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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에도 탑재되는 레이저 무기 대공 및 대수상용, 은밀작전용으로 가능성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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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급 잠수함 ⒸUS NAVY

 

SF 영화의 스크린을 넘어 갈수록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레이저 무기. 미군은 심지어 잠수함에도 레이저 무기의 탑재를 시도하고 있다.

미 해군이 이러한 시도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부터다. 그해에 버지니아급 공격 원자력 잠수함에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를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잠수함과 레이저, 얼핏 생각해도 진지하게 생각해도 별로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레이저 무기는 잠수함의 주된 활동영역인 물 속에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양빛 조차도 수심 1,000m 이하까지는 못 뚫는다. 레이저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공학적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레이저는 의외로 원자력 잠수함과 궁합이 좋은 부분도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잠수함이 아닌 원자력이다. 고에너지 레이저는 작동시키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원자력 잠수함은 원자로를 통해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버지니아급 잠수함의 전자광학식 잠망경(우측의 청록색 막대 2개) ⒸUS NAVY

 

전자광학식 잠망경에 레이저 무기 통합 가능

지난 2004년에 취역한 버지니아급 원자력 잠수함은 정보 수집 및 특수부대 수송 임무도 겸하고 있다. 또한 이 잠수함의 잠망경은 기존의 광학식과는 다른, 전자광학식이다. 기존의 광학식 잠망경이 핸들을 사용해 수동 조작되고, 여러 개의 프리즘을 통해 외부의 빛을 받아들여 관측자에게 전달한다. 또한 잠수함 선체를 관통해서 설치되는 관통식이다. 그만큼 내부 공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반면 전자광학식 잠망경은 3대의 카메라(컬러, 고해상도 흑백, 적외선)와 레이저 거리 측정기를 마스트에 장착하여, 이들 센서에서 얻은 영상을 전자 신호로 바꾸어 광섬유를 통해 함내 스크린에 전달해 준다. 비관통식이므로 함내 공간도 절약된다. 관측자는 조이스틱을 통해 자동식으로 잠망경을 조작한다. 그렇다면 이 잠망경에 레이저 무기를 단다면 잠수함이 잠망경만 내밀어 수상의 표적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잠수함에 장착될 레이저 무기로는 미국 록히드 마틴 사가 개발한 고에너지 레이저 및 통합형 광학 기만 감시장치(High Energy Laser with Integrated Optical-dazzler and Surveillance, 약칭 HELIOS)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장비는 단순한 레이저 무기가 아니라, 장거리 정보 감시 정찰이 가능하고, 적 무인기가 실은 정보 감시 정찰 장비의 기만도 가능하다. 출력은 60kW이다.

이 장비는 원래 수상함용으로 개발되었다. 때문에 잠수함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좁은 잠수함의 특성상 레이저 광선의 방향과 초점을 제어해 주고, 원자로에서 동력을 연결해 쓰는 시스템을 추가시켜야 한다.

광선 제어장치는 여러 개의 렌즈와 반사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에서도 핵심부품은 전자적으로 제어되는 변형식 반사경이다. 자체적으로 형상을 변화시켜 광선의 초점을 유지하고 대기로 인한 광선의 왜곡을 보정한다. 미 해군은 역시 2011년부터 잠수함용 광선 제어장치 시제품을 발주하고, 이 기술의 소형화를 시도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원자로에서 레이저 기기로 전력을 끌어오는 배선의 추가 역시 잠수함의 압력선체에 안전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미 해군은 이러한 배선 추가 프로젝트를 2020년 완성 목표로 2017년부터 시작했다. 올해부터 시작된 유사 프로젝트에서는, 200킬로와트급 레이저 기기를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실용화된 어떤 군용 레이저 기기보다도 더 강한 출력값이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예인식 발전기를 이용해 잠수함 탑재 레이저의 해상 실험을 할 것이다.

현재 미 해군은 바다의 거칠고 빠르게 변하는 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더 파장이 긴 레이저를 실용화하고자 한다. 파장이 길면 산란이 적게 일어나고 사거리가 길어진다. 그 때문에 탐지하기도 어려워져 은밀 작전에도 적합해진다. 잠수함 작전 역시 은밀 작전이다.

미군은 이미 수상함용 레이저 무기의 실험을 시작했다. ⒸUS NAVY

레이저로 대공, 대수상, 대지상 공격 가능

하지만 미 해군은 과연 이 레이저를 잠수함에 탑재해 대체 무엇을 쏘려 할 것인가? 미 해군은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추측은 가능할 것이다.

첫 번째 가능성은 적의 대잠 항공기와 수상함을 상대하는 잠대공/잠대함 무기다. 특히 잠대공 무기로서는 실로 혁신적이다. 예전에도 대공포에서부터 미사일에 이르는 다양한 잠대공 무기가 개발된 적이 있으나, 그리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레이저 무기는 잠대공 무기로써 대공포, 미사일보다 우월하다. 일단 제대로 조준해서 발사하면 적은 피할 수 없다. 초속 30만km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미사일과 같은 유도 무기가 아니므로 기만책에도 강하다. 또한 적이 쏘는 미사일 등의 무장을 요격할 수도 있다. 적 대잠 무인기의 유도 장치를 무력화할 수도 있고, 수상의 적함과도 교전이 가능하다. 이를 이용 함대를 방어하는 잠수함의 근접 방어 무기로도 쓰일 수 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은밀 작전용이다. 레이저는 기존의 미사일이나 로켓과는 달리, 발사시 발포자의 위치를 노출시키는 발사 화염과 폭음이 나오지 않는다. 그 때문에 잠항 중인 잠수함이 잠망경에 달린 레이저 무기만 물 위에 노출시킨 후, 육상의 적을 은밀 타격하는 방식으로도 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잠수함이 육상 표적으로부터 수 km 내의 근거리까지 접근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버지니아급 잠수함의 전자광학식 잠망경 업그레이드 계획을 볼 때, 앞으로 최소한 3년간은 잠수함에 레이저 무기가 장착되는 것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해결해야할 기술적 문제도 많이 있다. 해면에서 매우 가까운 잠망경 높이에서 발사되는 레이저는 대기의 난류, 해면의 파도와 비말 등의 장애물에도 그만큼 취약하다. 그러나 미 해군은 지난 10년간의 연구 개발 끝에 잠수함의 레이저 탑재가 유용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저작권자 2021-03-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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