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만 잡아먹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가 차세대 항생제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웰컴트러스트 생거 연구소(Wellcome Trust Sanger Insititue)의 아나 토리비오 박사는 4일 에든버러 대학에서 열린 제161차 일반미생물학회(Society of General Microbiology)회의에서 쥐에 결장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인 시트로박터 로덴티움에 감염된 쥐를 박테리오파지로 완치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것으로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보도했다.
토리비오 박사는 시트로박터 로덴티움은 인간에 식중독과 위장감염을 일으키는 대장균과 가까운 박테리아로 쥐에 대장균과 같은 감염을 일으킨다고 말하고 이 박테리아를 공격하기 위해 케임브리지의 캠 강(江)에 서식하는 여러 박테리오파지를 뒤섞어 쥐에 투여했다고 밝혔다.
박테리오파지란 동물이나 식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와는 달리 세균에만 달라붙어 살면서 증식함으로써 결국 세균을 죽이는 세균바이러스로 일부 박테리오파지는 특정 박테리아만을 공격한다.
토리비오 박사는 특정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만을 공격하는 특정 박테리오파지를 쓰는 것보다 여러 종류를 뒤섞은 칵테일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하고 박테리아의 돌연변이로 특정 박테리오파지에 내성이 생기는 것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테리오파지가 미래의 항생제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을 비롯해 많은 박테리아들이 웬만한 항생제에는 모두 내성이 생긴 데다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 대신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하는 치료법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서유럽과 미국 과학자들로 부터 외면당해 주로 동유럽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어 왔다. 그루지야공화국의 트빌리시 박테리오파지연구소는 당뇨성 족부궤양과 같은 박테리아 감염을 박테리오파지로 치료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웰컴트러스트 생거 연구소의 데렉 피커드 박사는 전통적인 광범위항생제는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는 물론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중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이로운 박테리아마저 죽여 우리 몸의 박테리아 균형을 무너뜨리지만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하면 그럴 염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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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저작권자 2007-09-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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