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의 화두는 8.8 개각에 따른 국무총리와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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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인사청문회의 단골메뉴로 등장한 주요 공직 후보자들의 ‘위장 전입’ 의혹은 이번 인사청문회에도 예외 없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야당과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부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은 이미 드러났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장관을 하려면 자녀의 대학입시를 위한 위장 전입 정도는 필수조건”이라는 자조 섞인 비아냥이 흘러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사청문회를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시선은 날로 싸늘해지고 일부 국민들은 위장 전입 의혹 뉴스에 대해서도 크게 놀라울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인사청문회 각종 의혹, 국민 역치 높아져 ‘불감증’
비단 정치권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인사청문회에 국민들이 점점 무감각해지고 무관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물학의 한 개념인 ‘역치’와 ‘실무율’을 적용해 알아보자.
역치란 쉽게 말하면 어떤 수준의 자극 이상이 주어지면 이에 따라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자극의 최소 문턱이다. 생물학적으로 역치(threshold value)란 생물이 외부환경의 변화, 자극에 대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일컫는다.
신경세포의 경우를 예로 살펴보자. 사람의 신경세포는 세포막에 이온채널이라는 세포막 안팎의 이온이 통과하는 통로가 있다. 이온채널은 외부에서 자극이 주어지면 이 자극이 전기적 신호로 작용해 막 안팎에서 전위차가 발생하고 이 전위차가 어느 정도 일정 수준의 크기가 되면 이온채널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 즉 자극의 크기에 따른 전위차가 역치로 작용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이온채널이 열리면서 신경세포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다.
이 역치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점이 ‘감각의 순응’이다. 같은 크기의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역치가 올라가 더 큰 자극을 주기 전에는 자극을 느끼는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를 감각의 순응이라고 한다. 입고 있던 속옷을 다른 것으로 갈아입으면 그 즉시는 우리 몸이 ‘속옷을 갈아입어 까칠하다’ 는 촉각을 느끼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옷이 피부에 닿고 있다는 느낌을 못 느끼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한편 실무율(all or none law)은 단일 세포가 역치 이하의 자극에서는 반응하지 않고 역치 이상의 자극에서는 자극의 세기에 관계없이 반응의 크기가 일정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역치 이상의 자극이 주어지면 반응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자극의 세기변화를 식별하지 못하므로 자극의 세기가 커져도 반응의 크기는 일정하게 나타나는 것이 실무율이다.
예를 들어 스포츠센터에서 아령 운동을 할 때 역치가 10이라는 크기라고 가정하자. 10의 힘을 들여 운동을 할 때와 아령의 무게를 늘여 20의 힘을 들여 운동을 할 때 우리 인체는 최소 문턱인 10이라는 역치를 넘는 자극을 받기 때문에 이에 대해 모두 반응을 일으킨다.
하지만 10과 20이라는 크기의 세기는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20의 힘으로 운동을 한다고 해서 10이라는 크기로 운동을 할 때에 비해 운동의 효과가 반드시 2배가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역치와 실무율 개념은 생물학적으로 단일 세포에만 적용되는 개념이다. 여러 개의 세포가 모인 근육조직은 실무율을 따르지는 않는다. 근육을 구성하는 각각의 세포들이 반응하는 역치가 저마다 다르고 자극의 세기가 증가할수록 반응하는 세포수도 증가하므로 반응의 크기도 이에 따라 증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역치와 실무율 개념을 사회현상과 같은 거시적 개념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를 통해 현상의 한 원인을 유추할 수는 있다. 인사청문회에서의 ‘반응’이란 국무총리,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후보자를 용납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국민들이 마음 속으로 결정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공직 후보자를 수용할지 말지, 마음속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를 판단할 근거가 필요한 데 이를 위장전입이라는 ‘역치’에 빗대어 생각해보자.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이라는 용어가 생소했던 시절에는 ‘위장전입’이라는 단순사실 하나가 역치로 작용한다. 즉 위장전입이라는 자극의 크기가 역치로 작용해 국민들이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난 후보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열 때마다 빈번하게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된다면 단순히 위장전입이라는 사실이 사람들이 반응(판단)할 수 있는 역치로써 작용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위장전입이라는 자극의 크기에 국민의 감각이 순응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무위원, 장관급 등 고위 공직 후보자 55명 가운데 10명이 인사 검증과정에서 위장전입을 시인하거나 논란에 휩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는 위장전입이라는 단순 사실은 더 이상 역치로써 작용하기 힘들수 있다. ‘위장전입’ 의혹이라는 언론보도에 대해 이미 위장전입 의혹에 익숙한 국민들의 역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국민들의 역치가 상승해 공직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에 대해 둔감해진 것이 공직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실무율, 추가 의혹에 따른 충격 세기 일정수준 가능
한편 국민들이 느끼는 인사청문회의 역치 수준이 상승했다손 치더라도 위장취업, 부동산 투기 등 기타 추가적인 의혹에 대해서도 둔감해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김희백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교수는 포괄적 개념으로써의 역치와 실무율을 적용해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김 교수는 “초기 위장전입이라는 역치에서 재산증식용 위장전입이라는 수준으로 역치가 상승했더라도, 이 역치 수준만 넘는다면 부동산 투기 등 추가적인 의혹은 의혹의 강도는 커질지 모르더라도 실무율에 따라 사람들이 그 강도의 크기를 구별하기는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인사청문회의 단골메뉴로 등장한 주요 공직 후보자들의 ‘위장 전입’ 의혹은 이번 인사청문회에도 예외 없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야당과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부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은 이미 드러났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장관을 하려면 자녀의 대학입시를 위한 위장 전입 정도는 필수조건”이라는 자조 섞인 비아냥이 흘러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사청문회를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시선은 날로 싸늘해지고 일부 국민들은 위장 전입 의혹 뉴스에 대해서도 크게 놀라울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인사청문회 각종 의혹, 국민 역치 높아져 ‘불감증’
비단 정치권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인사청문회에 국민들이 점점 무감각해지고 무관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물학의 한 개념인 ‘역치’와 ‘실무율’을 적용해 알아보자.
