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머리카락이 무더기로 빠져나간다. "혹시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이런 걱정은 결국 삶의 의욕까지 떨어뜨린다. '탈모증'을 앓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대머리'라 불리는 남성형 탈모증은 20대 남성 중에는 약 2%만 발생하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이 증가해 60대의 발생률은 50%에 달한다. 남성형 탈모증은 대부분 유전적인 요인에 따라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체념한 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질병이라 여겼다.
일반인 두피의 모발은 약 10만개 정도이며, 이 중 80~90%는 계속 자라는 생장기, 나머지는 성장이 멈춘 퇴행기와 휴지기에 속한다. 이처럼 생장기-퇴행기-휴지기를 반복하면서 매일 50~100개의 모발이 빠진다.
남성형 탈모증은 정상인 두피에 비해 모낭 수가 감소했다기보다, 생장기 모발이 크게 감소하고 털의 굵기가 가늘어져 결국 솜털 상태의 모발의 비율이 증가해 나타나는 것이다. 탈모의 진행양상은 전두부에서 먼저 진행된 후 정수리의 모발도 소실되는 경향이 흔하며, 시간이 경과되면 두 탈모부위가 서로 만나 탈모가 넓게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남성형 탈모증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대머리, 왜 발생하나= 남성형 탈모증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과거에는 남성탈모가 상염색체 우성유전, 여성은 상염색체 열성유전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다인자적 유전이라 여기고 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대머리 유전자를 많이 물려받을수록 남성형 탈모가 될 가능성이 높고, 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남성형 탈모증의 유전적 소인이 있어도 정소에서 만드는 남성호르몬이 없으면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 즉, 남성호르몬의 과다 분비가 탈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탈모환자의 경우 모낭에 존재하는 5α-reductase라는 효소가 정상인보다 높게 존재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이라는 더 강력한 남성호르몬으로 과다하게 만들어 모낭의 단백질 합성을 지연시켜 모낭의 생장기를 단축시킨다. 따라서 많은 모낭들의 성장이 끝나고 휴지기로 들어가게 되어 휴지기 모낭의 비율이 증가되면서, 모발은 점차 가늘고 짧게 됨으로써 탈모가 된다.
이외에도 육류를 섭취하는 서구식 식생활 습관, 담배에 의한 혈액순환 장애, 스트레스, 모발공해, 두피의 염증성 병변 등에 의해 남성형 탈모가 유발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스트레스에 의한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남성형 탈모 치료, 어떻게 하나= 남성형 탈모 치료는 탈모증상의 원인, 환자의 탈모의 정도 등에 따라 약물이 선택, 치료된다. 대부분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와 미녹시딜(minoxidil) 등 약물 치료로 탈모의 진행을 멈출 수 있고 최근에는 두 약물을 동시에 투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물치료는 적어도 1년 이상 치료를 지속해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으며, 빠른 경우에는 4~6개월 정도부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탈모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모낭이 완전히 소실되어 약물치료 효과가 떨어지므로 탈모 초기에 규칙적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유익하다. 그러나 치료를 중단하면 탈모가 재발되므로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 이미 탈모가 광범위하게 진행됐거나 약물치료에 호전을 보이지 않는 경우에 모발이식술을 고려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에 따르면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는 남성호르몬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으로의 전환을 억제하는 경구용 약물로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한지 3~6개월 경과시 탈모가 줄어듬을 느낄 수 있고, 6~12개월 복용 후에야 발모효과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피나스테리드 1㎎을 남성형 탈모증 환자에게 1년간 투여한 결과, 94%가 탈모의 진행이 멈추었으며, 약 52%에서 호전을 보였고, 이 중 21%는 현저한 개선을 보였다. 2년간 치료를 받았을 경우에는 66%가 정수리에서 42%가 앞머리에서 호전을 보였다. 5년간 치료한 남성 중 90%가 탈모진행이 중단되었고 65%는 발모가 됐다. 치료를 시작한 지 2년 동안은 지속적으로 좋아져 최고조에 이르렀고, 이후에는 안정화를 보이지만 5년째에도 처음보다 호전된 상태를 유지했다.
미녹시딜(minoxidil)은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 중에 머리, 팔, 다리 등 전신에 털이 자라는 부작용이 관찰되어 결국에는 바르는 발모제로 개발되었다. 발모기전은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각질형성세포의 생존을 연장해주고 모낭의 생장기를 연장시켜 모발이 굵고 길게 자라게 하는 효과가 있다.
건조한 두피에 도포하는 것이 좋으며 치료 효과 판정을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이상을 사용해 볼 것을 권고한다. 미녹시딜은 앞머리와 옆머리 탈모에는 효과가 적기 때문에 두정부 탈모가 직경 10cm 이하인 경우나 탈모가 5년 이상 경과 되지 않아 솜털이 많은 경우에 더욱 효과적이므로 탈모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미녹시딜 액을 2%와 5%를 각각 1일 2회 2년간 도포한 연구에서는 5% 액이 더 효과적이었지만,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 전신 다모증 등의 부작용이 심해 주로 남성에게 사용이 권장되며, 부작용은 약을 중지하면 자연 호전된다.
모발이식술은 대부분 3~8개의 모근을 이식하는 미니그래프트(mini graft)법과 1~3개의 모근을 이식하는 미세모속(微細毛束) 식모술을 혼용해 시술하고 있어 단일식모술에 비해 결과가 더욱 자연스럽고 생착률이 높은 편이다.
머리카락을 제공할 부위(공여부)인 후두부에 국소마취를 시행한 후 메스를 사용해 절제한 후 절제된 부위는 수술용 실로 봉합한다. 공여부에서 채취한 모발을 하나씩 분리해 낸 다음 이식수술 할 부위에 미리 구멍을 낸 후 분리한 모발을 넣어주면 이식된 모발은 빠지지 않고 그곳에서 다시 자라나게 된다. 보통 남성형 탈모증 수술인 경우 1회에 1,000~1,500개 정도의 모발을 이식하며 수술시간은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 우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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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9-08-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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