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절해고도 이스터 섬(현지어 라파 누이)의 거석상 `모아이'들이 쓰고 있는 붉은 돌 모자가 어디서 나와 어떻게 운반됐는지 밝혀졌다고 BBC 뉴스와 AFP 통신이 보도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과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과학자들은 모아이들의 몸통과는 재질이 다른 붉은 화산암재(火山岩滓) 모자가 화산 분화구 안에 숨어 있는 채석장에서 나온 것이며 사람의 손이나 통나무를 이용해 이곳에서 산 아래 해안지대까지 굴려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분화구의 3분의1이 모자 제작을 위해 깎여 나가 있었으며 모아이들이 서 있는 제단과 그 중간 길목에서 70여 개의 모자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모자들 옆에는 의식용으로 바쳐진 듯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까뀌(돌 깎는 연장)가 놓여 있었으며 돌부스러기를 다져 만든 운반로도 발견됐다.
연구진은 무게가 3~4t씩 나가는 이 붉은 돌이 약 700~500년 전 폴리네시아인들에 의해 운반돼 이미 해안을 따라 줄지어 서 있던 석상들의 머리에 얹혀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어떤 방법으로 들어 올려져 석상의 머리 위에 자리잡게 됐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진은 섬 주민들이 `푸나 파우'라고 불리는 이 채석장에서 1만3천~1만2천년 전 사이에 엄청난 양의 돌을 캐내 모아이를 조각해 세웠으나 훗날 후손들은 석상 대신 모자를 만들어 씌운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섬 전체에 세워진 석상들의 크기가 점점 늘어난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 youngnim@yna.co.kr
- 저작권자 2009-09-08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