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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서현교 객원기자
2005-07-18

나노와 만나면 가전제품도 '웰빙' 은나노 기술로 휴대폰, 컴퓨터등 새로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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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만 느껴졌던 나노기술이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에서 다뤄지는 나노기술이 의약, 가전, 반도체, 화장품, 생필품, 잡화, 자동차, 소재 등 전 산업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 주관으로 오는 8월 24일 일산 KINTEX(킨텍스)에서 개최되는 ‘나노코리아 2005’ 행사는 나노기술의 상용화와 미래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본지는 이 행사에 앞서 인간의 생활에 적용되는 나노기술들을 찾아 시리즈로 다룬다.

[편집자 註]


반지, 목걸이, 팔찌, 귀걸이, 수저, 젓가락 등에 사용되던 은(Silver)이 나노기술을 통해 가전제품분야로 속속 접목되고 있다. 은(실버)은 옛날부터 살균*소독제로 사용돼 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살균을 위해 은 판자를 사용했으며, 미 서부개척 시대에는 우유 속에 은화를 넣어 보존기간을 연장시켰다. 인도에서는 은막으로 음식을 쌓아 보호했다.

현대과학은 은에 대해 650여 가지 유해균을 죽이는 효과가 있는 데 반해 인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금속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세균에게는 맹독성, 인체에는 무독성인 것이다. 이런 효능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원가상승 때문에 은의 활용은 지지부진했다.

그런데 나노기술이 은의 활용에 불을 지폈다. 은을 나노사이즈로 잘게 쪼개 같은 양으로 은의 표면적을 늘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적은 양의 은을 써도 똑같은 살균*소독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을 갖게 된다. 신기한 점은 은의 색깔이 나노로 쪼개지면서 은색에서 검은색 계통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물론 은을 나노 사이즈로 쪼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수년 전 국내 벤처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성공한 후, 웰빙 바람을 타고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에 은나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가전 3사, 은나노 세탁기술 판이

은나노의 적용기술은 ▲은나노 입자로 제품 표면을 코팅하거나 ▲은나노 입자와 플라스틱 재료 등을 혼합해서 완제품을 만들거나 ▲아예 은판을 제품에 부착하고 전기분해로 은나노 입자를 방출시키는 것 등이다. 이런 은나노 기술은 나노튜브나 DNA처럼 별도의 조작기술이 필요 없기 때문에 아이디어와 수요만으로 우선 상품화가 가능했다.

현재 삼성전자, LG,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국내 가전 3사가 은나노 기술을 응용한 가전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은 세탁기다.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8g짜리 은판 두 장을 세탁조에 부착하고 이를 전기분해해서 40억 개의 은 이온(나노사이즈)을 물에 녹이는 기술을 적용한 세탁기를 판매하고 있다.

물에 녹은 은나노는 세탁물과 접촉해 찌든 때와 세균을 말끔하게 없애주고 옷의 항균효과가 한 달 간 지속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한 1주일에 4회 세탁한다고 가정할 때 10년 동안 세탁기의 은나노 효과가 유지된다고 한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복지부 소속 어린이 수술센터는 삼성전자가 기증한 은나노 드럼세탁기에 대한 살균소독 실험을 실시한 결과 99.9%의 살균효과를 확인한 후 병원의 무균환경 조성에 큰 도움이 됐다는 감사편지를 회사 측에 전해오기도 했다.

LG전자는 세탁통과 세탁리프트에 은나노 입자를 코팅, 세탁 중에 은입자가 물에 포함되는 방식을 채용했다. 회사 측은 세탁조에 은나노가 내재됐기 때문에 세탁기를 돌리지 않아도 지속적인 항균효과와 세탁조의 찌든 때나 유해성 세균 증식도 억제된다고 설명한다. LG전자는 트롬세탁기 은나노 기술의 안전성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입증 받았다.

대우 일렉트로닉스는 아예 은나노 파우더를 섞어 세탁조를 성형했다. 대우는 한국소비과학연구센터가 입자를 넣은 용기와 일반 용기에 대한 살균력*항균력 실험을 한 데이터를 자사 세탁기 살균의 근거자료로 내세운다.



제2, 제3의 나노소재와 가전제품 결합 전망

세탁기 외에도 냉장고, 에어컨, 공기청정기, 컴퓨터, 휴대폰 등에 은나노 기술이 확대되고 있다. 에어컨의 공기가 통하는 덕트 부분, 냉장고*전자레인지의 실내, 공기청정기의 필터, 청소기의 먼지통 등은 세균 증식이 쉬운 곳이다. 이런 부분에 은나노 기술을 적용하면 세균증식이 억제되고 냉장고의 경우 보관식품의 수명과 신선도를 장시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대우전자는 재작년 2월 국내 최초로 대형가전인 양문형 냉장고에 은나노를 결합한 나노실버 냉장고를 출시하고 국내에 은나노 열풍을 일으켰다. 이 회사는 양문형 냉장고의 가스켓, 냉장고 서랍, 냉기 덕트 등에 나노실버가 사출 성형된 제품을 적용한 데 이어 김치냉장고, 에어컨, 청소기, 전자레인지 등에도 은나노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내부 전체에 은나노 코팅 기술을 적용한 양문형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공기청정기, 청소기에 이어 최근에는 휴대폰, MP3까지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현재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에 은나노 코팅기술을 적용*생산하고 있다. LG전자도 김치냉장고 청소기, 공기청정기, PC용 LCD모니터 등 다양한 가전에 은나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가전 3사는 이 같은 모델을 기반으로 미국, 멕시코, 유럽 등 세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중소 가전업체도 은나노 가전 출시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1월 밥솥시장 선두업체인 쿠쿠홈시즈는 은나노 성분으로 구성된 물탱크를 채용한 가습기를 내놓았다. 은나노 가습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케이텍은 은나노기술을 적용한 컴퓨터용 마우스를 판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전제품이 앞으로 은이 아닌 제2, 제3의 나노소재와의 결합으로 새 기능 또는 기존 기능의 강화가 실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노기술이 이런 기대의 열쇠가 되는 것이다.

서현교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5-07-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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