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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기자
2009-08-03

공포스릴러 영화에는 과학이 있다 '공포의 보수' 2천 달러에 목숨을 거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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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은 극도의 위험한 일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평소에 느낄 수 없는 극단적 스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댄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평소에 벌 수 없는 고액의 보수에 이끌려 목숨을 거는 사람들도 있다.


마리오와 조는 천천히 트럭을 몰고 앞으로 나갔다. 낡은 트럭 뒤에는 꽤 무거운 화물이 실려 있었다.

두 사람은 그 물건의 용도를 잘 알고 있었다. 가야 할 길은 앞으로 약 500km. 가장 난코스는 마지막 도착지다.

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리자 산길이 나타났다. 그들이 접어들기 시작한 산길은 바위산에다 급경사가 많은 곳. 가뜩이나 얼마 전 허리케인에 의한 홍수로 곳곳이 패여 위태로워 보였다. 두 사람의 이마에는 긴장감으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돌계단도 두드리고 가듯, 마리오는 조심조심 트럭을 몰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비포장도로에다 산길이고, 홍수로 길이 무너졌다지만 마치 달팽이가 언덕을 기어오르듯, 이들은 빠르게 차를 몰지 못했다. 산속에서 혹시 전복이라도 될까봐 두려웠던 것일까? 이유는 바로 트럭 뒤에 실린 엄청난 양의 액상 니트로글리세린 때문이다.

돈이라면 목숨도 건다

프랑스 출신인 마리오는 떠돌이에 건달, 역시 프랑스 사람인 조는 쫓기는 범죄자. 그럼에도 그들이 이렇게 위험한 일에 금방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돈 때문이다. 중앙아메리카 우루과이에 있는 작은 마을 라스피에드라스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아무 직업도 없고, 희망도 없는 사람들이 몰려 사는 이 우범지대에서 두 사람은 금방 친해졌다. 성격도 틀리고, 살아온 과거도 많이 다르지만 마을을 떠나고 싶다는 공통의 소망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유전회사가 2천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막대한 양의 액상 니트로글리세린의 운반을 부탁했다. 운반지는 외딴 산속. 네 명의 지원자 중에 그들도 한 팀이 돼서 미세한 진동에도 폭발하는 니트로글리세린을 싣고 500km의 장정에 나섰던 것.

홍수로 지반이 약해진 산에서 트럭은 큰 웅덩이에 빠진다. 두 사람의 얼굴은 공포로 얼룩지지만 무사히 웅덩이에서 빠져나와 전진을 계속했다. 이번에는 큰 바위가 가로막는다. 진동은 두렵지만 방법은 하나뿐. 차에 있는 니트로글리세린으로 바위를 부수는 것이다. 다행히 성공한 그들은 계속 나아간다.

그러나 최대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난간도 없는 작은 나무다리가 버티고 있었다. 폭은 트럭 하나가 겨우 지날 정도. 거기에다 다리 여기저기가 썩어서 무거운 화물을 실은 트럭이 지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만약에 차가 물에 빠진다면 결과는 뻔하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마리오와 조.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 2천 달러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이 스토리는 지난 1991년 사망한 프랑스의 명배우 이브 몽땅이 주인공 마리오로 분한 영화 ‘공포의 보수’의 한 부분이다. 러닝타임 3시간 동안 줄곧 관객들을 긴장시키는 이 영화는 1953년 제6회 칸영화제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그런데 그들은 왜 산속까지 이 위험한 니트로글리세린을 싣고 와야 했을까?

큰 폭발로 주변 산소 흡수해

과거 유전 개발 당시에는 유전에 화재가 나면 불을 끄기 위해 액체 니트로글리세린을 사용했다. 만약 유전에서 화재가 나면 가스와 기름이 분출되면서 타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 따라서 유전의 화재 진압 방법은 일반적인 건물 화재나 다른 화재 진압 방법과는 다르다.

유전의 특성이나 화재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시도된다. 불이 난 규모가 작다면 화학약품으로 진화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큰 규모일 경우, 화학약품으론 진화가 어렵고, 주변에 시추공을 뚫어 기름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거나, 분출 원유량을 줄여서 불길을 잡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규모가 큰 유전화재일 경우,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바로 유정(油井) 입구 바로 위에 강력한 폭발물을 터뜨려서 산소를 차단시켜 질식 소화시키는 것.

