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자라는 혈연관계의 산쑥 포기들은 서로 인식할 뿐 아니라 동물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서로 의사소통과 협력을 하는 능력이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에콜로지 레터스 최신호에 실린 이 연구는 식물도 동물처럼 혈연관계가 없는 개체보다는 있는 개체를 도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나와 남을 구별하는 능력은 자연에서 매우 중요한 생존 능력으로 많은 동물이 유전적으로 관련 있는 개체들에 우호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암사자들이 제 새끼를 키우거나 제 새끼보다는 멀지만 혈연관계에 있는 무리 안의 다른 새끼들을 보호하는 행동이 그것이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대학과 일본 교토대학 연구진은 야생 환경에서 산쑥의 일종인 아르테미시아 트리덴타타의 포기를 나눠 부모 곁에, 또는 관련이 없는 산쑥 옆에서 자라도록 하면서 모두에 마치 메뚜기가 뜯어 먹은 것과 같은 상처를 각 포기에 냈다.
산쑥은 유전적으로 똑같은 개체를 복제하는 방법으로 번식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1년 후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똑같은 포기 옆에 자라는 산쑥은 혈연관계가 없는 포기 옆에 자라는 산쑥에 비해 동물의 피해를 42% 적게 입었음을 발견했다.
이는 상처입은 산쑥 포기가 유전적으로 자신과 같은 이웃 포기에 공격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경고를 받은 식물이 스스로를 어떻게든 보호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상처입은 산쑥은 자신과 혈연관계가 없는 이웃에는 이런 경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에 크게 놀랐다고 밝히고 이는 식물이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복잡한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식물들이 활발한 화학물질을 통해 소통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즉 한 식물 포기가 꺾이거나 동물의 공격을 받으면 이런 화학물질을 공중에 방출해 주변의 친척에 알려 잎에 독성물질을 채우거나 줄기나 잎을 공격에 노출되지 않는 쪽으로 이동하는 등 방어자세를 취하도록 경고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동물의 세계에서는 혈연관계에 있는 개체끼리의 협력이 강력한 진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면서 식물 세계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이런 현상들을 밝히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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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9-06-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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