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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신기술
김문균 객원기자
2006-12-12

DVD, 복사기, 형광등이 사라진다 기술발전과 트렌드 변화로 생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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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0년 내 TV 광고는 사라진다’는 미디어전문가들의 예언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상파 방송3사의 광고 수주 총액이 지난해 2조1천106억원으로 2004년 2조1천436억원에 비해 1.5% 감소해 이런 주장에 힘을 더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개인용 비디오 녹화기(PVR)와 하드디스크를 TV 옆에 설치해 TV 광고를 차단하거나 건너뛸 수 있는 신기술도 한몫 하고 있다. 미국은 광고 차단서비스에 이미 400만 가구 이상이 가입했고, 한국에서만 PVR 기능 TV가 3만대 이상 팔렸다.


이처럼 신기술이 계속 개발, 보급되고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유통량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TV 광고 폐지설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로운 수익모델이 나오지 않는다면 방송광고는 새로운 기술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규 미디어 등장에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철옹성을 유지해온 지상파가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서구 자유주의 문화를 TV를 통해 동구로 전파시키며 베를린장벽까지 무너뜨린 일등공신도 새로운 기술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최근 신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우리 생활 속에서 익숙한 것으로 인식되며 영원할 것 같은 제품들이 10년 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것은 DVD, 복사기, 형광등, 필름카메라 등.


‘걸어다니며 음악을 듣는다’는 의미의 워크맨. 기존 전자제품=가전(家電)이란 개념을 깨고 개전(個電)이라는 신개념을 창출하고, 휴대용 음반시장이라는 신시장을 열며 IT업계에 슈퍼맨 못지않은 파장을 몰고 왔다. 제작사인 소니를 세계적인 IT기업으로 인식시킨 주인공이지만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이 나오면서 워크맨의 명성도 잊혀져 갔다. 신기술에 밀린 제품이 소비자와 시장의 냉엄하다 못해 가혹한 심판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방송통신의 융합현상이란 환경변화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이 급속히 컨버전스화되며 으로 손안의 TV 'DMB', 휴대용 인터넷 ‘와이브로’, 지능형 인터넷TV인 ‘IPTV' 등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또한 DMB 기술에 이어 와이브로가 세계 최초로 첫선을 보였다. 흑백TV시대에서 컬러TV가 나오면서 ‘색깔 있는 세상’이란 신천지를 열었듯 DMB는 이에 버금가는 새로운 변혁을 창출했다. 이른바 TV는 집안에서만 보는 고정형이란 상식을 박차고 나와 어디에서나 움직이면서 볼 수 있는 이동형 시대를 열었다.


내년이면 출시 10년을 맞는 DVD 플레이어도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DVD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와 블루레이라는 신기술.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하는 P2P 사이트가 범람하면서 DVD보다 하드에 다운받아 시청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DVD 정품 영화 한 편의 구입가격이 몇 만원 선인데 반해 인터넷으로 다운받을 경우 몇 백원에서 몇 천원이면 가능하다는 점도 DVD를 위협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DVD시장 매출액은 2003년 1천200억원을 정점으로 2004년 1천85억원, 지난 2005년에는 483억원으로 급락했다.


DVD시장의 위축은 DVD 플레이어 제조업체들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국내 DVD 플레이어 판매량은 2003년까지 매년 30% 이상 고성장을 구가했지만 2004년부터 한 자릿수 판매 증가율로 정체에 가까운 상황이다. 미국 전자제품소비자협회(CEA) 자료에서도 2003년 2천만대이던 것이 불과 2년 만인 작년 1천470만대로 감소했다.


전자업계의 차세대 영상매체 주도권 경쟁도 DVD 몰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삼성 LG 소니 등이 중심이 돼 밀고 있는 블루레이와 도시바 인텔 진영의 고화질(HD) DVD가 전 세계 안방극장을 놓고 표준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DVD는 한쪽 구석으로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블루레이는 기존 DVD에 비해 저장용량이 5~10배 크고 DVD의 SD급 화질보다 선명한 HD급 화질과 고음질을 재생할 수 있다. CD의 경우 0.7G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반면, DVD는 CD보다 7배 개선된 4.7GB를 지원한다. 이어 HD-DVD는 DVD에 비해 약 3배 개선된 15GB를, 블루레이는 5배 개선된 25GB를 지원한다.

