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태양계의 중심별인 태양에 관하여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태양의 표면 온도는 대략 5500℃ 정도인데, 태양 대기층의 가장 바깥쪽 부분인 코로나(corona)의 온도는 무려 100만℃가 넘는다. 이러한 온도 역전 현상은 태양의 미스터리 중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는 태양풍의 근원이기도 하다. 이온화된 플라스마 상태의 태양풍은 자기장을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태양 자기장의 흐름을 알아낸다면 태양풍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대학과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연구원 등이 포함된 국제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태양 코로나의 자기장 지도’를 작성해서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이 지도를 통해서 지금껏 몰랐던 태양의 신비를 한 꺼풀 벗겨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알펜파 흐름을 추적해서 코로나의 자기장 지도 작성
코로나는 태양 표면의 약 1000만 분의 1 정도로 밀도가 작아서 밝기가 매우 어둡다. 그래서 개기일식 동안에나 잠깐 볼 수 있다. 코로나를 제대로 관측하게 된 것은 항성의 빛을 가려서 주변 물체를 살필 수 있는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가 개발된 이후부터다.
국제연구팀은 하와이의 마우나로아 태양관측소에 설치된 ‘코로나 다중채널 편광계 (Coronal Multi-channel Polarimeter, CoMP)’를 이용해 코로나의 알펜파(Alfvén waves) 흐름을 추적했다. 알펜파는 자기장 내의 플라스마 같은 전기 전도성 유체에서 발생하는 작은 자기파로, 이를 추적하면 자기장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의 리처드 모튼(Richard Morton) 연구원은 “CoMP에서 수집한 태양 코로나 데이터에는 알펜파 파동으로 가득 차 있있다. 지진학자들이 지진파를 이용하여 지구의 내부 구조를 밝히듯, 우리는 알펜파로 태양의 속성을 조사했다”라고 밝혔다.

간혹 태양이 자기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방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폭발은 막대한 양의 코로나 물질을 우주 공간으로 날려 보낸다. 만약 자기장의 방향이 지구 쪽으로 향하면 강력한 태양풍이 불어와서 인공위성 통신망이나 지상의 전력망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연구 논문의 제1 저자인 지하오 양(Zihao Yang) 베이징대학 연구원은 “태양 자기장은 항상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알펜파를 이용해서 태양 자기장의 전체 분포를 지도로 작성했지만, 한순간의 상태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라면서 지속적으로 태양 자기장을 관측해야 태양 폭발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코로나 자기장의 세기를 측정
알펜파의 이동 속도는 자기장의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즉, 파동이 얼마나 빨리 이동하는지 측정하면 자기장의 세기를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측정에서 확인된 코로나의 자기장 강도는 대부분 1가우스에서 4가우스 사이였다. 이는 지구 표면 자기장의 몇 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의 세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에 사용된 CoMP 장치는 스티븐 톰지크(Steven Tomczyk) NCAR 선임연구원이 설계한 코로나그래프의 일종이다. 과학 이론가들은 수십 년 전부터 코로나의 속도로 자기장 강도를 추론할 수 있다고 예상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태양 전체를 측정한 연구가 시행되지 않았다.
실제 코로나 관측을 통해 자기장 지도를 작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같은 기술을 사용해서 지구 자기장 지도를 항시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태양 활동으로 인한 지구 자기의 측정 오차를 해결할 수 있고, 태양 폭발과 흑점 주기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 심창섭 객원기자
- chsshim@naver.com
- 저작권자 2020-09-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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