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세계에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종종 보고돼 자살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지만 동물들의 자살 행위를 잘 분석하면 사람의 자살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가 발표됐다고 디스커버리 채널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영국 엑시터 대학의 에드먼드 램스던과 맨체스터 대학의 던컨 윌슨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개, 깊은 우울증에 빠진 말, 해변에 몸을 던지는 고래 등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물들의 사례를 보면 자살의 정의부터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동물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신이 망가져 자기 파괴적 행동에 이르는 것이며 이는 굳이 `선택'이라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19세기에는 동물들의 자살행위가 학대나 광기, 사랑, 충성심 등 사람의 자살 동기와 같은 원인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보다 옛날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살이 자연법과 신의 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의 근거로 "자연에는 자살행위가 없다"는 것을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자살의 수수께끼'라는 저서를 낸 미국 플로리다 스테이트 대학의 토머스 조이너 교수는 옛사람들의 이런 주장과 달리 "자연에는 자살행위가 놀라울만큼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종류의 생명체는 자기파괴 행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은 혈연을 보호하기 위해, 즉 자신의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진딧물은 무당벌레의 위협을 받으면 자기 몸을 터뜨려 주변의 가족을 보호하며 심지어 무당벌레를 죽이기까지 해 곤충계의 `자살폭탄' 사례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인의 자살은 잘못된 계산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예외적인 사례가 있긴 하지만 한 해 몇백만이나 되는 자살자들의 죽음은 아무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기 인류 사회 같았으면 모종의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는 자살이 오늘날에는 기능을 잃었다고 조이너는 지적했다.
램스덴은 1845년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지에 보도된 개의 자살을 좋은 예로 들면서 일부 과학자들은 동물들이 인간의 자살에 좋은 표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펀들랜드 종의 혈통 좋고 멋진 이 검은 개는 며칠동안 움직임이 줄어들더니 어느날 스스로 물에 뛰어든 뒤 사지 운동을 멈춰 가라앉으려고 애썼다. 구조된 뒤에는 묶여 지냈으나 풀려나자 다시 물에 들어가기를 여러 차례 거듭한 결과 마침내 나중엔 머리를 단호하게 물에 처박아 목적을 달성했다.
램스덴은 동물과 사람의 자살은 의도적인 행위라기보다는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이해된다면서 이는 "생물학적 이유에서 비롯된 극심한 질병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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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3-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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