물질이 산소와 반응해 열과 빛을 내는 현상이 연소다. 연소가 일어나려면 탈 수 있는 물질인 연료, 연소가 시작되고 계속될 수 있는 온도, 그리고 산소가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조건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빠지게 되면 불은 나지 않는다. 유전 화재의 경우, 과거에도 산소공급을 막기 위해 폭탄을 떨어뜨려서 껐다.

폭탄은 폭발할 때, 순간적으로 많은 양의 산소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많은 양의 폭탄이 정확한 위치에서 폭발하면서 유정 지역 주위의 산소를 흡수해버리면 기름의 연소에 쓰일 산소가 부족해져서 불이 꺼지는 원리다.

떠돌이 건달 마리오와 쫓기는 범죄자 조는 2천 달러라는 보수에 이끌려 산속 유전지대의 화재를 진압하는 데 쓸 니트로글리세린을 싣고 온 것이다.

액체 니트로글리세린 그대로 운반

화학물질인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이 강력한 폭발물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액체 상태이기 때문이다. 액체 니트로글리세린은 충격이나 급속한 가열에 매우 민감해 50~60℃에서 분해되기 시작해, 218℃에서 폭발한다.

니트로글리세린은 1846년에 이탈리아의 화학자 ‘아스카니오 소브레로’가 진한 질산·황산 혼합액에 글리세롤을 가해 최초로 만들었다. 화학명으로 삼질산(三窒酸) 글리세린이라고도 부른다.

강력한 폭발성을 지니는 니트로글리세린은 다이너마이트의 주요 성분이자 니트로셀룰로오스와 함께 로켓이나 미사일 등의 추진제로 쓰인다. 분자식이 C3H5(ONO2)3인 니트로글리세린에는 질소가 18.5%로 많다.

폭발시, 원래 부피의 1천200배 이상으로 증가하고, 약 5천℃ 이상의 열이 발생한다. 압력은 2만 기압으로 올라가고, 이때의 폭발파동은 약 7천700㎧. 니트로글리세린의 탄생으로 큰 공사장, 광산, 채석장 등에선 작업량이 크게 줄고, 이에 따른 위험이 감소됐다. 

그러나 문제는 니트로글리세린이 액체 상태라는 것. 34세의 알프레드 노벨이 1867년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발명하기 전까지 사고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장본인이 니트로글리세린이다. 노벨의 동생 에밀 역시 니트로글리세린의 폭발로 사망했다.

결국, 노벨의 천재성에 의해 니트로글리세린은 뇌관이 달린 다이너마이트로 재탄생, 사고의 위험은 크게 줄었지만 다이너마이트의 시판 초기엔 액체 니트로글리세린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철도회사가 탁송을 거절하는 일이 많았다.

유전에 불이 나는 경우, 값싼 액체 니트로글리세린을 그대로 쓰는 일도 많았다. 이 액체화약을 불이 난 유전지대까지 운반하는 것은 큰 문제이었고, 막장 인생들이 이 거금에 도전하다가 죽음을 당하는 일이 많았었다.

영화에서 다른 트럭을 몰고 갔던 빔바와 루이지는 뒤에 실은 니트로글리세린의 폭발로 모두 죽는다. 조 역시 트럭에 치여서 불쌍하게 돈도 만져보지 못하고 죽는다. 마리오는 보수를 받고, 돌아가는 길에 방심한 마음으로 운전하다 계곡에 떨어져서 죽는다.

오늘날엔 액체 니트로글리세린을 그대로 운반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단지 현대에 사는 우리들은 이런 클래식 스릴러영화를 보고 과거의 시대상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영화 ‘공포의 보수’는 지금처럼 막대한 물량과 장비를 동원한 할리우드식은 아니지만 탄탄한 시나리오와 소재 그리고 극한 상황에서의 섬세한 인간성 묘사 등으로 시종일관 땀을 쥐게 만드는 묘미를 준다. 한편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전에 옛날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한 작업에 종사해야 했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재미가 있다. 우리가 클래식 공포 스릴러 영화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여름 극장가도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스릴러 공포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편안한 집에서 고전 공포스릴러 영화를 보며 무더위를 이기고 과거를 반추해보는 것도 색다른 피서법이 아닐까?
조행만 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9-08-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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