역치란 쉽게 말하면 어떤 수준의 자극 이상이 주어지면 이에 따라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자극의 최소 문턱이다. 생물학적으로 역치(threshold value)란 생물이 외부환경의 변화, 자극에 대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일컫는다.
신경세포의 경우를 예로 살펴보자. 사람의 신경세포는 세포막에 이온채널이라는 세포막 안팎의 이온이 통과하는 통로가 있다. 이온채널은 외부에서 자극이 주어지면 이 자극이 전기적 신호로 작용해 막 안팎에서 전위차가 발생하고 이 전위차가 어느 정도 일정 수준의 크기가 되면 이온채널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 즉 자극의 크기에 따른 전위차가 역치로 작용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이온채널이 열리면서 신경세포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것이다.
이 역치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점이 ‘감각의 순응’이다. 같은 크기의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역치가 올라가 더 큰 자극을 주기 전에는 자극을 느끼는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를 감각의 순응이라고 한다. 입고 있던 속옷을 다른 것으로 갈아입으면 그 즉시는 우리 몸이 ‘속옷을 갈아입어 까칠하다’ 는 촉각을 느끼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옷이 피부에 닿고 있다는 느낌을 못 느끼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한편 실무율(all or none law)은 단일 세포가 역치 이하의 자극에서는 반응하지 않고 역치 이상의 자극에서는 자극의 세기에 관계없이 반응의 크기가 일정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역치 이상의 자극이 주어지면 반응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자극의 세기변화를 식별하지 못하므로 자극의 세기가 커져도 반응의 크기는 일정하게 나타나는 것이 실무율이다.
하지만 10과 20이라는 크기의 세기는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20의 힘으로 운동을 한다고 해서 10이라는 크기로 운동을 할 때에 비해 운동의 효과가 반드시 2배가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역치와 실무율 개념은 생물학적으로 단일 세포에만 적용되는 개념이다. 여러 개의 세포가 모인 근육조직은 실무율을 따르지는 않는다. 근육을 구성하는 각각의 세포들이 반응하는 역치가 저마다 다르고 자극의 세기가 증가할수록 반응하는 세포수도 증가하므로 반응의 크기도 이에 따라 증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역치와 실무율 개념을 사회현상과 같은 거시적 개념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를 통해 현상의 한 원인을 유추할 수는 있다. 인사청문회에서의 ‘반응’이란 국무총리,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후보자를 용납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국민들이 마음 속으로 결정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공직 후보자를 수용할지 말지, 마음속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이를 판단할 근거가 필요한 데 이를 위장전입이라는 ‘역치’에 빗대어 생각해보자.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이라는 용어가 생소했던 시절에는 ‘위장전입’이라는 단순사실 하나가 역치로 작용한다. 즉 위장전입이라는 자극의 크기가 역치로 작용해 국민들이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난 후보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를 열 때마다 빈번하게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된다면 단순히 위장전입이라는 사실이 사람들이 반응(판단)할 수 있는 역치로써 작용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위장전입이라는 자극의 크기에 국민의 감각이 순응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무위원, 장관급 등 고위 공직 후보자 55명 가운데 10명이 인사 검증과정에서 위장전입을 시인하거나 논란에 휩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는 위장전입이라는 단순 사실은 더 이상 역치로써 작용하기 힘들수 있다. ‘위장전입’ 의혹이라는 언론보도에 대해 이미 위장전입 의혹에 익숙한 국민들의 역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국민들의 역치가 상승해 공직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에 대해 둔감해진 것이 공직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실무율, 추가 의혹에 따른 충격 세기 일정수준 가능
한편 국민들이 느끼는 인사청문회의 역치 수준이 상승했다손 치더라도 위장취업, 부동산 투기 등 기타 추가적인 의혹에 대해서도 둔감해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김희백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교수는 포괄적 개념으로써의 역치와 실무율을 적용해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김 교수는 “초기 위장전입이라는 역치에서 재산증식용 위장전입이라는 수준으로 역치가 상승했더라도, 이 역치 수준만 넘는다면 부동산 투기 등 추가적인 의혹은 의혹의 강도는 커질지 모르더라도 실무율에 따라 사람들이 그 강도의 크기를 구별하기는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 저작권자 2010-08-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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