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공상과학 TV 시리즈인 스타트렉(Startrek)에서는 선장이나 승무원들이 미지의 행성을 만났을 때 현지 탐사를 위해 순간이동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행성 환경이 모두 제각각임에도 복장은 항상 똑같다는 점이다.
몸에 달라붙는 얇은 레깅스같은 소재를 입고 있지만, 행성 환경이 어떠하든지 선장과 승무원들은 자유롭게 활동하며 현지를 탐사한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과장된 설정이기는 하지만, 나름의 과학적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새로 들어온 승무원에게 선장이 유니폼의 특징을 설명하며 빛을 받으면 체온이 적절하게 유지되는 유니폼이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TV시리즈가 방영되던 1960년대만 해도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설정이었지만, 그로부터 50여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충분히 가능한 과학적 설명이다.
그런데 이처럼 빛을 받으면 체온을 적절하게 유지하고 에너지도 생성하는 의류가 핀란드에서 개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아직 효율 면에 있어서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아무리 추운 곳이라도 햇빛만 비춘다면 체온을 유지할 수 있기에 미래의 의류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필름형 태양광 패널은 소재 아래 형성
빛을 받으면 체온이 적절하게 유지되는 의류는 핀란드의 알토대학(Alto University) 연구진이 개발했다. SPT(Sun Powered Textiles)라는 이름의 이 의류는 필름처럼 얇은 태양광 패널이 소재 아래에 형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SPT는 외관만 보면 패널이 들어있다고 아무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자랑한다.
태양광을 받아 체온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의류가 SPT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의류들은 태양광 패널이 전면에 형성되어 있어서 평범한 형태가 아닌 실험적 형태의 의류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실생활에서 입고 다니기에는 거북스러운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반면에 SPT는 자연스러운 의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태양광 패널이 가진 기능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같은 의류를 제작하기 위해 연구진은 의류 소재의 표면이 아닌 아랫단에 박막 형태의 태양광을 탑재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물론 태양광을 충분히 받아야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만큼,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의류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진은 다양한 검토를 했다. 시제품 테스트 과정에서 소재가 최대한 빛을 많이 통과시킬 수 있도록 직물 구조와 밀도, 그리고 마감 처리에 있어서 기존의 의류 소재들과 완전히 차별화된 방법을 선택하여 개발에 성공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소재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알토대학의 ‘엘리나 일렌(Elina Ilen)’ 연구원은 “완성된 의류는 겉에서 볼 때 태양광 패널이 내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다”라고 강조하며 “특히 세탁기에 넣어 물세탁도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의류 소재가 어떤 특정한 원단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빛이 잘 통과되도록 소재를 짤 수만 있다면, 면이나 마, 또는 폴리에스테르나 폴리아미드 등 모든 종류의 섬유를 SPT 소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의견이다.
일렌 연구원은 “야외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중에는 안전을 위해 배터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라고 언급하며 “하지만 SPT를 착용하면 별도의 배터리 없이도 의류가 에너지를 생성하여 전력을 공급해 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연구진은 SPT가 의류 외에도 커튼의 소재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커튼 소재와 별로 다르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아름답지만, 태양광을 받아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발전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섬유처럼 만든 전지가 에너지 만들어
SPT처럼 태양광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들지만, 패널이 아닌 섬유처럼 만든 전지가 에너지를 만드는 사례도 있다. 바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재료연구원(KIMS)의 연구진이 개발한 섬유형 태양전지다.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는 섬유형인데다가 빛 흡수율까지 높여서 휴대폰처럼 주변 기기를 충전하는 의류나 가방과 같은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개발된 섬유형 태양전지 기술은 기존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태양전지의 핵심소재인 액체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대량으로 합성함으로써 확보한 고체 타입의 섬유형 태양전지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에 많이 사용되었던 액체 전해질은 누수가 심해서 태양전지의 안정성과 광전효율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KIMS 연구진은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고자 태양전지에 알맞은 고체전해질 소재 개발에 매진해 왔다.

그 결과 연구진은 세계 최고 성능의 고체타입 섬유형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고체 타입의 섬유형 태양전지는 저렴한 비용과 가공의 용이성, 그리고 소재의 유연성과 다양성 등에 있어서 기존의 태양전지들에 비해 장점이 많아서 의류는 물론 박막 형태로 인쇄하는 작업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체타입 섬유형 태양전지는 극저온과 초고온의 극한 환경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극지탐사나 우주탐사와 같은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의류 외에도 가방이나 텐트 등에 섬유형 태양전지가 활용되면 별도로 배터리를 갖고 다녀야 할 필요는 없어진다는 것이 KIMS 연구진의 생각이다. 가방을 메고 다니기만 해도, 텐트를 치기만 해도 디지털 기기들에 충전할 에너지가 충분히 확보되기 때문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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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11-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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