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크릭(Crick) 박사 밑에서 박사 후 과정(Post-doc)을 마친 다음, 하버드대학 의대 생화학과에서 2년간을 조교수로 일하였다. 콘버그 박사는 1978년부터 스탠퍼드대학 의과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1984년부터 1992년까지는 구조생물학과의 학과장을 지내기도 하였다. 로저 콘버그 박사는, 지난 1959년 DNA 폴리머레이스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탠퍼드대학 생화학과의 아서 콘버그(Arther Kornberg) 박사의 아들이기도 하다.
콘버그 박사는, 고등생물의 세포에서 전사과정 및 그 조절을 분자수준에서 실제구조의 모형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게 한 공로로 금년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콘버그 박사는 DNA 주형에 따라 RNA를 합성하는 효소인 RNA 폴리머레이스를 5년간의 고생 끝에 단백질의 결정을 얻고, X-선을 사용하여 삼차구조를 구명하였다. 또 전사조절 메커니즘에 관여하는 단백질 집합체인, 중계체계(Mediator)를 발견하고 효소의 조절메커니즘을 제시하였다.
전사란 세포에서 염색체의 DNA가 가진 정보에 따라 전달RNA를 만드는 과정으로, 세포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단백질들을 합성하는 바로 전 단계의 유전정보의 전달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RNA 폴리머레이스는 꼬여진 DNA를 회전시켜 풀고, 라이보뉴클레로타이드를 받아들여 RNA분자를 합성하는 대단히 복잡하고 정교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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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NA 폴리머레이스의 기능 : 효소는 전사를 시작할 때 DNA를 풀게 하고 끝날 때에 다시 감게 된다(왼쪽그림). RNA가 합성 반응이 진행되면서, DNA-RNA 혼성체는 회전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RNA 합성이 진행되도록 한다. RNA 폴리머레이스의 합성과정의 표면의 삼차구조(오른쪽 그림). ⓒ |
친핵세포에서는 DNA가 염색체 단백질에 접착되어 있고, 뉴클리오솜에 싸여 있어서 박테리아에서 보다 전사과정이 더욱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조절 메커니즘도 훨씬 복잡하다. 1987년 콘버그 박사는 시험관에서 정제된 RNA 폴리머레이스II와 5개의 전사활성인자인 TFIIB, E, F, H와 TATA-부착 단백질(TBP)을 사용하여 원핵세포에서와 같이 효모의 전사체계를 완성하고, 유전자에 특수한 활성화 단백질을 더하여도 아무 효과가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예상하지 못했던 연구결과는, 콘버그 박사가 20여 개의 다른 단백질로 구성된 다중 단백질집합체(multiprotein-complex)로 구성된 중계체계(mediator)를 발견하게 된 동기가 된다. 이 중계체계(mediator)는 효모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핵 세포에 존재하며, DNA의 부착(DNA binding)과 유전자 특수 전사활성인자의 양성신호(positive)와 음성신호(negative)를 RNA 폴리머레이스와 일반적 전사활성인자에게 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또 진핵세포의 전사활동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집합체는 ① DNA, ② 전사활성인자, TBP, TFIIB, E, F, H, ③ Mediator, ④ RNA 폴리머레이스II, ⑤ 증진유전자(enhancer)에 붙은 특수전사활성인자들로 구성되고 있음을 밝혀내게 되었다(그림2). 그래서 콘버그 박사는 진핵세포의 전사기구 연구의 발판을 마련한 큰 공로를 세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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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핵 세포의 RNA 폴리머레이스II의 전사 복합체의 삼차구조 : 초록색은 연결 나선의 폴리펩타이드이고 핑크색의 활성부위의 금속, DNA 나선은 청색이고, 새로 합성된 RNA는 붉은색이다. ⓒ |
효모의 RNA 폴리머레이스II는 12개의 소 단위체를 가지고 있고, 분자량이 0.5x106D의 크기를 가지고 있다. 콘버그 박사 연구실에서는, 효소의 양이 대단히 적고 불안정하여 전자 현미경과 X-선을 결합하여, 지방의 표면에 2차원의 단백질 결정을 형성시키는 방법을 개발하고 삼차구조를 밝히게 되었으며, 이 연구에 20년이 소요되었다(그림. 2). 콘버그 박사의 연구실에서는 DNA, RNA, 핵산 및 단백질과 복합된 RNA 폴리머레이스 10개 이상의 삼차구조를 구명함으로써 전사과정의 역동적인 설명이 가능하게 한 업적을 이룩하였다.
