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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연희 객원기자
2010-07-30

하품에 대한 편견과 진실 몸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한 생리적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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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말에 “하품난다” 라는 표현이 있다. 대부분 지루할 때나 졸릴 때 쓰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극도의 긴장 상태나 심한 두려움을 느낄 때도 하품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도 중요한 시합 출전을 앞두고서 곧잘 하품을 한다. 뿐만 아니라 낙하산 강하 작전에 참가한 군인들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 전에도 하품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전쟁 중, 참호 속 삼엄한 상황에서 군인들이 하품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람들만 하품을 하는 것은 아니다. 동물들도 하품을 한다. 개, 고양이 같은 포유류, 양서류, 심지어 어류까지 모든 척추동물들이 하품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뇌의 온도를 내리는 역할을 하기도

그렇다면 왜 하품을 하는 것일까? 현재 대부분 사람들은 체내에 이산화탄소가 쌓이면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서 하품을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산소가 부족해 하품을 한다는 것이 근거가 없음을 밝혀낸 사람이 있다.

바로 미국 메릴랜드대의 프로바인 교수이다. 오랫동안 하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온 그는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먼저 보통 사람들의 하품 횟수를 측정했다. 이후 산소가 풍부한 방과 부족한 방을 만들었다.

프로바인 교수는 검사 대상자들이 각기 다른 방에서 하품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를 관찰했다. 연구결과 산소가 풍부한 방에 있던 사람들의 하품 빈도수가 평상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보통보다 100배 이상의 농도의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는 방에 있던 사람들도 하품의 빈도수가 평소와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주립대의 진화심리학자인 고든 갤럽 박사는 2007년 하품의 원인에 관한 새로운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품이 뇌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한 생물학적인 적응의 하나라는 것이다.

하품이 조절되는 부위는 신체의 체온을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잠이 부족한 경우, 뇌 부위의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졸리거나 권태로우면 하품을 하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고든 박사는 “어려운 지적 작업을 할 때도 피질의 대사 활동이 정보 처리 과정에서 증가되기 때문에 뇌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하품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코로 흡입된 신선한 공기로 코 혈관 온도를 식히고, 차가워진 혈액을 뇌로 보내 뇌를 각성시킴과 동시에 그 기능을 향상시키는 생리적 현상이 하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표된 실험과 논문은 하품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완벽하게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다. 단지 실험을 통한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즉 하품의 원인은 아직까지 미스테리인 셈이다.

하품의 전염성은 타인에 대한 공감

하품의 미스테리한 부분은 또 있다. 바로 전염성이다. 한 사람이 하품을 시작하면 보통 줄줄이 주변 사람까지 하품을 한다. 하품의 전염성은 독특한 현상으로 침팬지 같은 일부 동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 역시도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과 의사소통 능력 때문이라고 추정할 뿐 연구자들도 정확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 2008년 영국 왕립학회 전문지에 의미 있는 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버크백대의 아츠시 센주 박사팀은 종이 다른 개 29마리를 한 공간에 모아 놓고 사람 1명이 하품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했더니 그중 21 마리가 하품을 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하품을 따라한 것은 개가 인간의 표정이나 행동에 감정이 이입이 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다른 실험을 동시에 진행했다. 자폐 아동과 정상 아동에게 하품을 하는 영상을 보여준 것. 그 결과,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자폐 아동의 하품 빈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하품 전염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하품은 몸의 균형을 위한 생리적 작용

사람을 우주로 보낼 정도로 발달한 과학도 아직 하품이라는 인체의 신비는 풀지 못하고 있다. 다만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생리적 작용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하품은 따분한 사람의 눈을 깨우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의 피곤을 풀어주기도 한다. 또한 불안한 사람에게는 긴장을 완화시켜주기도 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하품은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열대야 속에 잠을 설치기 쉬운 요즘, 남 눈치 보지 말고 기지개를 펴면서 마음껏 하품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품이 흐트러진 신체기능의 리듬을 되찾아 줘 기분도 상쾌해질뿐더러 일이 능률도 향상될 터이니 말이다.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0-07-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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