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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0-07-12

여름이라 더 위험한 음주 익사 사고, 탈수증에 평소보다 더 심한 숙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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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 다가온다. 휴가라면 누구나 피서지에서 마시는 시원한 술 한 잔을 생각 할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 연인 또는 친구와 가지는 좋은 술자리는 언제나 끝을 모르고 계속되기 마련이다. 특히나 최근엔 밤새도록 월드컵 경기가 이어지면서 축구를 보러 모여든 장소에 술이 빠지는 날이 없다. 지금도 연일 계속된 음주에 낮이면 머리가 아프고 밤이 되면 또 다시 술잔들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같은 더운 여름날 음주는 장소나 때에 따라 매우 위험할 수 있으며 숙취 또한 다른 계절에 비해 만만치 않아 음주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음주 후 물가는 ‘금물(禁物)’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매년 휴가철 마다 끊이지 않는 물놀이 익사사고의 14%정도가 음주로 인해 일어난다고 한다. 밤에 취한 상태로 기분이 좋아 옆에 보이는 계곡에 뛰어들었다가 익사하는 사례는 매 여름 들려온다.

음주를 하게 되면 뇌 기능에 부분적인 마비가 온다. 판단이 흐려지고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기가 힘들다. 항상 걸어 다니던 길도 비틀거리며 넘어질 듯 말 듯 한 상태에서 일 년에 몇 번 하지도 않는 수영을 잘 할 수는 없다. 

여름철에 자주 가는 계곡의 경우는 그 깊이가 일정하지 않고 시야가 어두운 밤엔 분간이 힘들어 더욱 위험하다. 무심코 발을 디딘 곳이 자신의 키를 훌쩍 넘길만한 깊이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음주자가 아닌 경우에도 흔히 겪으며 도움이 늦거나 수영을 못하는 경우 익사하기도 한다.

특히 음주상태인 경우엔 수영에 익숙한 사람일지라도 둔해진 운동신경이 말을 듣지 않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술 마시고 물가에 안가면 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음주를 하면 판단능력도 흐려지기 때문이다. 음주사고에 대한 끊임없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이런 판단능력의 저하 때문이다.

꼭 수심이 깊은 곳에 가야만 위험한 것은 아니다. 술을 마시면 혈관이 팽창하기 때문에 몸에 열이 오른다. 여름이라 더운 상황에서 몸에 열까지 나면 무심코 찬 계곡물에 몸을 담그게 된다. 혈관이 팽창한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찬물에 들어가면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혈압이 높아져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혈압상승으로 부정맥이나 심근경색이 생길 수도 있다.

알코올과 함께 빠져나가는 우리 몸의 생명수

하지만 모든 물이 음주 후에 위험한 것은 아니다. 물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지만, 마시는 물은 멀리하면 안 된다.

알코올이 분해될 때 전해질을 포함한 수분이 몸 밖으로 함께 배출되기 때문에 탈수 현상이 생기게 되는데, 술 마신 다음날 심한 갈증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더운 날씨 때문에 흘리는 땀으로 인한 탈수까지 생각한다면 자칫 심각한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 탈수가 심하게 되면 탈수증에 걸릴 수 있는데, 이는 체내의 수분부족으로 일어나는 증상이다. 과음으로 인한 구토나 설사도 탈수증의 원인이 된다.

탈수증은 단순한 수분부족으로 오는 수분결핍성과 전해질부족으로 오는 전해질결핍성 탈수증으로 나눌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알코올을 분해할 때 체내의 수분과 전해질을 같이 배출하게 되므로 전해질이 매우 부족해진다. 이는 현기증, 구토 등의 증상을 가져오며 심한 경우 탈진할 수도 있다.

우리 몸을 축내는 냉방병과 숙취의 합동공격

여름철 음주는 이처럼 평소보다 위험할 수 있을 뿐더러 술을 깰 때도 더욱 문제가 된다. 과음으로 인한 고통은 당일 보다 다음날이 더 지옥 같다는 것은 숙취로 인해 고생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알 수 있다. 이런 숙취로 오는 고통은 타 계절보다 여름에 더욱 심하다.

숙취는 체내에서 술이 깰 때 오는 두통, 속 쓰림, 불쾌감들을 말하는데 그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또한 음주량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나며 평소 자신의 주량보다 과하게 마셨다면 심하게 고생을 할 때도 있다. 이 숙취가 여름에 더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에어컨에 있다.

사람이 많은 곳이나 도심지의 건물 안에서는 한여름 에어컨 없이 지내기 힘들 정도로 덥기 때문에 항상 냉방을 통해 낮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에 걸리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을 냉방병이라 한다.

우리가 지내는 환경의 기온이 변하게 되면 자율신경계는 우리 몸을 그 온도에 적응 시키려 한다. 이 적응시간은 보통 1~2주가 걸리는데, 온도차이가 심한 에어컨을 작동시킨 실내와 그렇지 않은 실외를 자주 들락거리게 되면 자율신경계가 지쳐 몸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 또한 숙취와 비슷하게도 두통, 복통, 어지럼증 등을 유발한다.

즉 에어컨이 숙취에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어지러운 머리를 더 어지럽게, 쓰린 속을 더 쓰리게 한다는 것이다. 냉방병이 심하면 설사를 하기도 하는데, 숙취로 인한 것 까지 더하면 우리 몸은 지칠 대로 지치게 되고 탈수 현상 또한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에어컨 필터는 계속 공기가 출입하기 때문에 많은 세균들로 오염돼 있어 세균에 의한 감염피해도 생각해야 한다. 숙취와 냉방병으로 지쳐 면역성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몸에 세균이 침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물, 우유, 안주… 술로부터 우릴 보호한다

이렇게 여름 음주는 여러모로 우리에게 도움이 안 된다. 음주로 인한 사고와 건강을 생각한다면 역시 금주가 정답이다. 하지만 휴가철, 좋은 사람들과 만난 자리에서 술 한 잔 하지 않는 것도 참 힘들고 괴로운 일이다. 아예 안 마실 수 없다면 최대한 적게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탈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물을 자주 섭취해야 하고 음주상태로 물놀이에 간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항상 정신을 일깨워야 한다.
 
또한 술을 마실 땐 위액의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에 속이 쓰리고, 심한 경우는 위염이나 위궤양까지 부를 수 있다. 즉 빈속에 술을 마시면 위산에 의해 위에 큰 피해가 가므로 안주를 든든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간이 알코올을 분해 할 땐 많은 단백질과 지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음주 전 우유를 마시면 간의 활동 저하를 방지 할 수 있어 좋다.

음주로 인해 소위 ‘필름이 끊긴다’ 던가 예전 같지 않게 숙취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뇌기능이 저하되고 몸이 상해가고 있다는 증거다.

적당한 음주는 소화를 촉진시켜 주고 혈액 순환을 도우며 무엇보다 정신 건강에 좋을 수 있다. 하지만 판단능력을 흐리게 하기 때문에 적당한 량으로 끝나기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안 그래도 심신이 지치는 여름철, 친구·가족들간의 술자리도 중요하지만 내 몸을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0-07-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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