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20-04-24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릴 수 있다" 2020 대한민국 과학난제도전 온라인 컨퍼런스 개최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인류는 암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금까지 암세포를 죽이려는 방법만을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방법은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마치 범죄자를 교화시켜 다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갱생과정과 흡사한 방법을 암치료에 적용하려는 것입니다”

과학계의 난제(難題)들만을 모아 전문가들과 함께 해법을 모색해 보는 ‘2020 대한민국 과학난제도전 온라인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는 행사장. 의료 분야 최대 난제인 암정복을 위해 발제자로 나선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는 연구진이 개발한 신개념 암치료 방법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릴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강연한 KAIST 조광현 교수 ⓒ 국가과학난제도전협력지원단 유튜브 캡처

과학난제 도전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하고 있는 융합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과학난제 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이란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학분야의 난제들에 대해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창의적이고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접근하는 선도형 융합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지난 23일에 개최된 이번 행사는 ‘암정복 재도전’을 비롯하여 ‘지구 온난화 해결’ 및 ‘차세대 기술의 다음 단계인 차차세대 기술 예측’처럼 전 세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들을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기존 항암치료는 모두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방법

‘건강한 삶’을 주제로 열린 오후 세션에서 단연 시청자들의 주목을 끈 강연은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릴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은 조광현 교수의 발표였다.

조 교수는 “대장암세포와 정상적인 대장세포의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를 분석하여 대장암세포를 정상적 대장세포로 변환하는데 필요한 핵심 인자를 규명했다”라고 밝히며 “이를 통해 암세포의 정상적 세포화라는 새로운 치료 원리를 개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해 온 암 치료 방법은 화학적으로 합성된 약물을 가지고 암세포를 공격하여 죽이는 방법이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요법으로 과거에 비해 비약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발생했다.

기존 항암치료는 암세포를 죽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 국가과학난제도전협력지원단 유튜브 캡처

암 치료를 위해 투입된 약물이 정상세포들까지 함께 죽이면서 구토와 설사는 기본이고, 탈모 및 골수 기능장애, 그리고 무기력증 같은 부작용이 함께 동반되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거의 모든 암세포들이 항암제에 내성을 갖게 되면서 약물에 대해 높은 저항성을 띠는 암세포로 변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점점 더 강한 약물을 써야만 한다. 내성이 생긴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이전보다 강한 약물을 사용하고, 강한 약물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더 많이 공격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암세포만을 집중적으로 없애는 표적 항암요법과 면역 항암요법이 개발되어 사용되고는 있지만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고, 적용 대상도 그리 많지 않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의 제어가 신개념 치료 방법의 핵심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변환되는 현상은 20세기 초부터 관찰되어 왔다. 지난 1907년 스위스의 병리학자인 ‘막스 아스카나지(Max Askanazy)’ 박사가 난소에서 자라는 기형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분화되는 현상을 발견한 이래로 유사한 사례가 산발적으로 보고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암세포가 돌연변이를 지닌 상태에서 주변 환경의 변화나 외부에서 전해지는 특정한 자극으로 인해 정상세포 상태로 되돌아갔다는 결론만이 언급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워낙 드물게 발생해서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분화되는 현상이 본격적으로는 연구되지 않았으며, 또한 이를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기술도 연구된 적은 없었다.

조 교수와 연구진은 그동안 시스템생물학적 기반을 통해 대장암세포가 정상적인 대장세포로 되돌아가는데 필요한 핵심 조절인자를 연구해 왔다. 그 결과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되돌아가는 것을 억제하고 있는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SETDB1’이라고 명명된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는 연구진이 신개념 암치료 방법을 연구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SETDB1의 활성을 억제하자 암세포가 효과적으로 정상세포로 전환되는 것을 분자 세포 실험을 통해 증명한 것.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것은 범죄자를 교화시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 ⓒ 국가과학난제도전협력지원단 유튜브 캡처

조 교수는 “서울삼성병원과의 협동 연구를 통해 SETDB1이 높게 발현되는 대장암세포를 가진 환자들은 암 증상이 계속 진행되는 반면에, SETDB1의 발현을 억제한 환자들의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면, 향후에는 신약개발과 전임상실험을 통해 암세포의 정상 세포화라는 새로운 치료 기술이 본격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기존 항암치료 방법의 부작용 현상과 관련하여 조 교수는 “암세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상세포로 되돌린다는 신개념 치료요법이 상용화된다면, 현재 항암치료 방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문제나 내성 문제 등을 모두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그렇게만 된다면 환자의 고통을 완화시켜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조 교수는 “그동안 암은 유전자 변이에 의한 현상이므로 되돌릴 수 없다고 여겨져 왔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라고 지적하며 “이번 연구는 암도 불치의 병이 아니라 당뇨나 고혈압처럼 관리만 잘하면 만성질환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새로운 항암치료의 서막을 연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0-04-24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