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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박미용 기자
2008-03-27

나방은 애벌레적 과거를 기억한다 전기충격 이용한 기억력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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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웠던 시절엔 늘 겸손하던 사람이 좀 살게 되자 거만하게 행동하면, 주변에서는 번데기적 생각도 못한다거나 번데기적 시절을 까맣게 잊었다는 말을 한다. 나비가 번데기 과정을 거치면서 애벌레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에서 아마도 이런 표현이 나왔을 것이다.

갑갑한 번데기에서 벗어나 첫 날갯짓을 하는 극적인 순간, 나비는 꾸물꾸물 기어 다니던 볼썽사나운 애벌레 시절에 대해서 완전히 잊은 듯하다. 나방도 나비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나비나 나방이 어쩌면 애벌레적에 경험한 고통을 기억할지도 모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나비나 나방처럼 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은 애벌레에서 자란벌레(성충)로 되는 과정에서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고치 속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는 번데기 시절을 보낸다. 겉보기엔 휴식 상태 같지만 애벌레의 기관과 조직이 자란벌레의 구조로 탈바꿈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애벌레 시기를 거치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과거 연구에서는 극적인 외적 변화인 변태를 경험하는 곤충 가운데 일부에서 애벌레적의 신경과 기억이 살아남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일부 초파리의 경우, 애벌레적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비나 나방은 어떨까. 100년 전부터 과학자들은 나비나 나방의 경우 완전변태 후 기억이 남아있는지를 궁금해 했다. 나비나 나방의 경우 번데기 시절에 뇌의 신경구조까지도 재조직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나비나 나방이 기억력을 유지한다면 다 자라서도 애벌레 때에 먹던 음식에 대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나비나 나방은 애벌레 때에는 잎을 먹고 살았지만 어른이 되면 꽃을 선호하기 때문에 기억이 연결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의 진화생태학자인 마사 웨이스 박사는 바로 이런 주장을 뒤집을만한 연구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애벌레 때 담배 잎을 먹는 박각시나방의 일종인 Manduca sexta는 3주간 애벌레로 있다가 18-24시간 동안 번데기 시절을 보낸다. 웨이스 박사는 이 나방의 2주된 애벌레를 대상으로 약한 전기충격을 줌으로써 그 기억이 나방이 돼서까지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웨이스 박사는 2주된 애벌레를 방이 두 개로 나누어진 관 속에 집어넣었다. 한 방은 보통 공기가 채워져 있고, 다른 한 방에서는 에틸 아세테이트라는 유기물이 내는 냄새가 난다. 꾸물꾸물 기어 다니는 애벌레 시기에는 보통 어느 한쪽에만 좋아하는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다. 웨이스 박사는 유기물 냄새가 나는 방에 들어가면 애벌레에게 약한 전기충격을 주도록 했다. 그러자 애벌레는 이 방을 피하도록 학습이 되었다.

이 애벌레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학습 효과가 나타났다. 나방이 된 후 35일, 45일, 심지어 50일이 지나서도 그 냄새를 피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웨이스 박사는 조금 더 어린, 뇌가 덜 발달된 1주 된 애벌레에 대해서도 이 실험을 해보았다. 그러자 애벌레 적 학습이 자란벌레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1주 된 애벌레적 기억은 유지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나방의 변태과정에서 뇌 구조와 신경구조가 완전히 새롭게 재조직된다고 해도 기억은 남아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뇌가 어떻게 기억을 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준다.

마사 웨이스 박사는 곤충의 학습과 기억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다. 이번 연구는 PLoS ONE 저널 3월 5일자에 게재되었다.

박미용 기자
pmiyong@gmail.com
저작권자 2008-03-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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