여기에 복층 기록이 가능한 듀얼 레이어로 발전하면 용량 차가 더 커진다. HD-DVD가 30GB인데 비해 블루레이는 50GB를 저장할 수 있다. 또 HD-DVD는 트리플 레이어에서 45GB를 지원할 수 있는 반면 블루레이는 4개의 레이어를 사용해 100GB까지 저장할 수 있다. 소니의 경우 8개의 레이어를 사용해 200GB 블루레이 디스크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에서 출시된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월평균 1만대 이상 팔리고 있다. 또 기존 케이블 방송에 하나TV를 비롯한 인터넷 TV(IPTV)까지 등장한 것도 DVD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위협 요인이다. 아무 때나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하나TV는 연말께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지난 2004년 빌 게이츠는 “DVD는 늦어도 앞으로 10년 내에 사라지고 TV는 시청자의 기호에 맞게 선택적으로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빌 게이츠 회장은 미래의 TV는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이십세기 폭스가 국내에서 DVD 사업을 접고 철수한다. 폭스의 DVD는 그동안 유통을 맡아왔던 비트윈이 맡게 된다. 폭스의 철수는 국내 DVD시장이 갈수록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4월에는 유니버설이, 6월에는 파라마운트가 철수하는 등 국내시장의 침체로 할리우드 직배사의 DVD시장 철수는 계속되고 있다.


복사기도 존립이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신도리코, 캐논, 후지제록스 등 국내외 사무자동화(OA) 기기 전문업체들은 복사기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복사ㆍ인쇄ㆍ팩스 기능 등이 통합된 디지털 복합기 생산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복사기’라는 단어 자체도 곧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OA기기를 사용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복사기, 팩시밀리, 프린터, 스캐너 등을 별도로 구입할 경우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 신도리코는 올해부터 아날로그 복사기 생산을 아예 중단한 후 디지털 복합기 생산 및 오피스 솔루션 전문 컨설팅 기업으로의 변신을 추진 중이다. 후지제록스, 캐논 등도 지난해부터 복사기 생산을 중단했다.


10년 뒤면 형광등도 사라질 전망이다. 산업자원부는 정보통신.바이오.나노기술을 토대로 한 신광원(新光源) 기술이 잇따라 등장함에 따라 2016년께 형광등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자부가 이처럼 형광등의 수명이 다했다는 '시한부 통보'를 하게 된 것은 차세대 조명기술의 개발 속도가 예상 외로 빠르다는 진단 때문이다.


1938년 미국 에디슨 연구소 출신의 과학자 테슬라에 의해 태어난 형광등은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용'으로 사용되다가 전후 급속히 보급되면서 80년대 상용화된 백열전구와 쌍벽을 이루었다. 우리나라에서는 57년 신광전기가 형광등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그림자가 지는 백열전구와 달리 형광등은 자연조명의 느낌을 주는 데다 그림자가 거의 생기지 않아 인기를 끌었다.


70여 년간 빛의 주역이었던 형광등은 그러나 신광원에 자리를 넘겨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기를 덜 쓰고 수명이 훨씬 긴 신광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광등에 들어가는 수은.납 등이 환경오염을 불러오는 것도 퇴출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형광등 대체물의 선두 주자는 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반도체 광원(LED) 조명. LED를 실내 조명에 접목한 이 방식은 형광등보다 전기를 5분의 1 이상 덜 사용하고 수명도 10배 정도 길어 제1호 대체 상품으로 꼽힌다.


반도체 성질을 갖는 유기물을 두 전극 사이에 끼워놓고 전기를 가해 빛을 발생시키는 유기전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신소재를 전극으로 활용한 탄소나노튜브(CNT), LG전자가 첫 개발한 초고주파 광원시스템(PLS) 등도 앞으로 10년 안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산자부는 저부가가치 굴뚝산업으로만 인식돼 왔던 조명산업을 차세대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5년까지 ▶경기도 부천에 조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4년제 조명공학 과정 신설 ▶지능형 조명제어시스템 등 전략상품 개발 등 체계적인 육성책을 추진 중이다.


기술발전을 통한 혁명은 영화부문도 위협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시네마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디지털로 찍고, 디지털로 온라인 배급하고, 디지털로 상영하고 보관하는 새로운 영화코드다. 필름이 끊기고 '비 오고' 자막이 흔들리는 아날로그적 감상은 이제 사라질 전망이다.


필름영화는 상영횟수가 늘수록 화질과 색감이 떨어지고 원본복사와 상영과정에서 화질손실(열화)을 많이 입는다. 반면 디지털영화는 상영횟수와 필름복사가 아무리 많아도 최초의 화질과 음질을 유지한다. 음향을 압축하는 필름영화와 달리 무압축으로 소리 훼손 없이 생생하게 재현하는 것도 디지털영화의 특징이다.

게다가 필름영화는 프린트 비용과 운송비 처리비 등의 비용 측면에서 디지털영화에 비해 매우 불리하다. 그러나 디지털영화는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네트워크망을 통해 전국 영화관으로 송출만 하면 돼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영화 한 편당 소요되는 2억원어치의 필름비용도 획기적으로 아낄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고사양화되면서 대부분의 300만 화소 디카 제품이 단종되거나 단종을 앞두고 있다. 300만화소 디카는 현상사진 크기나(4X6) A4용지로 인쇄해도 좋을 만큼 보급형 디카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최근 800만, 1천만 화소 이상의 디카가 시장에 보급되면서 300만 화소는 디카 축으로 끼지 못하며 퇴출위기에 몰리고 있다.

김문균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6-12-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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