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0-07-14

우리 몸의 생화학 무기, 손 한 손에 평균 150종의 세균 존재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우리 몸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은 어디일까. 바로 손이다. 더럽기로 치자면 발이 손보다 더 심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발은 신발이나 양말로 감싸져 있고 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손은 다르다. 우리 신체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분이며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손으로 물건을 옮기고, 타자를 치고 가려운 곳을 긁는 등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일들을 해 낸다.

그렇게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손에 많은 미생물들이 옮겨 붙게 되는데 그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 한 사람당 손바닥 한 개에 평균 150종류의 세균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같은 사람이라도 양손에 있는 세균의 종류가 같은 것은 17%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 세균의 종류가 엄청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강아지를 만질 때 꼭 손을 씻어라”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대충 들으면 강아지가 지저분하고 세균을 옮길 수 있으니 꼭 손을 씻으라는 의미로 들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 반대다. 인간이 강아지에게 세균을 옮길 수 있으니 깨끗이 씻고 만지란 것이다. 그만큼 인간의 손에 세균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손안의 모든 세균들이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종류의 병원균이 존재하고 손을 많이 사용하는 만큼 전염이나 감염이 쉽게 되기 때문에, 그 위험에 대해 항상 경계해야 한다.

식중독, 화농성 질병 유발하는 황색포도상구균

손에 가장 많이 존재하고 있는 세균은 바로 황색포도상구균이다. 이는 포도알균이라고도 불리는 포도상구균의 한 종류로 세균이 배양될 때 포도송이처럼 나타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황색포도상구균은 특히나 많은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으로 식중독뿐만 아니라 피부의 화농·중이염·방광염 등 화농성질환을 유발한다.

이 황색포도상구균은 80℃이상에서 30분정도 가열하면 죽지만 그렇다고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사람의 대장 안이나 식품에서 번식하면서 장독소(Enterotoxin)라는 물질을 만들게 되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독성을 띄고 있어 섭취 또는 장내에서 발생 시 구토나 복통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것은 100℃이상에서 오래 가열해도 죽지 않아 이미 장독소가 발생한 경우는 가열했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장독소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제조한지 오래된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악취가 나거나 낌새가 이상한 음식은 섭취를 삼가해 이미 생겼을지 모르는 장독소를 피해야 한다. 또한 아직 상하지 않아 장독소가 없는 음식도 황색포도상구균이 장내에서 만드는 장독소의 피해를 생각해서 꼭 열을 사용해 끓이거나 데워 먹는 것이 좋다.

황색포도상구균 외에도 손에는 뉴모니아균, 대장균, 인플루엔자간균, 살모넬라균 등 여러 종류의 병원균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폐렴이나 기관지염, 식중독, 감기 등을 유발하며 손을 통해 전염이 매우 잘 되므로 항상 주의해야 한다.

자나 깨나 손 조심


사실 손에 세균이 많다고 해서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 손에 있는 세균이 우리 몸으로 침투하는 경우가 위험한 것이다. 예를 들어, 더러운 손을 호흡기인 코나 입으로 가져간다거나 눈을 비비고 상처를 긁는 등의 행위를 통해 수많은 세균들이 체내로 침투할 수 있다. 무심코 하는 일상적인 행동들이 크고 작은 질병들을 가져오는 것이다. 여드름이 많다고 고민하며 하루 종일 거울을 끼고 여드름을 짜고 있다면 그것은 여드름을 통해 세균들을 주입해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동물적인 본능상 상처가 생기거나 아픈 곳이 있으면 확인하고 보호하려는 생각에 자꾸만 손을 가져가게 되는데 이는 지양해야할 행동이다.

전염병이 돈다거나 감기가 유행할 때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이러스나 세균들이 호흡기인 코와 입을 통해 들어와 감염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호흡으로 인한 감염보다는 손을 통한 감염이 더욱 심각하다. 사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호흡기로 들어가 감염되는 것 보다는 세균이 붙어있는 손을 호흡기로 가져가서 감염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답답해서 손을 입이나 코로 가져가는 순간 수많은 세균들이 호흡기로 옮겨 붙는 것이다.

손은 거의 대부분의 물건에 닿기 때문에 그만큼 이물질이나 세균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이며 공공장소의 물건일 경우는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예를 들어 공공화장실 같은 경우, 주변에 비누가 없다면 손을 아예 씻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로만 세척 할 경우 세균이 떨어져 나가기는커녕 오히려 더 번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화장실의 세면대 수도꼭지 같은 경우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기 때문에 수천가지의 세균들이 붙어 있을 수 있다. 손을 대지 않고 센서로 작동하는 수도가 많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같은 여름의 경우, 대부분의 병원성 세균들이 25~40℃에서 활발히 번식하는 중온성 세균임을 감안할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세균도 이용한다. 세균지문?


손에 세균이 많다는 점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이를 이용한 기발한 아이디어도 있다.

지문을 채취하는 것처럼 손의 세균을 채취해 범인을 식별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앞서 말한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진은 대학생 51명의 양손을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그 102개의 손바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세균은 5종류에 불과했다고 한다. 즉 보유하고 있는 세균의 종류는 사람마다 거의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을 범죄 수사에 이용하고자 하는 것인데,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 그 정확도가 70~90%에 불과하며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 물건 같은 경우는 식별해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문채취가 힘든 상황이거나 지문을 남기지 않았을 경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도 있다.

손 씻기 생활화로 감염질병 60% 예방


한 때 유행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조류독감,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됐던 신종플루 등으로 ‘손 안의 세균’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일깨워진 것은 사실이다. 보건소나 의료시설 또는 공공기관에서도 손 씻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선전문을 쉽게 볼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유행성 질병들이 잠잠해진 요즘도 손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인지하고 손 씻기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 감염성 질병의 60%를 예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을 씻을 땐 비누나 세정제를 이용해 충분히 거품을 낸 후 구석구석 깨끗이 씻어야 하며, 물기를 닦을 땐 여러 번 사용한 면수건 보다는 종이타월이나 깨끗한 수건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07-14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