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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조재형 객원기자
2010-07-20

별빛에서 읽어내는 우주의 신비 별빛의 스펙트럼으로 천체 정보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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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들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낭만적인 시 한 구절, 신비로운 우주에 대한 호기심 등……. 고대 사람들은 하늘이라는 천장에 반짝이는 별들이 붙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빛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먼 곳에서 오고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보고 있는 빛이 수 억, 수십억 년 전의 별의 모습이란 것도 알고 있다.

그것은 별들이 지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기 때문에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별들의 거리와 우주의 크기는 인간을 한없이 작아지게만 했다. 우주의 길이를 잴 때 ‘광년’ 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이는 빛이 이동하는 거리로,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를 1광년이라고 말한다. 빛이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도는 것으로 볼 때 광년은 매우 큰 단위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천체, 즉 별이나 성운 성단 등의 거리를 측정한 양을 보면 수천에서 수십억 광년까지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린  이렇게 먼 별들의 온도와 질량, 부피, 구성성분 등 매우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과연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그 열쇠는 바로 별이 우리에게 보내오는 신호, ‘빛’에 있다.


별들의 자기 표현방법, 스펙트럼

요즘엔 도시의 불빛과 오염된 대기로 인해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시골이나 교외로 나가서 맑은 날 하늘을 보면 여전히 많은 별들이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얼핏 보기에 모든 별들이 밝고 작은 노란 점에 불과한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 눈이 어둠에 충분히 적응이 됐을 때, 주위에 빛이 없고 공기가 맑아 별이 잘 보이는 곳이라면 평소엔 쉽게 인지하지 못했던 별의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망원경이나 사진을 통해 봐 왔다면 별들의 크기나 밝기 색깔 등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만, 눈으로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얼마든지 그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푸른빛을 내는 별, 붉은빛을 내는 별, 좀 더 크게 보이는 별, 그리고 빛나긴 하는데 별이 아닌 안개처럼 보이는 성운 까지. 단순히 하늘에 박혀있는 보석인줄로만 알았던 별들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다. 이렇게 눈으로만 봐도 별들이 우리에게 보내오는 빛은 가지각색이다. 우리는 이 빛을 분석해 그 별의 정체를 파헤칠 수 있는 것이다.

‘프리즘’이란 것을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프리즘에 빛을 통과시켜 스크린에 비추면 무지개색의 띠가 생기는데 이는 빛이 색깔별로 다른 파장을 가지고 있어 굴절의 정도가 달라져 생기는 현상이다. 이것을 빛의 스펙트럼이라 하는데, 이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 빛의 속성까지도 알 수 있게 해준다. 중학교 시절 과학시간에 배운 불꽃반응 실험과 선스펙트럼에서 그 원리를 확인 할 수 있다. 일부 금속원소들은 연소 시 특정한 불꽃색을 내는데, 비슷한 색깔의 불꽃도 분광기를 통해 스펙트럼을 확인하면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포함 원소별로 특정한 스펙트럼을 보인다는 것이다.

별을 분석하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다. 우리가 별을 보는 것은 그 별이 보내오는 빛을 보는 것이며 이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원리가 된다.


스펙트럼이 말해주는 별의 신상정보

별에서 오는 빛의 스펙트럼을 보면 프리즘을 통과한 일반적인 스펙트럼과 비교했을 때 검은색 선이 여기저기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 그 부분의 빛이 흡수돼 스펙트럼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를 ‘흡수선’이라 부른다. 이런 검은 띠들을 보고 우린 별들의 온도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별이라 부르는 천체들을 항성이라고 하는데, 핵융합 반응을 통해 스스로 빛과 열을 내는 천체를 뜻한다. 항성 안에서는 엄청난 온도에 의해 원자들의 상태가 변화하게 된다. 전자가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상태가 높아지고 이 때 흡수한 빛에너지가 별빛에 포함되지 않아 이로 인해 흡수선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흡수선을 분석하면 전자가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흡수했는지를 알 수 있으며 이것으로 별의 온도를 짐작할 수 있다.

스펙트럼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온도 외에도 빛이 멀어지고 가까워질 때 나타나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쌍성의 운동을 분석, 별의 질량 또한 계산이 가능하다. 도플러 효과란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파동의 파장이 다르게 관찰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이렌이 울리는 구급차가 나에게 가까워 질 때와 멀어질 때 미세하게 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현상이다.

