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중동에 다시 한 번 한류 바람이 불었다. 국내 기업이 4일(현지시간)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칼리파(burj Khalifa, 옛 ‘버즈 두바이’)’를 완공, 전 세계에 과시한 것이다.
작년 12월 27일 정부 주도하에 한전컨소시엄이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을 상대로 400억 달러의 한국형 원전건설 수주를 따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날아든 낭보다.
4일 밤 현지 두바이에선 ‘세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국왕을 비롯한 공사관계자 등 6,000여명이 참석한 개관식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정연주 사장은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칼리파’가 착공한지 60개월 만에 호텔 개관식을 갖고, 역사적인 첫 문을 열었다”고 5일(화) 새벽(한국시간) 밝혔다.
이 빌딩의 정식 명칭은 ‘버즈 칼리파’. 버즈 칼리파는 아랍어로 두바이의 탑이라는 뜻. 두바이 고유의 사막 꽃을 형상화한 나선형의 독특한 외관을 갖고 있는 이 빌딩은 총 연면적만 50만㎡로 삼성동 코엑스 몰의 4배,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의 56배에 달하고, 현재까지 총 공사비만 12억 달러를 넘어섰다.
무엇보다도 버즈 칼리파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끈 이유는 역사상 인간이 만든 구조물중 최고 높이인 828m라는 사실이다. 초고층빌딩 공인인증기관 ‘세계초고층학회(CTBUH)’에 따르면 구조물, 사람이 사는 거주층, 건물지붕, 첨탑 등 4가지 분야 모두에서 최고에 해당된다.
지상에서 ‘828m’란 높이는 여의도 63빌딩(249m)을 세 번 쌓아올려도 70m가 더 높고, 남산(262m)의 세배를 넘어서며, 서울에서 가장 높은 북한산(836m)과 비슷하다. 또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381m)의 2배, 330m인 프랑스의 에펠탑 보다 2.5배가 더 높다.
삼성물산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사막에 세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800m까지 굳기 전에 올려라
5일 버즈칼리파의 역사적 개관은 최고층 높이에 도전하는 인간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 최고층 828m의 높이는 인간승리의 상징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인간만이 버즈 칼리파의 탄생에 기여했을까? 지상에 세운 건축물중 가장 높은 ‘버즈 칼리파’는 첨단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것은 버즈 칼리파의 요소요소에서 드러난다. 우선, 사막의 연약한 지반과 강한 모래 폭풍 속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세우려면 가장 관건이 콘크리트 재료다. 버즈 칼리파는 철근 콘크리트와 철골의 혼합구조형식으로 지어진 빌딩으로 연면적 50만㎡에 자체 무게만 54만 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는 축구장 크기 바닥면적을 가진 빌딩을 17층 높이까지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이 무거운 중량을 지탱하기 위해 모래 지층 8m 아래의 석회암 지대에 길이 50m의 콘크리트 기둥 194개를 박아야 했다. 삼성물산 기술진은 자체 개발한 80MPa의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했는데 이는 국내 아파트보다 3.3배나 더 강한 재질. 총 36만㎥의 콘크리트가 이 빌딩에 투입됐다.
