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한 환자 수는 207명으로 확인되었다. 이 수치는 이제껏 3천만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기록한 채 지금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에이즈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또 우리나라에서 오염된 어패류를 먹고 비브리오패혈증에 걸려 사망하는 사람만도 매년 10여명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독 광우병에 대한 공포가 그 무엇보다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본지는 광우병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조명해보는 ‘광우병 공포의 진실’이란 기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우리나라의 환자는 인간 광우병, 구체적으로 말해서 소에게서 옮아온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CJD)이 아닌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sCJD)이거나 가족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fCJD)이다.
또 치매와 광우병은 증상이 달라서 병원의 진단과정에서 명확히 구분된다. 때문에 미국의 25만~65만 인간 광우병 환자설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괴담이 사실인 양 포장되고 있는 이유는 아마 광우병에 대한 진단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 있는 소나 사람에게서 변형 프리온을 찾아낼 수 있으면 광우병의 감염 여부를 즉시 진단할 수 있다. 그러면 실제로 광우병에 걸린 소의 20~30배에 달하는 광우병 의심 소들의 도축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수십pg(피코그램 : 1pg는 1조분의 1g이다) 이하의 극미량을 찾아내야 하므로 생체 내에서 변형 프리온을 측정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프리온의 몸체를 키워서 찾아내거나 변형 프리온이 서로 뭉치는 특성을 이용한 측정 기술 등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 변형 프리온이 백혈구를 타고 이동하는 특성을 이용, 혈액으로 광우병 진단이 가능한 키트도 개발 중에 있다.
올해 초에는 미국 뉴욕의 연구진이 광우병을 감지할 수 있는 나노 크기의 센서를 개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장치는 실리콘 센서에 의해 작동되는데, 프리온이 부착할 때 발생되는 미세한 진동을 감지해 광우병의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밀리미터당 2나노그램의 프리온을 감지해냈다고 발표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현재 광우병에 대한 치료법은 없다. 또 당장 치료제가 개발되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프리온의 정확한 감염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을 뿐더러 생물학의 기본 패러다임을 허물어뜨린 변형 프리온의 특성 자체가 관련 연구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리온 질환에 걸린 동물의 변형 프리온을 정상 동물의 체내애 투입할 경우 정상 동물도 프리온 질환에 감염된다. 그러나 변형 프리온을 실험실에서 똑같이 합성하여 정상 동물에 투입할 경우에는 감염되지 않는다.
또한 그 기능이 알려지지 않은 채 체내에 존재하는 정상 프리온을 제거하거나 변형 프리온처럼 정상 프리온의 구조를 안정화시키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일본 기후 대학의 연구팀은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 등의 프리온 질환의 진행을 억제하는 물질인 GN8을 발견했다. GN8은 동물실험에서 뇌 안에 축적되는 변형 프리온을 격감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프리온은 약 230~253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159번째의 아스파라긴산과 196번째의 글루타민산 사이의 거리가 정상 프리온보다 변형 프리온이 3배 정도 길다. 이 사실에 주목한 연구팀은 그 거리의 확대를 막는 화합물을 선별하여 GN8을 찾아냈다.
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 GN8의 투여 이후 변형 프리온이 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해 치료법으로의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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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8-05-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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