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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서울=연합뉴스 제공) 함보현 기자
2010-01-13

언어진화의 열쇠는 '이심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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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들은 왜 3천만년 동안 한 문장도 말하지 못했을까? 500만년 전 인간과 공통 조상을 가졌던 침팬지들은 왜 언어를 구사하지 못할까?

전문가들은 인류가 여타 영장류들과 달리 자유자재로 언어를 구사하게 된 이유를 '상대방도 나처럼 생각한다는 인식'에서 찾는다.

이런 전제하에 상대방과 의사소통하려는 욕구가 생겼고 마침내 자신만의 '생각의 감옥'에서 나와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어린 아이들이 당장 특별한 소용이 없더라도 자꾸만 말을 걸고 정보를 나누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지극히 무관심한 여타 영장류에서 이런 태도를 찾아볼 수는 없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12일 언어의 비밀을 찾으려는 학자들의 노력을 소개하면서 인간과 유인원의 '말'을 비교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대학의 영장류 전문가인 클라우스 주베르뷜러 박사는 "이론상 침팬지는 인간이 내뱉는 모든 소리를 낼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런 방향으로 진화의 압박이 없기 때문"이라며 "침팬지들에게는 얘기를 나누는 데 어떤 흥미도 없고, 결국 나눌 얘기도 없다"고 지적했다.

주베르뷜러 박사는 반면 인간의 경우 진화의 특정 시기에 "정보를 나누려는 욕구"가 발달하기 시작해 결국 말문이 트였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학에서 동물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마크 하우저 박사는 여기에 인간의 신경계 간 상호작용이 언어 발달에 중요하게 작용했다며 "아마도 우연히, 우리의 두뇌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언어 구사가) 시작된 후에는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우저 박사는 다른 동물의 경우 각 신경계는 다른 신경계와 자유롭게 작용하지 못한 채 갇혀 있다며 침팬지들이 상대방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고 정치적 전략까지 구사면서도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유인원들이 전혀 의사전달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주베르뷜러 박사에 따르면 아프리카 서부 연안에 서식하는 다이아나원숭이는 천적인 표범이나 왕관독수리를 발견하면 다른 소리로 울부짖는다.

베르벳원숭이도 표범, 뱀, 독수리 등 천적별 경고음을 구분해 덤불로 뛰어들고, 땅을 살피거나, 하늘을 쳐다보는 등 대응 전략을 달리한다.

개코원숭이는 소리의 선후에 따라 의미를 달리 받아들이기도 한다.

집단 내 서열에 매우 민감한 이 원숭이는 상급자가 하급자를 위협하는 소리 다음에 하급자의 비명을 들었을 때는 일상 다반사로 여겨 무신경했다. 그러나 하급자의 위협하는 소리 후 상급자의 비명을 들려줬을 때는 놀라움 속에 일제히 소리 나는 쪽을 쳐다봤다.

상황에 따라 접미사를 사용하는 원숭이도 있다.

캠벨원숭이는 표범을 발견하면 '크라크(krak)'라고 외치지만 일반적인 천적을 가리킬 때는 '우'를 더해 '크라쿠(krakoo)'라고 소리친다. 또한 자신이 직접 표범을 봤을 때는 '크라크', 다른 원숭이들로부터 간접적으로 들었을 때는 '크라쿠'라고 소리 낸다.

캠벨원숭이는 두 개의 소리를 결합해 제3의 의미를 전하기도 한다.

수컷 캠벨원숭이가 '붐붐(boom boom)'이라고 할 때는 '나 여기 있어. 이리로 와'라는 뜻이지만 '붐'과 '크라쿠'를 잇달아 외치면 '나무가 쓰러진다'는 전혀 다른 뜻이 된다.

주베르뷜러 박사는 어떤 원숭이 종은 표범 경고음인 '피오우(pyow)'와 왕관독수리 경고음인 '핵(hack)'을 합쳐 '어서 여기서 빠져나가자'란 뜻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인간 이외의 영장류는 낱말을 사용하기도 하고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발음기관도 갖추고 있지만 문장을 만들거나 언어를 구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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