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팔이나 다리를 잃은 사람은 의족, 의수 등의 장비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런 의수, 의족 기술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손을 잃은 사람은 대부분 마네킹처럼 생긴 손 모양의 보형 기구를 사용하는 일이 많다. 의족의 경우는 어느 정도 보행을 보조하는 기능이 있지만, 다리를 절면서 걷는 것을 피하기도 어렵다.
최근 들어 이런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급진전하는 의공학 기술 덕분에 정상인과 거의 차이가 없는 첨단 의족, 의수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체 신호 이용한 첨단 의수족 실용화 단계
기존의 의족, 의수는 사람이 기계장치의 움직임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의족의 경우 대부분 내부에 스프링이 들어 있는데, 발을 옮길 때마다 펴졌던 발목이 스프링의 힘으로 자동으로 접힌다. 이 타이밍에 맞춰 걸음을 옮기면 얼핏 보기에 자연스럽게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복잡한 운동을 하려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전기모터 등을 이용한 고가의 로봇형 의족도 있지만,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발목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서 근본적인 불편함은 해소하기 어려웠다.
최근 발전하고 있는 의공학 기술로 이런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사례는 한국기계연구원이 개발한 ‘스마트 로봇 의족’이다. 이 의족은 환자의 보행 동작을 3D 모션 캡처 시스템을 이용해 정밀하게 분석해 만들었다. 이후 개인별로 최적화된 맞춤형 보행 모델을 적용할 수 있어 착용자의 보행속도와 지면의 경사도를 순간적으로 측정하고 출력 토크를 조정해 자연스러운 보행을 하도록 돕는다. 2016년부터 해운대백병원과 협력을 통해 발목 절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올해부터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실제 보급에 들어갔다. 해외에서 판매 중인 고가 로봇 의족의 가격은 약 8000만 원인데 비해 1500만 원 정도에 보급할 수 있고 성능도 더 뛰어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의수도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마네킹처럼 모양만 흉내 내는 의수를 착용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는 물건을 집고 옮길 수 있는 첨단 의수가 등장하고 있다. 영국 터치 바이오닉스는 2008년 인체 공학 의수 'i-림'의 일반 판매를 시작했다. 각 손가락에 정밀 센서와 모터를 탑재하고 있어 문자 보내기, 바나나 껍질 벗기기, 볼펜 쥐기 등 어느 정도 세밀한 동작을 할 수 있다.
세그웨이 발명가로 유명한 미국인 발명가 ‘딘 카멘’도 2015년 고성능 로봇 의수 ‘데카 암 시스템’를 개발해 발표한 바 있는데, 암벽등반을 할 정도로 큰 힘을 낼 수 있지만 동시에 동전이나 계란을 집어 옮기기도 하는 등의 정밀한 작업이 가능해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의수는 팔의 근육에서 생겨나는 전기신호(근전도)를 분석해 움직인다. 인체에서 보내는 신호를 가로채 로봇 팔을 움직여 보인 셈이다.
뇌파 분석방법하고 말초신경에 직접 연결
궁극의 의족, 의수 기술은 인간의 뇌파를 해석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100% 성공을 점치기 어려운데,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뇌파는 뇌 혈류에 따라 생겨난 미세한 전기신호이다. 뇌파를 분석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을 통해 뇌 속의 신경 신호를 100% 분석해낼 수 있다고 기대하긴 어렵다. 뇌파를 통해 로봇팔이나 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려면 아직 미지의 영역에 있는 뇌과학의 발전이 충분히 선행된 후에야 그 성패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뇌파를 최대한 해석하고, 이 신호와 동시에 다른 여러 가지 인체 신호를 복합적으로 해석할 경우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의공학분야 전문기업 ‘브레인코’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첨단 로봇 의수를 선보여 혁신상을 받았다. 뇌파와 동시에 팔의 근전도 신호를 분석해 움직이는 로봇 의수를 개발하고, 미 FDA의 승인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품은 2019년 타임지 선정 100대 발명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기존의 로봇 의수는 미리 정해진 몇 가지 동작을 수행하는 데 그치지만 브레인코의 신형 로봇 의수는 훨씬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뇌파와 팔의 근육 신호를 분석해 연습할수록 점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재활과 충분한 연습을 거치면 피아노를 치거나 글씨를 쓸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뇌파를 직접 분석하기보다 팔이나 다리에 남아있는 신경에 직접 로봇팔의 전기회로를 연결하는 방식도 최근 개발되고 있다. 신경을 정돈하고 접합하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부담이 생기긴 하지만 본래 팔다리를 움직이던 신경이며 뇌파만큼 신호가 복잡하지도 않아 이론적으로는 사고 전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운동능력을 되찾는 것도 가능하다.
어느 정도는 성공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 폴 세데르나 교수, 신디 체스텍 교수 공동 연구팀은 팔이 절단된 장애인의 남아 있는 팔 끝단에 미세한 근육 신호를 증폭할 수 있는 ‘근육 접합(muscle graft)’을 만들고, 여기에 전극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기존 로봇 의수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020년 3월 의공학분야 전문 저널인 ‘사이언스 트랜스래셔널 메디슨(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을 통해 밝혔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은 로봇 의수 ‘루크’를 팔의 신경과 연결했는데, 마인드 컨트롤 방식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나무 블록 등 여러 가지 물건을 잡거나 들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임상에 참가한 한 환자는 “지난 2013년 사고로 팔을 잃었는데 다시 손을 얻은 것 같아 기쁘다”고 까지 표현했다.
마지막 관건 ‘촉감까지 되살려야’
이런 기술의 완전히 실용화되려면 마지막 숙제로 ‘촉감’을 되살려야 할 필요가 생긴다. 인체의 신호를 의족이나 의수에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족이나 의수에 입힌 인공피부를 통해 감지한 촉감 역시 정확히 신경으로 되돌려 보낼 수 있어야 완전한 운동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 사람이 운동을 할 때는 피부감각을 항상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완전히 사람 피부와 같은 기능을 하는 고성능 감각 센서의 아직 개발이 어려운 탓이다. 그러나 얇은 고무 형태의 센서 등은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멀지 않은 미래에 의족, 의수 개발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표적 국내 사례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및 성균관대 공동 연구진이 압력과 진동을 감지해 물체의 질감을 효과적으로 측정하는 ‘인공피부용 촉각센서’를 개발해 2019년 4월 나노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레터스’에 발표한 바 있다. 해외에선 벤저민 티 싱가포르국립대 재료공학과 교수팀이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촉감을 느끼고 전달하는 전자피부용 센서를 개발했다. 이 성과는 2019년 7월 ‘사이언스로보틱스’에 실렸다.
- 전승민 과학기술전문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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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5-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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