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제주대 강민수 교수팀이 개에게 암세포의 배양액을 찾아내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는 암세포에 특이한 냄새를 띄는 물질이 있을거라 가정한 실험으로, 여러 세포 배양액 중 암세포 배양액을 개에게 찾아내게 한 결과, 90%이상의 성공률을 보이면서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21세기 최첨단 과학기술시대라지만 이렇게 개에게서 도움을 받는 일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인간들은 개의 후각과 청각, 운동능력 등을 이용해 많은 일들을 함께 해왔다. 그래서인지 개는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공항이나 군부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탐지견들은 마약을 찾아내거나 범인의 냄새를 기억해 검거를 돕기도 한다. 마약 같은 경우 재질의 특성상 탐색이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그 수많은 사람들과 가방을 일일이 조사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개의 도움을 받으면 몇 배는 수월한 작업이 된다. 개의 뛰어난 후각으로 마약에 나오는 냄새를 감지하는 것이다.
암세포까지 찾아내는 후각능력
그렇다면 개의 후각능력은 과연 어느 정도나 될까. 개는 사람의 약 1만배에 달하는 후각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개가 가지고 있는 후각에 관련된 감각 세포는 약 2억개 정도다. 이는 사람의 그것보다 약 50배 정도 많은 수치다. 게다가 건강한 개들의 코는 항상 축축하게 젖어 있는데, 이는 공기 속의 냄새분자들을 쉽게 달라붙게 하고 용해시켜 후각 능력을 증가시킨다. 또한 코의 구조 중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막의 넓이가 사람은 3~4cm2인데 비해, 개는 130~150cm2정도에 이른다. 공항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가방 속 마약을 찾을 수 있는 이유도 이런 뛰어난 후각 때문이다. 심지어는 앞서 언급했듯이 사람 몸 속에 자라는 암세포의 냄새까지도 맡을 수 있으니 엄청난 후각능력이라 할 수 있다.
개는 사람을 찾는 일에도 많이 활용된다. 사람은 하루에 수천 조각의 각피를 떨어뜨리고 1L에 해당하는 땀을 흘리기 때문에 개의 후각을 활용하는 데 적합하다. 자신의 냄새를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사람을 따라가거나 찾아내는 일은 개들에겐 너무나도 간단한 일인 것이다.
소리를 감지하는 움직이는 안테나, 귀
개의 특별한 능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후각보다는 못하지만 청각 또한 인간보다 뛰어나다. 개들은 자신들의 귀를 마치 안테나 움직이듯이 소리 나는 방향으로 움직이며 인간에 비해 더 멀리서 나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사람이 20Hz~20000Hz범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비해 개는 15Hz~50000Hz까지의 소리를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람보다 훨씬 민감하게 들을 수 있다.
개들이 사람의 목소리나 호루라기 소리를 듣고 명령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도 음파의 차이를 감지하기 때문이라 한다. 늦은 밤 개들이 이유 없이 귀를 쫑긋 세우며 두리번거리는 이유도 인간은 듣기 힘든 아주 작은 소리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개는 시력이 나쁘다?
그렇다면 개의 시력은 어떨까. 보통 개는 눈이 나쁘다고 알려져 있다. 색을 감지하는 능력이 인간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색맹이라 하기도 하며 후각과 청각이 발달한 대신 시각은 그에 매우 못 미친다고 알고있다. 하지만 개의 시력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실 개는 시력에서도 사람보다 앞서는 부분들이 있다.
시각을 감지하는 시세포 안에는 원추세포와 간상세포가 들어 있다. 원추세포는 밝은 빛을, 간상세포는 어두운 빛을 감지하는 세포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야행성 동물들에게는 간상세포가 많아 어두운 곳에서도 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사람은 원추세포가 간상세포보다 많지만 개는 반대로 간상세포가 더 많다. 따라서 개들은 낮보다 밤에 더 잘 볼 수 있다.개는 원추세포가 적기 때문에 사물을 구분하기가 힘든 것이며 사람이 눈앞 7cm이내의 물체를 보기 힘든 것에 비해 개는 30~53cm 이내의 물체를 구분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시력이 나쁘다고 알려져 있는 것이다.
또한 원추세포는 색감을 구별하지만 간상세포는 색감구별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원추세포는 적고 간상세포가 많은 개들을 색맹이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색맹이기 때문에 오는 장점도 있다.
다양한 색깔을 감지하다 보면 흑백으로 보는 장면에 비해 물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있다. 컬러로 찍은 사진을 흑백으로 바꿔보면 물체의 위치와 구분이 더 정확히 드러나기도 한다. 따라서 개들은 정확한 모습을 보기는 힘들지 몰라도 물체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바닥에 기어가는 작은 곤충들을 쉽게 찾아내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개들은 시야각도 사람에 비해 넓다.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동물들의 특징이라 볼 수 있는데 눈의 위치가 좀 더 퍼져 있어 종에 따라 다르지만 220도에서 290도의 범위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볼 수 있다.
사람의 시야각이 180도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개는 매우 넓은 범위를 볼 수 있다. 즉 개의 시각이 사람보다 나쁘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 비록 색맹인데다 뚜렷한 구분은 힘들지라도 사람이 보기 힘든 부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감각기관으로 인간을 돕는다
이렇게 개의 감각은 매우 뛰어나다. 특히나 개들은 감각에서 얻은 신경정보를 운동계에 전달하는 능력이 발달돼 있기 때문에 감각기관을 통해 얻은 정보에 즉각 대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개를 키움으로써 얻는 불편함이나 불이익을 감수하고 함께 살아왔던 것이다.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때, 개들은 그 뛰어난 감각기관으로 멀리서부터 오는 위협요소를 인간에게 전달해 줌으로써 인간의 안전을 지켜줬다. 지금도 시골에서 개를 키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충실한 노력으로 개들은 인간의 식량을 나눠받고 삶의 터전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도 개들은 그 뛰어난 감각기관으로 탐지견, 양치기견 등으로써 인간을 돕고 있으며 집을 지키거나 사냥을 하는데도 인간과 함께 자신들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
- 조재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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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8-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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