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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은화 객원기자
2010-08-04

날씨,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까 인공강우의 원리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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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운동회 전날이나 소풍 전날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혹시 내일 비가 오면 어떡하지?’ 이 생각만 들면 잠이 저만치 달아나며 두 눈이 말똥말똥해지곤 했다. 내일 날씨는 맑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빌다가 날씨를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공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창밖의 화창한 날씨를 보며 소원이 이뤄진 것만 같아 더욱 기쁘고 설렜던 그 날의 기분. 날씨를 마음대로 조절하고 싶다는 소원은 이미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기상청이 올해 초 9차례에 걸쳐 실시한 인공강우 실험에서 총 3.7㎜의 강수량으로 평균 0.9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과 2009년에 실시한 실험의 평균 0.57㎜에 비해 약 63% 향상된 결과이다. 평창 일대, 안동·임하댐 상류 일대는 봄 가뭄에 대비한 수자원 확보를 위해 실험 지역으로 선정됐으며, 대기질 개선에 인공강우 활용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수도권 일대가 실험 지역으로 추가됐다. 실험 조건을 고려할 때 총 3.7㎜의 강우량은 148만 톤의 강우량과 맞먹으며, 이는 수영장 148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에 해당된다.

인공강우 실험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인공강우 실험이 최초로 시도된 때는 1963년으로 양인기 교수 팀이 지상연소실험과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항공실험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 후 30여 년 동안 중단됐던 인공강우 실험은 지역적 가뭄 해소와 수자원 확보를 목표로 1995년 3월에 다시 시작됐다. 94년부터 요오드화은과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수차례의 지상실험과 공군의 협조에 의한 항공실험이 실시됐다. 그 결과 1996년 초에 실시한 항공실험에서 소량의 강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공강우 실험에 적합한 전용항공기와 구름 미세물리 측정 장비가 없어 연구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1998년 이후에는 집중호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으며 집중호우에 대한 대책에 투자가 집중돼 연구가 중단됐다. 이후 2001년에 심각한 봄 가뭄이 발생하면서 인공강우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돼 현재까지 오고 있다. 2003년 이후로는 기초이론 연구와 관측 중심으로 체계적 실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물리적으로 검증하는 체제로 추진되고 있다.

인공강우가 최초로 성공한 것은 지난 1946년 미국에서다.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 연구소의 쉐퍼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구름 속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려 인공강우 실험에 성공했다. 안개가 가득한 곳에 드라이아이스 파편을 떨어뜨렸을 때 작은 얼음 결정이 생기는 데서 착안한 방법이었다. 이 원리는 여전히 계속 유지되고 있다. 현재 기상조절 기술은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이스라엘, 태국,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37개국에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빙정설과 포화수증기압

인공강우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빙정설, 충돌-병합설 등과 같은 강우원리의 이해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 첫 번째는 빙정설이다. 구름 꼭대기가 0℃ 이하일 때 구름 속에는 과냉각된 물방울과 빙정, 즉 얼음알갱이가 동시에 존재한다. 물은 0℃에서 얼고 100℃에서 끓는다. 그런데 0℃가 돼도 물이 얼음이 되지 않기도 한다.

얼음이 되지 않은 물방울을 과냉각된 물방울이라고 부른다. 압력이 높아지거나 물에 불순물이 섞여있을 때 과냉각된 상태가 나타나기 쉽다. 과냉각된 상태는 매우 불안정해서 작은 변화에도 쉽게 얼음으로 변한다. 얼음이 돼야 할 상태인데 얼음이 되지 못하게 막고 있으니 물방울도 많이 불안할 것이다.

얼음과 얼음이 되기 직전의 물. 상태가 다른 두 존재는 포화수증기압도 다르다. 포화수증기압이란 공기가 어떤 온도에서 가질 수 있는 최대 수증기량을 포함한 상태, 즉 포화 상태에서 수증기만의 압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물의 포화수증기압이 얼음의 포화수증기압보다 크다. 물 분자 간의 결합력이 얼음 표면보다 물 표면에서 약해 물 분자가 드나들기 쉽기 때문이다. 과냉각 상태인 물과 빙정 간에도 마찬가지로 과냉각 상태인 물의 포화수증기압이 더 크다.

이러한 포화수증기압의 차이는 과냉각 상태인 물에서 빙정으로 물 분자가 이동하게 만든다. 과냉각 상태의 물은 증발하고, 증발한 수증기가 빙정 표면에 달라붙으면서 빙정은 점점 커진다. 무거워진 빙정은 지표로 떨어지게 되고, 떨어지면서 과냉각 상태의 물과 부딪히기도 한다. 빙정설은 중위도와 고위도의 강수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충돌-병합설

충돌-병합설은 구름 속에 비교적 큰 구름 입자가 지표로 떨어질 때 다른 물방울과 충돌하고 병합해 빗방울로 형성된다는 이론이다. 표면에 잔뜩 맺힌 물방울을 떠올려보자. 그 중에 한 작은 물방울이 굴러 내려오다가 다른 물방울과 부딪힌다. 그 순간 두 물방울이 더해져 부딪히기 전의 각 물방울보다 더 큰 물방울이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이 구름 속에서 일어나게 되면 점점 커진 구름 입자가 마침내 강수가 되는 것이다. 충돌-병합설에서 구름의 가장 높은 부분의 온도는 0℃ 이상이기 때문에 구름 속 입자는 빙정이 없이 대부분 물이다. 따라서 충돌-병합설은 저위도 지방의 강수 현상을 설명하는 원리다.

인공강우의 원리

이러한 강수원리에 착안해 아직 빗방울이 형성되지 않은 구름에 인공적으로 구름씨가 될 수 있는 물질을 뿌린다. 구름 속에 뿌려진 물질은 구름에 있는 수증기를 물방울로 응결하도록 만든다. 응결된 물방울이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비가 돼 내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공강우를 만드는 원리다. 인공강우라고 해서 없던 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흩어져 있는 수증기를 끌어 모으는 것이다.

구름의 온도에 따라 사용되는 구름씨도 달라진다. 빙정설에서 가정하는 구름처럼 차가운 구름에는 요오드화은(AgI)과 드라이아이스가 많이 사용되며 따뜻한 구름에는 물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닌 염화나트륨(NaCl)이나 염화칼슘(CaCl2)과 같은 흡습성 물질이 주로 사용된다.

구름씨를 구름에 뿌리는 방법은 구름씨를 뿌리는 위치에 따라 크게 비행실험과 지상실험으로 나눌 수 있다. 비행실험은 항공기를 이용하여 구름 속에 구름씨를 집어넣는 방법이며 지상실험은 풍상측의 산 밑에서 요오드화은을 연소시켜 산의 경사면을 따라 상승하는 기류에 구름씨 입자도 함께 올라가 구름에 도달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앞으로 실험용 중형 항공기가 도입되고 기상관측망을 확대하게 되면 기상상황이나 계절의 제약 없이 인공강우 실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실험이 기상조절 실용화로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은화 객원기자
777_bluebear@naver.com
저작권자 2010-08-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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