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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24-02-06

대한민국 마이크로바이옴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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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오해

대다수 연구가 그렇듯 바이오 및 의료 연구도 트렌드가 급변한다. 1990년대 말엔 유전공학이, 2000년대 초반부터는 줄기세포와 조직공학 연구가 많은 연구자를 유혹했다. 2020년 전후부터 트렌드를 선도하는 바이오 및 의료 연구 분야 중 하나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다. 이의 어원은 미생물 군집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와 이들의 유전적 정보를 의미하는 게놈(genome)을 합친 단어라는 주장, 단순히 미생물(microbe)과 이들의 생태계(biome)를 통칭하는 단어라는 설 등 다양하다.

몸에 존재하는 다양한 미생물 및 그와 관련된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고 역할을 연구하는 게 이 연구의 목적이다. 어떤 이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제2의 게놈’,  ‘제2의 뇌’로 부르며 맹목적인 믿음과 관심을 보인다. 2023년 4월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았고, 관련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9천억 원에서 2032년 약 8조 원으로 예상되니 큰 관심은 이미 예상된 것일 수 있다.

이런 신화적 관점에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23년 7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의 자매지(Nature Microbiology)도 이를 꼬집어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의 신화와 오해’(human mirobiome myths and misconception)라는 내용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오해를 해결하기 위해선 복잡한 이 연구에 대해 더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

 

종합 뱅크의 필요성

가장 오랜 기간 많은 사례를 통해 진행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장내 미생물 이식(FMT;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다. 해외에서는 FMT에 기반해 근거를 확보한 후 치료제를 개발하는 시도가 이어지며,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같은 난치성 소화기 감염질환에서 100%에 가까운 완치율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연세대 의과대학 고홍 교수가 세브란스분변미생물이식센터를 통해 이 분야의 선도 기업들과 연구를 진행한다. 또 2022년 시작한 산업통상자원부의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상용화 제품 기술개발 사업’은 2025년까지 FMT에 기반한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후보물질을 선정하고, 이를 통한 제품개발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다만, 이들 연구는 연구자 중심으로 진행될 때가 많은데, FMT와 관련한 생물학적 샘플은 연구자나 산업계 입장에서 접근이 매우 어렵다. 이에 많은 관계자가 생물학적 샘플과 관련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저장·분양·공유해줄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종합 뱅크’(이하 종합 뱅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국제 협력과 양자 컴퓨터 활용

만성 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며, 개인의 유전 정보 또한 매우 복잡하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결과가 관련 샘플을 분석하고 차이를 살핀다고 해도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일례로 인체에는 39조 개의 미생물이 있는데, 이를 모두 고려해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 점이 연구자들에게는 가장 어렵다. 하지만 다행히도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양자 컴퓨터가 국내 최초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올해 상반기 도입된다. 이를 통해 각 환자에 따른 ‘정밀의학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해당 컴퓨터에 데이터로 입력될 생물학적 샘플에 대한 환자 정보와 유전체 분석 정보 등이 필요하므로 종합 뱅크 설립이 또 중요해진다. 정부의 국책사업에서도 양자 컴퓨터를 활용하고 해외의 선도기관과 협력하면서 종합 뱅크를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글로벌한 사업이 아닐까? 이때 비로소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대한 오해가 줄고 '신화'와 같은 연구개발 결과가 이어질 것이다.

 

심바이오머를 통한 협력 연구

얼마 전 TV에 모 대학에 거액을 기부한 한의사 출신 원장이 출연했다. 그의 얘기 중 한의학·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합쳐진다면 대한민국도 노벨 의학상을 받을 것이란 말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대한민국의 마이크로바이옴 신화와 노벨 의학상 같은 업적은 한 분야의 연구만으로 불가능하다. 최근 구강-장, 구강-뇌 등 마이크로바이옴 연계성이 제시되면서 다양한 장기에 사용 가능한 생체재료, 일명 ‘심바이오머’(symbiomer)에 관심이 커졌다. 심바이오머는 적용되는 장기에서 유익균을 증가시키고 유해균은 감소시켜 몸 안에서 마이크로바이옴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바이오 활성 소재다. 치과 분야에서 연구가 시작됐지만 이어 소화기내과에서도 연구가 이뤄지고, 연세대 치과대학과 의과대학이 하나의 정부 과제를 수주하는 등 협력이 활발하다.

양자 컴퓨터를 활용해 몸에 유익한 균과 유해한 균을 파악하고 치료에 활용한다면 치과뿐 아니라 의학, 한의학 분야에서도 '신화'적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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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2024-0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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