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합작, 협업) 마케팅의 일종으로 동종 혹은 타 업종의 디자이너와 브랜드, 브랜드와 브랜드가 만나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해 내는 것을 말한다. 디자인이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급부상하면서 IT업체들도 독특하고 차별화한 디지털기기 상품을 내놓기 위해 이종교배를 선택한 것이다.
가장 명품마케팅에 주력하는 대표적인 곳은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휴대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독일 아우디, 덴마크 뱅앤올룹슨, 프랑스 루이비통에 이어 독일 자동차 업체 BMW와도 제휴하는 등 명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화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BMW 5시리즈 신차에 3G 하드디스크가 내장된 '슈퍼뮤직폰 SGH-i300'을 연동한 차량용 AV시스템 '아이드라이브'를 탑재했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독일의 아우디와 블루블랙폰Ⅱ(SGH-D600)를 블루투스로 연결, 휴대폰 음악을 차량의 스테레오 스피커로 청취할 수 있는 'A2DP(Advanced Audio Distribution Profile)'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또 세계적 음향기기 제조업체인 뱅앤올룹슨(B&O)과 공동으로 제작한 명품 휴대전화 '세린'을 최근 유럽시장에 선보였다. 대당 가격만 1천유로(한화 126만원)에 달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유럽 19개국에 있는 삼성전자와 B&O사의 프리미엄 전문 매장에서 한정 판매하고 있다.
'세린' 휴대폰은 디자인과 기능면에서 파격적이다. 기존 휴대폰의 고정 관념을 깨뜨리며 LCD 화면을 과감하게 아래에 배치했고, 키 패드도 바둑판식 배열이 아니라 원형을 채택했다. 특히, 과거 다이얼 전화기를 연상시키는 원형 키 패드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적 흔적'과 같은 고전미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번호식 모델명을 사용하지 않고 '고요한, 잔잔한, 고귀한' 등의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 '세린(Serene)'으로 별도의 이름을 붙인 것도 우아하면서도 단순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삼성전자와 B&O의 휴대폰 공동 개발은 휴대폰 명가(名家)와 전통의 오디오 명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세계 IT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삼성전자는 이미 국내에서 콜래보레이션 효과를 제대로 경험한 바 있다. 제일모직 빈폴 브랜드와 손잡고 일명 ‘에릭폰’으로 불리는 무선랜 뮤직폰 전용 케이스를 출시했으며, 가방 브랜드 루이 까또즈와도 협업을 통해 히트상품인 ‘빨간 노트북’ 컴퓨터 가방을 제작했다.
종전까지 칙칙한 검정색 노트북 가방과는 달리 루이 까또즈의 로고가 새겨진 세련된 가방은 젊은층들에게 ‘웬만한 명품 가방 부럽지 않다’는 소리를 들으며 가방 때문에 노트북을 사는 소비자까지 배출할 정도였다.
LG전자도 세계적 크리스탈 제조업체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탈 4천900개를 수공장식해 부착한 냉장고 '프렌치 디오스'를 200대를 한정판매했다. 이에 앞서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로고를 18K 골드라벨로 제작한 하드디스크 일체형 50인치짜리 PDP TV를 680만원에 815대 한정판매한 데 이어, 본체 테두리와 스탠드에 24K 금장식을 두른 71인치 초대형 금장 PDP를 선보이기도 했다.
협업을 통한 명품마케팅은 외국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업체인 노키아는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수제 최고급 모델 200대를 최근 주문 판매했다. 노키아의 명품 휴대전화는 가장 싼 게 5천302달러(553만원)이며 백금으로 만든 키패드와 8캐럿의 다이아몬드, 루비 등으로 장식된 최고급 모델은 8만8천300달러(9천212만원)에 거래됐다. 또 세계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인 베르사체가 디자인한 휴대전화(모델명 ‘7270’)를 727대 한정판매했다. 노랑·검은색이 어우러진 이 제품은 대당 1천13달러를 호가하며 인기를 끌었다.
지멘스도 지난 3월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인 에스카다의 향수에서 영감을 얻어 ‘SL65’의 한정판 모델을 내놓아 화제가 됐다. 열대 지방의 석양을 연상시키는 펄 분홍색과 보라·금빛을 조합한 이 제품은 특유의 진주장식과 에스카다 로고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또 대만 전자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에이서는 최고급 스포츠카 페라리와 협업, '페라리 4000'이란 노트북 컴퓨터를 출시했다. 페라리의 뛰어난 자동차 외관 재료인 카본 파이버(Carbon fiber) 커버를 사용해 기존의 알루미늄 무게 절반에 철강보다 여덟 배의 복원력을 가진 노트북 외관을 만들고 페라리 스포츠카의 고광택 밀러 코팅 기술도 활용, 새로운 개념의 가볍고 견고하며 세련된 외관의 고급 노트북을 탄생시켰다.
이외에도 PC·LCD모니터 업체 팝아트컴(www.comterior.com)은 순금·순은제 명품 PC모니터를 내놓았다. 순은 100돈으로 만들어진 외장 케이스에 17인치 LG TFT-LCD 패널을 장착하고 순금 10돈으로 만들어진 용(龍) 문양과 다이아몬드로 장식돼 있으며 가격은 10개 한정 대당 200만원대이다.
삼성전자도 최고급 MP3 플레이어 `YP-W3'를 출시, mp3플레이어로는 고가인 89만9천원임에도 불구하고 판매 시작 60시간만에 생산물량 200대가 모두 팔려나가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 제품은 표면에 백금을 입히고 8개의 천연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유리 등 최고급 소재로 만든 제품이다.
PC 주변기기인 마우스와 키보드에서도 '명품'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로지텍코리아는 세계 최초의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스마트 마우스를 비롯해 게임 전용 레이저 마우스·키보드 등 8종을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갈매기 날개형' 디자인을 채택해 장시간 사용해도 피로감이 덜 하다는 '내추럴 인체공학 키보드 4000'과 리모컨이나 마우스를 따로 쓸 필요가 없는 미디어센터 PC용 키보드를 내놓았다.
- 이창은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5-1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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