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 나로호 발사 등으로 항공우주과학이 전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항공우주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심을 고취시키고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발행중인 웹진 카리스쿨의 콘텐츠를 주 1회 제공한다.
우주복 같은 하얀 상의 위에 황금색 헬멧이 붙어있는 모습이 영 어색하다. 게다가 이 로봇은 상체만 있을 뿐 다리 부분이 없다. 지난 2010년 2월 4일 NASA의 존슨 우주센터의 덱스트러스 로봇 연구소(Dextrous Robotics Lab)가 자동차회사인 GM과 함께 개발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로보넛2’다.
우리에게 친숙한 아시모나 휴보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보다 떨어지는 외모를 가진 ‘로보넛2’.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로봇의 활동 무대가 우주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로봇우주인’(Robonaut, robot+astronaut)을 의미하는 ‘로보넛’이다.
이름 뒤에 ‘2’가 붙어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로보넛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 미국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공동으로 개발한 로보넛1은 바퀴가 6개 달린 납작한 차 위에 로봇 상체를 붙인 형태로, 조금은 기괴한 모습이었다. 달 탐사가 목적이었지만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손가락 10개 달린 로봇우주인의 등장
이번에 공개된 ‘로보넛2’는 ‘로보넛1’에 비해 손기술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9kg의 아령을 쥐어 들어올리고, 손가락 10개를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으며, 연필을 잡고 글씨도 쓸 수 있다. ‘로보넛2’ 자체에 우주선을 직접 조종할 지능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면 우주 환경에서 우주인과 똑같이 장비를 사용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로보넛2’는 2010년 9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에 실려 국제우주정거장에 간다. 그곳에서 무중력 환경 적응 테스트를 한 후에는 우주인을 대신해 우주공간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보수하는 일을 할 예정이다.
‘로보넛’의 등장이 과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우주탐사에 ‘인간 vs 로봇’이라는 해묵은 논쟁에 불씨를 지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유인우주탐사에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고 있으며, 매년 수십 명의 우주인들이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굳이 인간을 우주로 직접 보내야하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 논쟁은 일찍이 1960년대에 시작됐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착륙에 성공했을 때, 닐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첫 발을 내딛으며 “나에겐 작은 발걸음 인류에겐 큰 도약”이란 명언을 남겼다. 이 장면을 지켜 본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달 착륙이 미국이 아니라 인류전체의 위대한 과학적 성취라며 뿌듯해 했다.
미국과 달탐사 경쟁을 벌이던 구소련은 패배를 인정하는 한편, 또 다른 탐사영역을 개척했다. 달에 사람 대신 로봇을 보내 탐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1970년 9월 20일 ‘풍요의 바다’에 착륙한 루나 16호는 드릴을 뻗어 35cm 가량 땅을 파고 101g 정도의 흙을 모아, 귀환용 로켓의 캡슐에 담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이 아폴로 계획에 따라 계속해서 12명의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는 동안 구소련은 부지런히 탐사로봇을 보냈다. 물론 미국보다 채취한 달 암석의 양은 적었지만, 훨씬 적은 비용으로 인명 피해의 위험 없이 임무를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간이 우주로 나갈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와 2003년 콜럼비아 폭발사고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우주선의 폭발 위험뿐만 아니라 무중력과 우주방사선 같은 위험 환경에 사람을 보낼 필요가 없으며, 우주탐사가 필요하다면 위성이나 로봇을 활용하면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유인우주탐사 둘러싼 두 가지 주장
유인우주탐사의 위험성뿐 아니라 막대한 비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인공위성 1대는 보통 200억원 정도면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지만, 사람을 태운 우주왕복선 1대를 우주에 보내려면 자그마치 5000억원이 든다. 오퍼튜니티와 스피릿 같은 무인 탐사로봇 1대를 화성에 보내는 데 약 3000억원이 들지만, 화성 유인탐사는 60조~600조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비용의 효율성도 문제다. 현재 운용되는 대표적인 유인우주탐사 프로그램인 ISS는 15개국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00조의 돈을 들여 건설했다. 하지만 ISS에서 실제 우주인이 실험에 투자하는 시간은 매우 적다. 미국국립연구회의(National Research Council) 보고서에 따르면 일주일에 20시간 정도만 실험할 수 있을 뿐, 나머지 시간은 ISS를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만약 로봇을 우주탐사에 활용하면 발사 비용과 생명유지장치 개발비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의 효율성이 떨어져도 여전히 사람을 우주에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로봇은 우주탐사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을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1970년 아폴로 15호를 타고 달에 갔던 데이비드 스콧은 월면차를 타고 10km 이상 탐사해 80kg의 암석을 채취했다. 그는 달에 가기 전에 지질학에 대해 충분히 교육 받아 주변 돌과 다른 특이한 돌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질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 돌의 나이는 46억년으로 나타났고, 덕분에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의 천체가 46억 년 전 동시에 만들어졌다는 가설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로봇이 마구잡이로 집어온 암석과 인간이 찾아낸 암석은 다양성이나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사례다.
