체는 비로소 전사인자로써 작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전사인자를 통해 이스트가 정상적으로 전사를 진행하고 결합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의 여부는 보고 유전자(reporter gene)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통 보고 유전자가 단백질로 발현되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색깔을 띠게 된다.

파트너 단백질이 어떤 단백질인지는 모르기 때문에 파트너 유전자는 유전자 정보전체를 가지고 있는 DNA 도서관(DNA library)으로 만든다. DNA 도서관은 DNA를 잘게 쪼개 각각의 DNA 조각을 파트너 유전자로 만든다. 각각의 파트너 유전자를 포함하는 먹이 운반체와 낚시 운반체를 각각 이스트에 주입하고 이를 통해 어떤 파트너 단백질이 목표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투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 쓰리(three)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쓰리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기본 개념은 단백질과 단백질 상호작용할 때 제3의 인자를 요구하는 결합도 있다는 점이다. 단백질은 종류와 성질에 따라 목표 단백질과 파트너 단백질이 결합을 통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들 사이에 제3의 인자가 필요하다.

쓰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투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기본적으로 원리가 동일하다. 다만 ‘DNA결합단백질-목표단백질’과 ‘파트너단백질-전사단백질’ 사이에 제3의 단백질이 결합을 이뤄져 이들이 모두 결합체를 이뤄야 전사인자로 작용한다는 차이만 있다.
이성규 객원기자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0-08-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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