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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문균 객원기자
2006-09-17

멀미약 조만간 사라진다 도로사정 개선으로 멀미환자 급감....제약회사들도 생산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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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약이 곧 지구상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인류는 질병이 생기면 그 질병을 극복하는 치료약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병이 없어진다면 그 치료약도 더 이상 존재할 가치를 잃게 된다. 바로 멀미약이 그런 경우다.


◆ 멀미는 무엇인가?


멀미(motion sickness)는 사전적 의미로 자동차 ·배 ·항공기 등 진동에 의한 가속도 자극이 내이(內耳)의 전정 ·반고리관[半規管]에 작용하여 일어나는 자율신경계를 중심으로 하는 일과성의 병적 반응이라고 정의된다. 가속도병 ·동요병(動搖病)이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 자동차 ·항공기 등에 탔을 때 구토증이나 메스꺼움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앉거나 누웠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면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이나,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기가 거북해지는 등의 증세를 가지는 체질적인 증후군에는 기립성조절장애(起立性調節障碍) ·자율신경불안정증 등이 있으며, 멀미도 그런 증세의 하나이다.


◆ 멀미가 일어나는 이유


멀미는 보통 4세쯤에 시작되며, 10세에서 12세까지의 어린이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멀미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감각 충돌' 이론이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감각 충돌 이론이란, 사람이 두 발로 반듯이 서서 균형있게 걷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감각 요소가 필요한데, 이들이 서로 어긋나기 때문에 몸이 균형을 잃어 멀미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감각 요소는 귀 속에 위치한 전정 감각과 눈을 이용한 시각, 발바닥이나 다리의 관절, 근육, 인대 등에서 느끼는 감각 등을 일컫는다. 인간은 일정한 유형의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며, 이 때 느끼는 세 가지 감각의 틀을 머릿속에 저장하게 된다. 감각 충돌 이론에 따르면 어느 순간 이러한 틀에 맞지 않는 움직임을 경험하거나 관찰하는 경우에 멀미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려서부터 우리들은 차를 타고 앞으로 가는 생활을 반복한다. 이 때 시각을 통해서 들어오는 자극(풍경)은 반대쪽, 즉 뒤로 지나가는 방향이다. 미니 버스나 기차에 승차했을 때, 뒤를 향해 앉은 상태에서 여행을 하면 멀미가 잘 생기는데 이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머릿속에 간직한 일정한 틀에 맞니 않는 자극이 들어옴으로써 나타나는 것이다.


멀미가 일어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몸이 불규칙하게 움직일때 그 움직임이 내이(內耳)의 세반고리관 내 림프액에 전달되어 그 비정상적인 진동이 뇌의 구토 중추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시각적인 자극이나 역한 냄새 등도 멀미의 원인이 된다. 멀미의 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안면이 창백해지거나 식은땀, 구역질 등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들은 탈 것에서 내리면 곧 없어진다.


사춘기에 많고 봄부터 여름 사이에 많이 나타난다. 멀미에는 정신적인 영향도 많이 작용하므로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주사 ·내복약도 있으나 치료효과는 암시적 요법의 영향도 많다. 기차 ·배 ·비행기 등을 탈 때는 되도록 동요가 적은 자리를 잡고, 담소 등으로 기분전환을 도모하거나 창문을 열고 먼 곳의 경치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 식사는 소화가 잘 되는 것으로 하며, 출발 2시간 전에 식사를 마치는 것이 좋다.


◆ 멀미약의 성분은?


멀미약의 성분은 항히스타민제인 ‘드라마민(Dramamin)’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여행을 떠나기 1시간 전에 한두 알을 복용하면 예방 효과는 4시간 정도 지속된다. 항히스타민제란 알레르기 질환의 한 원인인 히스타민의 작용에 길항하는 약제다. 항히스타민 작용 외에 국소마취, 교감신경차단, 부교감신경차단, 진정 등의 작용도 있다. 그래서 알레르기나 천식, 두드러기, 혈청병, 감기 등에도 쓰인다.


일부 민간요법으로는 멀미를 진정시키는 데 생강이 더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생강은 뇌에 작용하지 않고 장에 작용하기 때문에 드라마민처럼 졸음을 가져오지 않는다. 홍콩에서는 배를 타는 사람들이 절인 생강을 먹는 광경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멀미약은 복용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붙이는 멀미약도 있다. 이 붙이는 멀미약의 성분은 ‘스코폴라민’으로서, 가지과 식물에 함유되어 있는 알칼로이드 제제이다. 이는 부교감신경 억제제, 진통제, 진정제로 사용되며, 간질이나 모르핀 중독, 알코올중독, 천식, 멀미 등에 쓰인다.


◆ 멀미약 왜 없어지나


최근 멀미약이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는 더 이상 멀미약을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멀미약을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즉 멀미라는 병 자체가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도로 대부분이 포장되어 있을 정도로 도로사정이 좋아진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또한 국민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차를 타고 다니며 자동차 탑승에 익숙해지다 보니 차를 탔을 때 느끼는 울렁거림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현재 멀미약 제품도 20여 개 제품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대폭 감소했다. 시장 규모도 지난해 50억원으로 감소했고, 제약사들도 하나둘씩 멀미약 생산을 접고 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리메닌'을, 신일제약은 '딜리간'을, 한미약품은 '터미놀시럽'을 시장에 더 이상 공급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생산되고 있는 명문제약의 붙이는 멀미약 '키미테'도 갈수록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국내 제약회사를 비롯해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자동차 보급률이 낮은 동남아 국가나 중국을 대상으로 타깃시장을 돌리고 있다.

김문균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6-09-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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