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영화를 보면 당시의 의학기술로 치료가 불가능한 사람을 수십 년간 또는 수백 년간 냉동시키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 미국의 갑부 가운데 한 사람은 불치병인 암에 걸린 뒤 현재의 의학기술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가 원해서 냉동캡슐에 들어가기도 했다.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사람이라면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주변을 정리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생명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후의 방법으로 냉동캡슐을 선택해볼 만한 일일지도 모른다.
냉동인간은 영하 수십 도 또는 수백 도에서 순식간으로 얼리지만 동물의 동면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겨울철이 되면 개구리나 뱀과 같은 대다수 파충류들은 활동을 하지 않고 동면에 들어간다. 먹이가 되는 곤충이 다 사라져 생명을 이어가기 힘들기 때문에 먹이가 많아지는 봄까지 몸의 에너지 소비를 최대로 줄이기 위해 잠을 자는 것이다.
물론 개구리는 사람처럼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땅위보다 따뜻한 땅속에 잠자리를 마련하는 이유도 있다. 개구리를 주식으로 하는 뱀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에 동면을 한다.
실제 과학자들은 동물이 잠을 잘 때 에너지 소비가 가장 적다고들 한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침을 먹고 잠을 잤을 때와 열심히 운동을 했을 때를 비교해 보면 활동이 많았을 때 배가 훨씬 고프다는 점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럼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도 먹이가 풍부하고 날씨가 따뜻한 곳에서 살면 겨울잠을 자지 않을까? 또 추운 겨울날 겨울잠을 자다가 너무 추워 얼어 죽는 동물도 있을까?
그럼 우선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어떤 동물이 있는지 알아보자.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은 곰, 개구리, 뱀 등인데 포유류인 곰과 개구리는 겨울잠을 자는 이유가 다르다.
곰은 사람과 같은 포유류이고 개구리와 뱀은 각각 양서류와 파충류다. 포유류는 체온이 항상 일정한 항온동물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곰은 두꺼운 털을 가지고 있고 추위에는 강한 편이어서 체온이 떨어져 겨울잠을 자는 것은 아니다.
곰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는 겨울철이 되면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사 시간이 되면 항상 먹이를 먹을 수 있는 동물원의 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물론 다른 열대동물도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열대지방은 일년 내내 덥고 먹이도 항상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구리와 뱀은 변온동물로 외부온도가 떨어지면 체온도 같이 떨어져 생활이 힘들어진다. 그래서 날씨가 추워지면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땅속으로 모두 들어가 겨울잠을 자야 한다.
겨울잠을 자다가 너무 추워 얼어 죽지 않을까? 라는 질문의 정답은 간혹 있을 수도 있지만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 중 가장 신비로운 동물은 북극땅다람쥐라고 한다.
북극땅다람쥐는 추운 캐나다 북쪽 지방과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에 서식하는데 이 동물은 한겨울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을 피하기 위해 8월이면 땅을 파고 겨울잠에 들 채비를 한다.
하지만 워낙 얼어붙은 땅이라 땅굴의 깊이는 기껏해야 60cm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북극땅다람쥐는 이 굴에서 8개월이나 되는 기나긴 잠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북극땅다람쥐의 체온이 영하 3도까지 떨어져도 혈액이 얼어붙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동면동물의 경우 체온이 1~2도까지 낮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체온이 더 떨어지면 혈액이 얼어붙고 심장 박동이 느려져 얼어 죽게 된다.
그럼 북극땅다람쥐는 체온이 영하에 가까운 온도까지 떨어지는데 피가 얼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유는 이 동물은 몸속에 한겨울에도 피가 얼어붙지 않는 ‘부동액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북극땅다람쥐는 체온을 매우 천천히 낮춤으로써 어는점 이하의 온도에서도 얼지 않는 ‘과냉각’ 상태를 만들어 겨울을 보낸다.
개구리도 체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얼어 죽지 않는다. 개구리는 동면 전 먹이를 섭취, 혈액 속에 많은 양의 포도당을 비축해 혈액의 어는점을 낮추는 방법을 쓴다.
마치 겨울이면 자동차 냉각수에 부동액을 넣어 냉각수가 얼지 않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머지않아 북극 같은 추운 환경에서도 얼어주지 않는 동물의 신체 비밀이 밝혀지면 사람에게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아직까지 치료기술이 발견되지 않은 불치병에 걸린 사람은 새로운 치료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동면한 뒤 새로운 의학기술이 발견되면 동면에서 깨어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박지환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7-1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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