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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박지환 객원기자
2007-11-18

김장김치에 숨겨진 과학 땅에 묻은 김치독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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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김장철이다.


하지만 예년 같으면 불과 몇 백원 하던 배추가격이 3천~4천원으로 치솟아서 주부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요즘은 많은 가정들이 김장을 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마트나 시장에서 김치를 사먹는다. 하지만 사먹는 김치는 늦가을 김장을 한 뒤 발효시켜 먹는 김장 김치 맛에 비길 것이 못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잡곡밥을 한 숟가락 퍼, 그 위에 땅속 김장독에서 막 꺼낸 살얼음이 낀 사각거리는 김장김치를 얹어 먹는 맛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괴게 만든다.


지금이야 김장독을 묻는 사람들이 없어서 김장독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김장독에 저장한 김장김치는 달아나던 입맛을 순식간에 돌아오게 해주곤 했다.


그럼 김장 김치가 유독 맛있게 느껴졌던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지금은 소시지, 고기, 햄, 조기 등의 반찬이 매일 식탁에 올라오지만 옛날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나 가난해 이런 반찬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는 적당히 발효된 김치 특유의 잊을 수 없는 맛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제 김치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백과사전에는 김치를 한국 특유의 채소 가공 식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김치는 무, 배추 및 오이 등을 소금에 절인 뒤 고추, 마늘, 파, 생강, 젓갈 등의 양념을 버무려 놓으면 젖산이 생기면서 숙성된 음식으로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다.


요즘 일본 사람처럼 한국 전통 김치를 먹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많지만 아직까지 매운 김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먹기에 쉬운 음식이 아니다.


김치가 매운 까닭은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 성분 때문이다. 고추의 이 성분 때문에 김치를 먹으면 위액 분비와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입맛도 되살릴 수 있다고 한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식욕이 살아나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김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 고려시대가 된다. 이 때 나박김치와 동치미가 처음으로 개발됐는데 양념으로 천초(川椒), 생강, 귤껍질 등을 사용했다. 산갓과 같은 톡 쏘는 채소로는 국물김치를 담가 먹었다고 한다.


향신료로 천초를 넣다가 고추로 바뀌게 된 것은 18세기 이후 일본에서 고추가 들어오면서부터다. 고추가 쓰이기 전에는 맨드라미꽃을 섞어 넣어 붉은 색을 냈다고 하니 우리 조상들은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이는 것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그럼 상상 속으로 김치를 담가보자. 이 과정에도 과학이 숨겨져 있다.

김장을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소금물에 주재료인 배추를 넣는 작업이다. 소금물에 배추를 담가놓으면 삼투압 때문에 배추 속의 수분이 소금물 쪽으로 빠져나와 김치 담그기에 적당하게 된다.


김치의 맛과 향기는 주로 김치 국물에 들어있는 냄새와 맛이 김치에 가미되는 삼투압 현상 때문에 나타나는데 삼투압 작용이 빨리 일어나게 하기 위해 김장을 하기 전에 미리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것이다.


삼투압 현상이란 반투막을 통해서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농도가 높은 곳으로 물이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식물의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는 원리도 바로 삼투압 현상이다.


김치가 다른 음식물에 비해서 높은 평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발효식품이라는 점이다.

김치를 담그는 것은 채소를 오래 저장하기 위한 수단이 될 뿐 아니라, 저장하는 동안 여러 가지 미생물이 번식하면서 유기산과 김치만의 맛있는 냄새가 만들어져 훌륭한 발효식품이 된다.


김치를 담그면 처음에는 여러 가지 잡균이 많이 붙게 되고 점차 젖산균이 많아져 젖산발효가 일어나게 된다. 소금을 많이 넣으면 소금이 부패를 막기 때문에 미생물의 번식이 억제돼 김치의 숙성 정도가 느려지게 된다.


그래서 어머니들께서 오랫동안 먹을 김치에는 소금을 많이 넣어 짜게 만들었다.

김장 김치처럼 오래 먹을 김치를 저장할 때에는 장독을 땅에 묻곤 했는데 그 이유는 김칫독을 땅 속에 묻어둠으로써 공기의 접촉을 피하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김치가 부패되지 않으면서도 적당하게 발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많은 도시에서는 땅에 김장독을 묻는 것을 보기 힘들다. 대신 김치냉장고가 김장독을 대신한다.

보통 김치를 숙성시킬 때 영하 2℃에서 7℃ 사이에서 약 3주간이면 가장 맛있는 상태가 된다고 한다. 김치냉장고가 이런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셈이다. 또 일정한 온도를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땅속 김장독과 같이 오랫동안 김치의 맛을 유지시켜 줄 수 있다.


김장 김치를 맛있게 만들어주는 김치냉장고와 일반 냉장고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일반 냉장고는 냉기(차가운 공기)를 내뿜어줌으로써 냉장하지만, 김치 냉장고는 냉장실 자체를 차갑게 만들어준다. 김치 냉장고를 이렇게 만들면 냉장고 안의 온도를 조절하기에 더 쉽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에는 김치 맛을 보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찾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물론 백화점에서 김치를 사가는 외국인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김치는 조상의 지혜가 담긴 다른 어떤 나라의 음식보다 훨씬 더 과학적인 음식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에 잘 맞는 음식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될 것 같다.

박지환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7-11-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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