쌍성은 두 개의 항성이 서로 묶여있듯이 공전을 하며 붙어있는 것을 말하는데 밤하늘에 보이는 항성들의 반절정도가 이런 쌍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별의 질량을 측정한 결과 질량과 별의 밝기 간에 관계가 있음을 알아냈고 이로 인해 항성들의 대략적인 질량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별의 밀도나 압력 등 스펙트럼으로 알 수 있는 별의 정보는 대단히 많다.

가보지 않고도 거리를 잰다

그렇다면 별의 거리를 재는 방법은 어떨까. 별의 거리를 재는 것은 보다 복잡하며 그 방법 또한 다양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연주시차를 이용하는 것인데, 이는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고 있어서 별의 위치가 다르게 보이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스크린 앞에 촛불을 적당히 떨어뜨려 놓고, 우리가 좌우로 움직이면서 촛불을 관찰하면 스크린에 보이는 위치가 달라지는 원리다. 하지만 이 방법엔 큰 단점이 있다. 우리가 관찰하려는 별들이 너무 멀리 있을 경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보이는 위치의 차이가 거의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연주시차를 이용하면 지구 주변에 있는 태양계의 행성들 정도는 쉽게 그 거리를 구할 수 있지만 공전으로 인해 변하는 위치의 각도가 일정 수치 이하로 내려가면 측정이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오차가 있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진다. 그 각도는 약 0.01초 정도다. 각을 측정할 때 1도의 크기를 60등분 한 것을 1분, 이것을 다시 60등분 한 것을 1초라고 하니 0.01초는 엄청나게 미세한 각도란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만큼의 차이를 잡아내는 것도 대단하지만, 각도가 0.01초일 때의 거리는 326광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우주의 크기가 약 150억~200억 광년으로 측정되고 있는 것에 비해 너무나도 짧은 거리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별이 보내오는 빛을 분석하는데, 빛의 밝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 방법들은 다양하지만 원리는 비슷하다. 항성이 원래 가지고 있는 밝기, 즉 그 항성이 내고 있는 밝기와 눈에 보이는 겉보기 밝기가 다르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빛의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약해지기 때문에 밝기의 차이를 이용해 거리를 계산해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힘든 것은 그 항성의 광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천체들이 가지는 특징을 사용해 광도를 측정해 낼 수 있다. 어떤 항성들은 그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데 그 주기와 광도 간에 성립하는 관계로 광도를 알아내기도 하고 폭발을 일으키는 초신성이나 은하의 종류에 따라 알 수 있는 광도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기도 한다.

허블의 법칙과 도플러효과

이 외에 천체까지의 거리뿐만 아니라 우주의 크기까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허블의 법칙이다. 허블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으며 이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을 이용해 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된다. 우주는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고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그 팽창 속도가 증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나타나는 도플러 효과가 측정에 이용된다. 빛도 파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주 팽창에 의해 멀어지는 천체의 빛은 파장이 길게 보이는 적색편이 현상을 띠게 된다.

이 적색편이를 분석해 천체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우주의 크기도 예측할 수 있다. 여기엔 ‘이 우주에는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라는 전제가 들어가게 되는데,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빛보다 빠른 것은 관측 자체가 불가능해 의미가 없다고 보고 계산한다. 따라서 우주의 가장 먼 부분은 빛의 속도로 멀어진다고 하고 계산을 하면 약 150억~200억 광년 정도로 추정된다. 이 계산에 이용되는 허블상수에 오차가 있을 수 있고 그 외에도 우주엔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주의 나이와 크기에 대해 정확한 값은 알 수 없다.

위에서 소개한 방법들 외에도 천체의 정보를 얻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며 복잡하다. 우주 전체적으로 봤을 때 미미한 존재인 인간이 천둥 번개에 두려움을 느끼던 시절을 지나 우주의 정체와 그 크기까지 가늠할 지적 능력을 갖췄다. 경외심의 대상이던 우주를 이 정도로 알게 해준 인류의 과학발전도 매우 경이롭다.

하지만 우린 아직 우주의 정체를 알기 위해 겉모습을 관찰한 정도에 불과하다. 우주엔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무궁무진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의 비밀을 풀기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 되고 있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07-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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