만약 로봇이 화성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생명체를 맞닥뜨렸을 때, 제대로 반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로봇은 프로그램에 입력된 탐사만 할 것이라 이를 뛰어넘는 탐사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로봇은 얘기치 않은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에서도 인간을 넘을 수 없다. 화성에서 탐사활동을 벌이던 로봇 스피릿은 지난 2009년 5월 모래 구덩이에 빠졌다가 수 개월 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2월 NASA는 공식적으로 스피릿을 포기한다고 발표했고, 로봇의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이밖에 우주가 인간의 마지막 남은 개척지이며, 우주 탐사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경험의 경계가 확장된다는 점도 강조된다. 또 국가적인 자부심이나 어린이들에게 줄 꿈과 희망은 비용이나 효율성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NASA에는 현재 50개가 넘는 로봇이 우주탐사 미션을 수행중이며, 40여 개의 무인 우주탐사 미션을 개발 중이다. 이번에 공개된 로보넛2가 ‘인간 vs 로봇' 논쟁을 어떤 국면으로 이끌지 지켜보자.
우리에게 친숙한 아시모나 휴보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보다 떨어지는 외모를 가진 ‘로보넛2’.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로봇의 활동 무대가 우주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로봇우주인’(Robonaut, robot+astronaut)을 의미하는 ‘로보넛’이다.
이름 뒤에 ‘2’가 붙어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로보넛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 미국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공동으로 개발한 로보넛1은 바퀴가 6개 달린 납작한 차 위에 로봇 상체를 붙인 형태로, 조금은 기괴한 모습이었다. 달 탐사가 목적이었지만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손가락 10개 달린 로봇우주인의 등장
이번에 공개된 ‘로보넛2’는 ‘로보넛1’에 비해 손기술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9kg의 아령을 쥐어 들어올리고, 손가락 10개를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으며, 연필을 잡고 글씨도 쓸 수 있다. ‘로보넛2’ 자체에 우주선을 직접 조종할 지능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면 우주 환경에서 우주인과 똑같이 장비를 사용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로보넛’의 등장이 과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우주탐사에 ‘인간 vs 로봇’이라는 해묵은 논쟁에 불씨를 지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유인우주탐사에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고 있으며, 매년 수십 명의 우주인들이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굳이 인간을 우주로 직접 보내야하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 논쟁은 일찍이 1960년대에 시작됐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착륙에 성공했을 때, 닐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첫 발을 내딛으며 “나에겐 작은 발걸음 인류에겐 큰 도약”이란 명언을 남겼다. 이 장면을 지켜 본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달 착륙이 미국이 아니라 인류전체의 위대한 과학적 성취라며 뿌듯해 했다.
미국과 달탐사 경쟁을 벌이던 구소련은 패배를 인정하는 한편, 또 다른 탐사영역을 개척했다. 달에 사람 대신 로봇을 보내 탐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1970년 9월 20일 ‘풍요의 바다’에 착륙한 루나 16호는 드릴을 뻗어 35cm 가량 땅을 파고 101g 정도의 흙을 모아, 귀환용 로켓의 캡슐에 담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이 아폴로 계획에 따라 계속해서 12명의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는 동안 구소련은 부지런히 탐사로봇을 보냈다. 물론 미국보다 채취한 달 암석의 양은 적었지만, 훨씬 적은 비용으로 인명 피해의 위험 없이 임무를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간이 우주로 나갈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와 2003년 콜럼비아 폭발사고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우주선의 폭발 위험뿐만 아니라 무중력과 우주방사선 같은 위험 환경에 사람을 보낼 필요가 없으며, 우주탐사가 필요하다면 위성이나 로봇을 활용하면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유인우주탐사 둘러싼 두 가지 주장
유인우주탐사의 위험성뿐 아니라 막대한 비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인공위성 1대는 보통 200억원 정도면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지만, 사람을 태운 우주왕복선 1대를 우주에 보내려면 자그마치 5000억원이 든다. 오퍼튜니티와 스피릿 같은 무인 탐사로봇 1대를 화성에 보내는 데 약 3000억원이 들지만, 화성 유인탐사는 60조~600조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비용의 효율성이 떨어져도 여전히 사람을 우주에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로봇은 우주탐사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을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1970년 아폴로 15호를 타고 달에 갔던 데이비드 스콧은 월면차를 타고 10km 이상 탐사해 80kg의 암석을 채취했다. 그는 달에 가기 전에 지질학에 대해 충분히 교육 받아 주변 돌과 다른 특이한 돌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질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 돌의 나이는 46억년으로 나타났고, 덕분에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의 천체가 46억 년 전 동시에 만들어졌다는 가설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로봇이 마구잡이로 집어온 암석과 인간이 찾아낸 암석은 다양성이나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사례다.
만약 로봇이 화성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생명체를 맞닥뜨렸을 때, 제대로 반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로봇은 프로그램에 입력된 탐사만 할 것이라 이를 뛰어넘는 탐사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로봇은 얘기치 않은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에서도 인간을 넘을 수 없다. 화성에서 탐사활동을 벌이던 로봇 스피릿은 지난 2009년 5월 모래 구덩이에 빠졌다가 수 개월 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2월 NASA는 공식적으로 스피릿을 포기한다고 발표했고, 로봇의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이밖에 우주가 인간의 마지막 남은 개척지이며, 우주 탐사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경험의 경계가 확장된다는 점도 강조된다. 또 국가적인 자부심이나 어린이들에게 줄 꿈과 희망은 비용이나 효율성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NASA에는 현재 50개가 넘는 로봇이 우주탐사 미션을 수행중이며, 40여 개의 무인 우주탐사 미션을 개발 중이다. 이번에 공개된 로보넛2가 ‘인간 vs 로봇' 논쟁을 어떤 국면으로 이끌지 지켜보자.
- 글 : 안형준 과학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2010-04-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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