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한소정 객원기자
2021-03-23

갑오징어의 마시멜로 실험 갑오징어도 자기 절제 능력이 있다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갑오징어(Sepia Officinalis)©위키커먼스

당장 눈앞의 보상으로 만족감을 얻는 대신 기다렸다가 더 큰 보상을 받는 것은 ‘자기 절제’ 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효과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목적 지향적인 행동을 하는 데에 필수적인 능력이다. 인지 능력이 높을수록 자기 절제력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 알려진 스탠퍼드 대학의 ‘마시멜로 실험’은 4-6세 정도의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하나를 주고, 이것을 지금 바로 먹을지, 15분 동안 먹지 않고 기다린 뒤에 마시멜로 하나를 더 받을지 선택하도록 했다. 이 아이들이 자란 뒤에 이루어진 후속 연구에서, 기다렸다가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았던, ‘만족 지연’을 할 수 있었던 아이들이 미국의 수능 시험 성적과 전반적인 학업 성취도, 체질량 지수(BMI) 등이 기다리지 않았던 아이들보다 우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로열 소사이어티’지에 실린 연구는 갑오징어(Sepia officinalis)에게서 이처럼 더 큰 보상을 위해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했다.

수명이 2년이 채 되지 않는 갑오징어는 오징어와 문어의 친척뻘 되며, 협동과 같은 조율이 필요하지 않은 비교적 단순한 사회 환경에 산다. 그러나 새우나 작은 게와 같은 먹이를 찾기 위해서는 한참을 찾아다녀야 하는 생태 조건 때문에 방향을 찾고 학습과 기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갑오징어는 종종 인지 실험에 사용되어 왔다.

이번 연구에는 거의 성체에 가까운 9개월짜리 갑오징어 여섯 마리가 사용되었는데, 연구진은 먼저 갑오징어들이 여러 종류의 새우와 작은 게들 중에 더 선호하는 먹이 종류가 무엇인지 알아냈다.

그리고 세 가지 조건을 동그라미, 세모, 네모와 같은 표식과 연결하도록 학습시켰다. 당장 먹이를 주는 조건과 기다린 뒤에 먹이를 주는 조건, 기다린 뒤에 먹이를 주지 않는 조건을 각각 고유의 표식과 함께 노출시키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본 실험을 위한 것으로, 이에 앞서 연구진은 당장 먹이를 주는 조건과 기다린 뒤에 먹이를 주는 조건을 각각 ‘밝음’과 ‘어두움’이라는 빛의 명암에 연관시키는 훈련도 했는데, 이것은 각 갑오징어들이 같은 조건을 전혀 다른 자극과 연결시키는 학습이 가능한지를 시험하는 것으로, 개체별 인지능력을 측정하는 데에 사용했다.

갑오징어들은 이후 연구진이 만든 붙어있는 두 개의 투명한 먹이 상자 앞에서 하나의 먹이를 선택하도록 훈련받았다. 갑오징어가 한 상자를 선택해 들어가면 다른 상자에 있는 먹이는 사라지도록 했다. 두 개의 선택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학습하는 과정이었다.

모든 훈련 과정이 끝난 뒤에, 연구진은 갑오징어들이 투명한 두 개의 먹이 상자 앞에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당장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상자와 기다렸다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상자 중에서 고르는 것이었다. 각 상자는 학습시켜 둔 고유의 표식과 먹이 종류와 함께 상자 안에 제시되었으며, 기다리는 조건의 경우, 10초에서 시작해 10초씩 길이를 늘려갔다. 갑오징어들이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연구 결과 갑오징어는 더 선호하는 먹이를 얻기 위해서 50-130초가량 만족 지연을 할 수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당장 눈앞에 있는 질이 더 낮은 먹이를 취하는 확률이 높았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이는 다른 포유류와 조류에서 이루어진 유사 실험들에서 확인한 결과와 같았다. 이에 더해, 연구진은 여섯 마리의 갑오징어들 사이에서 학습능력과 만족 지연 능력과의 상관관계도 볼 수 있었다.

또 흥미로운 것은, 침팬지나 개, 앵무새와 같은 종들에서 만족 지연을 실험한 이전의 연구에서 이들이 눈 앞의 먹이를 먹지 않고 참는 동안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거나 눈을 감는 다거나 하는 행동이 관찰되었는데, 갑오징어 실험에서도 이들이 기다리는 동안 몸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행동이 관찰되었다고 보고한 것이다. 인간도 그렇듯이 참는 동안 주의를 흩트리기 위해 한 행동으로 연구진은 해석하고 있다.

만족 지연을 포함한 자기 조절 능력은 도전적인 인지 과정으로, 영장류, 까마귀, 앵무새의 경우 그들의 높은 자기 조절 능력은 도구 사용이나 음식을 숨겨두는 행동, 다른 개체들과 협동하고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사회성 등의 사회 생태학적 요인에 의해 발달한 것으로 연구자들은 해석한다. 갑오징어의 경우에는 야생에서 도구 사용이나 음식을 숨기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 사회성도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연구진은 이들의 만족 지연 능력이 때로 먹이를 기다리며 오래도록 움직임 없이 기다리거나 주변 환경으로부터 구분되지 않게 위장한 채로 멈춰있어야 하는 생태적 특징이 관련되어 있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한소정 객원기자
sojungapril8@gmail.com
저작권자 2021-03-23 ⓒ ScienceTimes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