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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박미용 기자
2009-02-05

왜 어떤 사람은 「2 + 2」도 못할까? 100명 중 5명이 산수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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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이란 19세의 미국인 여학생은 정치학 전공으로 종합대학(university)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녀에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수학 점수가 턱없이 낮다.

“저는 다른 모든 과목에서는 탁월한 학생이에요. 하지만 수학에서 계속 점수를 낮게 받으니까 제가 정말 미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까닭에 그녀는 한동안 전문대학(college)에서 수학과목을 수강하지 않았다. “내가 바보 천치구나 하는 걸 상기시켜주는 수학을 참을 수 없었던 거죠.”

지난해 11월 질은 자신의 학습장애에 대해 진단을 받았다. 그녀의 IQ는 평균 이상이었다. 하지만 수리능력은 11살짜리 애와 같았다. 그녀는 이른바 산수장애(dyscalculia, 계산불능 또는 난산증으로도 불린다)라는 학습장애가 있었던 것이다.

IQ는 평균 이상인데 더하기 못해

산수장애란 진단은 그녀의 수학점수뿐 아니라 그녀가 생활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에 대해서도 그 이유가 되었다. 그녀가 왜 아날로그 시계를 읽는 데 애를 먹는지, 약속에 늦을까봐 항상 20분 먼저 가는지, 그리고 쇼핑이나 외식에서 계산을 할 때면 친구에게 자신의 지갑을 건네주면서 계산을 부탁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산수장애인 사람은 일반적인 학습장애가 아니어서 질처럼 지능이 높고 똑똑할 수 있다. 대신 산수장애인 사람은 숫자에 대해서만 문제가 있다. 간단히는 물체의 개수와 이를 나타내는 숫자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질 못한다. 예를 들어 5개의 호두를 보고도 '다섯'이나 '5'라는 말과 연결을 짓지 못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산수장애인 사람은 +, -, ÷, × 등을 헷갈려하고 셈을 하는 데 종종 애를 먹는다. 그리고 아날로그시계를 보고 몇 시인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쇼핑을 얼마나 했는지와 같은 경제적인 일에도 곤란을 겪는다. 하지만 수식을 이용하기보다 논리를 요구하는 과학과 기하학과 같은 과목을 비교적 잘 할 수 있다. 물론 복잡한 수식이 요구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난독증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산수장애 있어

문제는 우리의 생활이 상당히 산수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산수장애인 사람은 아주 간단한 계산을 요구하는 상황조차도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수가 지배하는 세상은 그야말로 스트레스 그 자체이다.

실제로 산수장애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인생에서 다른 사람보다 손해를 보는지를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지난해 10월에 발표됐다. 영국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산수장애를 가진 경우 16살의 학생이 좋은 시험점수를 받을 확률이 7퍼센트 이상 줄어들며 평생 동안 10만 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약 2억 원 정도 수입을 깎아먹는다. 그러니 일찍 진단을 받아 학습에서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 사람들은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난독증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수장애란 말은 낯설 것이다. 그런데 질처럼 산수장애를 겪는 사람은 난독증을 가진 사람만큼이나 많다고 한다. 100명 중 5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산수장애가 난독증보다 덜 알려진 이유는 그동안 과학에서 오랫동안 무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산수장애인 사람은 그저 미련한 사람이거니 하고 잘못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은 산수장애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산수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밝혀냄으로써 산수장애를 갖는 학생들이 난독증 학생들처럼 특별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1,2,3… 숫자체계는 후천적인가 선천적인가?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산수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게 중요할 것이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진다. 선천적인 것인가, 후천적인 것인가로 말이다.

사람이 갖는 유일한 능력 중 하나가 1, 2, 3과 같은 숫자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숫자체계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두고 과학자들 간에 오랫동안 논란이 있다. 한쪽은 인간이 이에 대한 기본적인 능력을 선천적이라는 것이다. 즉 어린 아이는 자신의 뇌에 기본적인 숫자 모듈을 갖고 태어난다는 얘기이다.

반면 숫자체계는 학습을 통해 배운다는 입장의 과학자들이 있다. 이쪽의 과학자들은 다른 동물들도 갖고 있는, 원시적이고 선천적인 수리감각을 바탕으로 학습을 통해 1, 2, 3과 같은 숫자를 배운다고 주장한다.

선천적이고 원시적인 수리감각은 ‘어림짐작을 통한 수리감각’(approximate number sense, ANS)이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사과나무를 보고 우리는 사과나무에 달린 사과의 개수를 일일이 세지 않고 어림짐작만으로도 어느 쪽 사과나무에 사과가 더 많이 달려있는지를 알아낼 때 우리는 ANS를 쓴다.

후천적인 숫자체계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숫자와 관련된 단어를 조금씩 ANS와 연관을 지어 정교한 숫자로 점점 발전시킨다고 주장한다.

우리 인간이 유일하게 갖고 있는 숫자체계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산수장애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 만약 우리가 선천적인 숫자체계를 갖고 있다면 산수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ANS를 이용해 양을 비교하는 능력에 믿음을 갖도록 격려를 받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직접적인 숫자와 관련된 일은 계산기를 활용하도록 하면 그만이다. 반면 숫자체계가 후천적이라면 산수장애인 학생은 ANS에 숫자를 연관지어주는 과정이 포함되도록 특별한 수학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숫자체계는 후천적인 것일까? 아니면 선천적인 것일까? 최근의 연구결과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는지 이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에 계속된다.

박미용 기자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9-02-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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