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나 별거, 사별 상태의 홀로 사는 40대 중년층이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중년층보다 뇌졸중(腦卒中) 발생률이 3배 이상 높고, 특히 이 현상은 이혼한 40대 남자에서 더욱 뚜렷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모으고 있다.
뇌졸중(腦卒中)은 말 그대로 뇌(腦)기능이 느닷없이 정지(卒)해 버리고 그러한 상태가 하염없이 지속된다(中)는 뜻이다.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문제가 생긴 부분에 산소와 영양소의 공급이 차단되고 뇌가 손상되어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뇌의 각 부분은 그 고유한 기능이 있어 손상 부위에 따라서 장애의 위치가 달라지고, 혈액의 흐름이 차단되는 시간 정도에 따라 증상에 차이가 있다. 뇌혈류의 장애를 일시적으로 보이다가 회복되는 경우는 후유 장애 없이 좋아지기도 하나, 혈액 순환이 지속적으로 차단되는 경우는 사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반신마비, 언어 장애 등의 영구적인 후유 장애를 나타내게 된다.
21일 아주대병원 신경과 홍지만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 1996년 1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아주대병원에 입원한 환자 1천376명 중 40~59세 뇌졸중 남성 환자 249명을 대상으로 결혼 상태와 뇌졸중 위험인자 및 각 뇌졸중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특히 40대에서 이혼, 별거, 사별에 따른 불안정한 결혼상태가 뇌경색의 촉발제가 될 수 있고, 뇌경색이 발생하더라도 그 강도가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뇌졸중으로 입원한 40대와 50대 남성 환자는 뇌졸중의 위험인자(고혈압, 당뇨, 흡연, 심장문제, 가족력, 전조증상) 및 초기 뇌경색의 강도, 뇌졸중의 원인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결혼 상태에 따른 뇌졸중 발생률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허혈성 뇌졸중(뇌혈관이 막혀 생긴 뇌졸중)이 발생한 40대에서 이혼했거나 별거 (20.8%) 혹은 사별한 사람(2.8%), 즉 결혼상태 불안정군이 40대 환자의 23.6%를 차지했는데, 이를 남자만 구체적으로 살펴본 결과 50대 남자 환자의 6.3%가 이혼 또는 별거중이었던 것에 비해, 40대 남자에서는 22.7%가 이혼 별거한 환자였다.
또 아주대병원 신경과 홍지만교수가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5년 인구의 연령별 성별 혼인상태자료에서 40대 남자의 혼인상태를 일일이 분석한 결과, 40대 남자의 이혼 상태는 4.4%. 여자 6.9%, 50대 남자 5.4% 여자 5.2%로 나타났다. 이들 이혼 수치를 근간으로 40대 이혼 남성의 뇌졸중 발생비율은 22.7%를 이혼 상태 4.4%로 나눠 이혼하지 않은 남성에 비해 5배(22.7/4.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40대에서 결혼 불안정군이 정상적으로 결혼한 상태인 사람들(결혼 안정군)보다 심장병(24% vs 7.5%)과 흡연(72.0% vs 48.1%) 비율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높게 나타났다. 초기 뇌경색 강도(NIHSS 점수) 역시 결혼 불안정군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높게 나타났으며, 뇌졸중 병인도 결혼 안정군에 비해 심인성 색전에 의한 것이 많았다.
이처럼 결혼상태가 불안정한 중년 뇌졸중 환자의 47%가 40대 남자였다. 따라서 우리나라 40대 남자에서 결혼상태가 불안정하면 뇌졸중이 걸릴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홍지만 교수는 "이번 연구는 40,50대 중년층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령층이고, 이 나이에 발생한 뇌경색이 노년이나 청년의 뇌경색에 비해 발생 원인이나 기전이 아직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 같은 연구결과는 이혼이나 별거 혹은 사별에 의한 정신적 스트레스뿐 아니라 이로 인한 심장병이나 과도한 흡연 등이 뇌졸중을 촉발하고 초기 뇌졸중의 강도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9일에서 12일까지 부산 BEXCO에서 열린 '2008년 대한신경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다. ◆고혈압, 비만 등이 복합적으로 뇌졸중 일으켜= 뇌졸중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심한 스트레스, 혈중 혈색소의 증가, 비만, 피임약 복용, 흡연, 과음 등 다양하다. 하지만 고혈압, 고지혈증, 복부비만, 당뇨 등은 하나의 독립된 위험 인자가 아니라 서로 연관돼 있어 하나가 생길 경우 다른 질병도 동반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가 뇌졸중, 심장마비 등이 발생될 위험성이 일반인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덴마크 겐토프테 병원(Gentofte Hospital) 티나 슈람 박사팀은 1997년부터 2002년까지 30세 이상의 환자 330만 명에 대한 환자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당뇨병 환자가 일반인에 비해 뇌졸중, 심장마비가 발생할 위험성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슈람 박사는 "당뇨병 환자는 당뇨가 없는 사람보다 심장마비(heart attack)로 사망할 가능성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성 당뇨병 환자의 경우 심장마비 등의 발병 위험성이 일반인보다 2.48% 높고, 심근경색 전례가 있는 여성의 경우에는 2.7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가 심장마비 등에 걸릴 위험성은 심장마비를 앓았던 사람의 심장마비 재발 위험성이 일반인보다 2.48% 높은 것과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이와 함께 복부비만이 심한 경우에는 비만으로 인한 혈압 상승, 고지혈증, 당뇨 등도 함께 나타나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 중 고혈압은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로 뇌혈관 벽에 손상을 가져와 동맥경화에 의한 허혈성 뇌출혈이나 출혈에 의한 출혈성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고혈압의 치명성은 최고혈압이 10mmHg만 증가해도 뇌졸중 발생 확률이 남자는 1.9배, 여자는 1.7배가 높아진다는 점에 있다.
◆신속한 처치가 후유증 최소화= 뇌경색으로 혈관이 막힌 뇌졸중 환자일 경우 정맥으로 3시간 이내, 일부 환자에서는 6시간 안에 뇌동맥에 직접 피딱지를 녹이는 혈전용해제를 투입하면 막힌 혈관이 뚫리면서 뇌혈관이 되살아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시간이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환자는 뇌세포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 3시간 이내에 병원으로 빨리 옮겨야 한다.
그 이상 시간이 지나면 뇌세포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구조요원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환자를 편안하게 눕힌 다음 먼저 입 속에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이물질이 있는지 확인해서 제거해야 한다. 그 다음에 베개나 포갠 타월을 이용해서 환자의 어깨 밑에 넣어주도록 한다. 이처럼 베개를 등에 포개면 목이 일직선이 되면서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충분한 기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호흡을 통해 산소가 뇌로 공급되어 뇌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예방 위해서는 생활 습관 바꿔야= 뇌졸중 환자를 보면 혈압 등 자신의 몸 상태를 잘 모르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날벼락 맞듯 쓰러지는 사례가 흔하다. 따라서 수시로 건강상태를 체크해 나가는 습관을 물론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소금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일 수 있도록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아울러 뇌혈관을 약하게 만드는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은 질병을 치료하고 담배는 절대 피우지 말아야 한다.
술은 1~2잔 정도는 괜찮지만 그 이상 마시거나 자주 마시면 위험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혈압을 높게 해 뇌혈관에 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한다. 이와 함께 적절한 유산소 운동을 병행한다면 뇌졸중 예방에 크게 도움이 된다. 꾸준한 운동은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게 해 성인병의 원인인 비만을 예방한다. 또 혈액 순환을 원할하게 해 고혈압이나 당뇨에도 도움이 된다.
- 우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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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8-10-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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