콘버그 박사는 진핵세포의 전사조절 메커니즘의 연구로 ① 분자 수준의 촉진유전자(promoter)의 인지방법, ② 전사시작의 메커니즘, ③ 뉴크레오타이드가 더해진 후 어떻게 DNA-RNA혼성체가 이동하는지, ④ 어떻게 새로 합성된 RNA 가닥이 DNA 주형에서 분리되는지, ⑤ DNA 주형에 진입하는 상보적인 라이보뉴클레오타이드들의 정확한 선택 등, 효소의 대단히 지능적인 능력 및 여러 메커니즘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그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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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NA, 전사활성인자 TFIIB, E, F 와 H, Mediator, TATA-박스 및 RNA 폴리머레이스가 enhancer단자에 붙은 특수 전사활성인자들로 구성된 진핵세포 전사 시작단계의 모델. ⓒ |
RNA 폴리머레이스의II의 전사조절과정에서의 전사인자와 중계매체(mediator)가 정확하게 작동하는 구조의 모델을 완성하여 전사조절의 분자메커니즘의 설명에 큰 공헌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업적은 노벨이 유언에서 언급했듯이 ‘가장 중요한 화학적인 발견’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전사가 정지되면 유전정보의 이동이 정지되고 세포가 재생되지 못하게 되므로 생명체는 그 이상 생존하지 못하게 된다. 독버섯이 가진 테트라독소는 RNA 폴리머레이스의 강력한 방해제로 전사과정을 순식간에 정지시킨다. 전사과정이 중요한 것은 DNA가 보유한 정보에 따라 단백질이 합성되는 과정에서, 중간 과정인 전사과정에서만 그 조절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암세포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전사과정이 왕성하게 촉진되므로 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하게 된다. 심장병 등의 여러 질병에서도 전사의 조절에 문제가 발생하므로 나타난다. 줄기세포가 중요한 기능을 하는 각기 다른 기관에서 다른 타입의 특수세포로 발전되는 능력도, 어떻게 전사가 조절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 수년 동안 화학 및 생리의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 업적들을 정리해보면, 첫째 기초연구에 필수적인 연구방법이나 연구에 필요한 기기의 원리나 기기를 발견하고 그 수단을 통하여 과학의 발전에 큰 파급효과를 얻게 한 연구자, 둘째 물질의 현상이나 특히 생체현상의 이해를 위한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연구업적을 이룩한 자, 셋째 새로운 이론이나 예측으로 미래에 중요한 학문분야를 개척한 업적의 공로자들에게 노벨상들이 수여되었다.
우리 현실은, 주로 해외에서 연구하고 귀국한 국내 학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하기보다는, 교육 및 연수과정에 수행했던 연구 과제를 가지고 연구를 계속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위 노벨상을 수여하는 범주의 연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창조적인 분야의 개척이나 연구수단의 개발을 하도록 하자면, 기초 연구에서 별로 조건 없는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제도의 정착이 시급하다.
또 우리도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하는 국가가 되려면, 창의성과 능력위주의 연구비 배분 풍토의 정착과, 나이에 상관없이 우수한 연구자에게 적정한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최근에 우수한 극소수의 연구자들에게 너무 많은 연구비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데, 어떤 분야에서는 연구보다는 연구비의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하고 있다. 이러지 말고 적정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연구비를 나누어 다른 여러 연구자들도 연구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위 동료와 계속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프랑스에서 생물학 분야의 한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집중 지원한 지가 30년이 지났는데, 아직 노벨상 수상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는 것은, 그 연구실이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리 교육의 현실이 학생들의 창조성의 향상에 있지 않고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선진국에 비교하여 창의성이 뒤지는 것도 문제이다. 요사이 초, 중등 학생들이 깊이 생각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초, 중등교육에서 학생들이 궁금증을 가지게 하고, 의문이 있으면 질문하고, 토론하는 교육의 풍토로 획기적인 전환이 시급히 필요하다.
어느 영재만 모인 고등학교에 들른 적이 있는데, 너무 많은 숙제 때문에 학생들이 생각할 겨를이 거의 없고, 대학에서 배우는 과정을 미리 공부시키고 있어서, 대학에서 할 일이 없도록 하는 영재 교육현장을 본 적이 있다. 또 고등학교에서 중요한 기초과목을 공부하지 않고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수능시험의 제도 역시 문제가 있다. 대학에 입학하여 이공계를 전공하려면 반드시 수학은 물론이고 모든 학문에 기초가 되는, 화학, 물리, 생물과목을 상당한 수준으로 반드시 공부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현재 기초과학 분야를 선택하려는 우수한 학생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은 우리 장래에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끝으로 이번에 노벨상을 수상한 로저 콘버그 박사의 아버지인 아서 콘버그 박사는 필자와 여러 가지로 인연이 있다. 필자는 1978년 박사 후 과정(Post-doc)을 하고 있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Case Western Reserve) 대학 의과대학 생화학과에서, 당시 70세가 되었던 하랜드 우드(Harland G Wood) 박사의 고희기념 강연에 동료제자 등 7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처음 뵙게 되었다.
콘버그 박사가 발견한 DNA 폴리머레이스의 구조를 연구하기 위하여 3층 높이의 분리용 칼럼을 사용하여 효소정제를 시도한 이야기, 또 한 박사 후 과정 학생이 자동차 번호판을 ‘PURIFY’로 만들어 붙이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런데 아들인 로저 콘버그 박사가 고생 끝에 아버지의 염원이었던 구조연구를 RNA 폴리머레이스로 수행하여 노벨상을 타게 된 것이다.
- 양철학 서울대 명예교수
- 저작권자 2006-10-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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