자연 상태에서 빨리 굳어버리는 시멘트의 성질은 초고층 빌딩 건축의 가장 큰 장애물. 콘크리트의 경우, 강도가 올라갈수록 점성이 강해져 실제 현장에서 압송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콘크리트 배합기술 못지않게 초고속 운송 시스템이 필요하다. 만약 828m 높이에 도달하기 전에 시멘트가 굳는다면 그 건물의 안전은 보장하기 어렵다. 삼성물산은 아세아시멘트와 공동 개발한 점성을 저감시킨 시멘트에 3가지 종류의 특수 분말재제를 혼합, 콘크리트의 강도는 높였다. 또 유동성을 강화시켜서 점성을 떨어뜨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여기에다 대만 타이베이101 빌딩에 적용했던 콘크리트 수직압송기술을 이용, 마지막 156층에 80MPa의 고강도 콘크리트를 압송, 타설하면서 세계 최고층 건물을 세울 수 있었다. 이 때 삼성물산이 한 번에 쏘아올린 거리는 601m로 이 기록 역시 세계 최고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초고층 빌딩은 요소기술, 시공기술 등 모든 부분에서 기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요구한다”며 “삼성물산은 초고강도콘크리트 개발 및 콘크리트 압송기술을 비롯해 최적 건축구조시스템개발 등 극초고층 빌딩 건설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확보해 초고층 건축에 있어 세계 최고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첨단 기술이 최고층의 안전을 보장한다
인간은 신에게 도전하기 위해 바벨탑을 쌓으려다 한순간에 무너지는 재앙을 당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안전을 무시한 바벨탑 쌓기는 결코 용납이 안 된다. 특히, 버즈 칼리파가 들어선 지역은 주위가 사막과 해안으로 초고층 건물이 입지하기에 매우 취약한 지역. 시공 및 유지 관리 측면에서 안전이 최우선 과제가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고, 그것을 보장하는 것이 첨단 과학기술이다.
지진은 초고층 건물의 가장 큰 적. 이에 대해 버즈 칼리파는 진도 7.0이상의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로 이뤄져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진보다 바람이다.
삼성물산 건설관계자는 “두바이는 사막지역으로 지진보다는 바람의 영향이 크다”며, “600m 상공의 풍속이 초속 50m지만 진동방지용 무게추(댐퍼)가 버즈칼리파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막 꽃과 이슬람 건축양식을 형상화한 버즈 칼리파의 외양에 그 답이 있다. 나선형으로 상승하는 이 건물의 구조상 위로 갈수록 바람맞는 면적이 줄어들어 바람의 힘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아울러 설계서부터 최상층이 1.2m까지 흔들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낙뢰의 위험에서도 일반적인 건물을 능가한다. 버즈칼리파는 지하층부터 최상부 첨탑까지 건물외벽을 포함한 모든 구조물이 지하의 파일과 연결돼있다. 이를 통해 최상부 뿐만 아니라 건축물 측면의 낙뢰까지 대비하고 있다. 현장 어디에서든지 국제규격인 1옴보다 훨씬 적은 접지 값인 0.3~0.5옴의 측정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
화재 역시 초고층 빌딩이 갖고 있는 잠재적 두려움이다. 버즈칼리파는 화재시 피난계단 3개소를 이용, 30층마다 설치된 방화 및 산소공급시스템을 갖춘 피난 실을 따로 설치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일례로, 42층과 75층, 111층, 138층 총 4개 층에 위치한 피난 실에는 화재발생시 화재 발생 층 주변 거주자들이 일시적으로 대비해 방재센터의 구조를 기다릴 수 있게 만들었다.
더불어 피난 실을 중심으로 피난계단이 서로 엇갈리게 설계돼 화재에 의한 연기 확산을 최소화하며, 피난 실 바닥과 벽 천정은 2시간 내화성능을 지닌 구조체로 설치됐다.
이외에도 버즈 칼리파는 거푸집자동상승시스템을 도입해 3일에 1개 층씩 골조공사를 진행하는 층당 3일 공법을 통한 공기 단축, 세계 최초로 3대의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측량 시스템을 통해 오차범위를 5mm 이내로 유지하는 정밀 수직도 관리, 820m에 인양속도 역시 초속 220m로 세계 최고인 타워크레인 와이어, 415m를 한 번에 이동하는 호이스트 등의 기술을 사용했다.
예로부터 하늘에 닿으려는 인간의 욕망은 구약성서 속에 바벨탑의 신화를 낳았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그 욕망을 현실로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442m의 시어스타워, 508m의 타이베이 TFC101 빌딩, 540m의 모스크바 오스탄키노 타워 그리고 828m의 버즈 칼리파 등이 잇는 지구촌 스카이라인이 바로 그 실례다. 버즈 칼리파는 그 맨 꼭대기에 서서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 조행만 기자
- chohang2@empal.com
- 저작권자 2010-0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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