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농촌 일자리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고마운 청정 에너지로 여겨져 온 바이오 연료가 순기능 못지 않은 역기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유엔 보고서가 8일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유럽 지도자들이 오는 2020년까지 사용 연료의 최소한 10%를 에탄올과 같은 바이오 연료로 충당하기로 결정하고 미국 의회가 2022년까지 바이오 연료 생산량을 7배로 늘리는 것을 검토중인 가운데 발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유엔 산하 20개 기구 및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유엔-에너지'는 온실 가스 방출량을 줄이고 농촌 빈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에탄올과 같은 바이오연료가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식품 가격을 치솟게 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바이오 에너지가 온실가스 방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긴 하지만 액체 바이오 연료 생산량을 급속히 늘리는 것은 전세계 토지 및 수자원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안 그래도 지금은 식량 및 임산물 수요가 급중하는 시기임을 상기시켰다.
보고서는 바이오 연료 증산에 따르는 토양 속 탄소 함유량 변화와 숲과 토탄지의 탄소 저장량 변화는 온실 가스 감축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단일작물 대량 재배는 생물다양성을 크게 줄이고 토양 침식과 양분 침출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바이오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국가적, 지역적, 국지적 수준에서 새로운 환경 및 사회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에너지의 보고서는 최근 바이오 에너지 열풍으로 야자유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동남아에서는 열대우림을 베어 버리고 야자를 대량재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식용작물을 연료로 전용함으로써 식품 가격이 올라 빈민의 생활고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옥수수와 설탕 가격이 급등하는 눈 앞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많은 바이오 연료용 작물이 최고의 토질과 많은 물, 환경을 파괴하는 화학 비료를 필요로 하며 식량 재배에 사용되던 토지와 기타 생산 수단을 다른 용도로 전환함으로써 적절한 식량 공급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바이오 연료 생산에는 대규모 생산 방식이 더 적합하므로 영세농들은 결국 대규모 영농회사들에게 토지를 빼앗기고 밀려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농민들은 일시적인 일자리를 얻는데 만족하지 말고 협동조합이나 정부 지원 등을 이용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이전부터 새로운 시장을 물색하는 대규모 영농기업들에 의해 바이오 연료 생산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시해 왔다.
유엔-에너지의 구스타보 베스트 부회장은 유엔 산하 기구들이 바이오 연료에 관해 소규모 보고서들을 발표해 오긴 했지만 부정적인 영향에 관한 지식이 없어 대체로 낙관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면서 "이제는 경각심을 갖고 조심스럽게 속도를 조절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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