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생물의 체내에서와 같이 용액상태로 존재하는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KAIST 화학과 이효철(36) 교수는 21일 X-선 산란기법을 이용해 물에 녹아있는 단백질 분자의 3차원 구조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국과 미국 프랑스, 덴마크, 이탈리아 연구진이 참여한 이 국제 공동연구에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결과는 '네이처 메서드(Nature Methods)' 2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되며 10월호에 표지논문으로 실릴 예정이다.
사람 몸은 70% 이상이 수분이고 생명 유지에 필요한 단백질도 물에 녹아 있는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단백질의 기능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려면 물에 녹아 있는 단백질 분자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2005년 간단한 유기분자의 구조변화를 용액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 그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해 주목을 받았으나 학계에서는 분자 크기가 1천배 이상 큰 단백질에 이 방법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이 교수팀은 이 연구에서 기존에 성공한 유기분자보다 1천배 더 큰 헤모글로빈 단백질과 미오글로빈 단백질 등이 물에 녹아 있을 때 이들의 3차원 구조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또 씨토크롬씨라는 단백질의 구조가 풀린 상태에서 접히는 과정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단백질은 주로 접혀있는 특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 구조가 풀리면 제 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단백질의 접힘-풀림 현상에 대한 이해는 단백질의 기능 규명에 매우 중요하다.
이 교수는 "이 기술을 사용하면 물에서 움직이고 있는 단백질의 동영상도 촬영할 수 있어 단백질 작동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기술은 단백질 뿐 아니라 나노물질에도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명공학(BT) 분야는 물론 나노기술(NT) 분야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 (서울=연합뉴스 제공)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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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8-09-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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