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자동차 강국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자동차들의 강국은 아니다. 자율주행자동차처럼 현재가 아닌 미래의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는 스마트모빌리티(smart mobility) 분야의 강국이다.
완성품 자동차 제조업체가 하나도 없는 이 나라가 어떻게 스마트모빌리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을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답을 줄 수 있는 행사인 ‘2019 한국·이스라엘 산업협력 컨퍼런스’가 지난 20일 안다즈 호텔에서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KIICC)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인 스마트모빌리티 분야의 최신 기술을 양국이 공유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스마트모빌리티 기술
‘한국과 이스라엘의 스마트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켄트 루카스(Kent Lucas)’ 넥스트기어 대표는 “한국은 세계 완성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나 차세대 분야인 스마트 모빌리티에서는 추가적인 기술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파트너가 바로 이스라엘”이라고 강조했다.
넥스트기어(Next-Gear)는 루카스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 컨설팅 분야의 전문기업이다. 특히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를 비롯하여 통신과 사이버 보안, 그리고 데이터 분석 등 이스라엘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최고 수준의 스마트모빌리티 관련 기술들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루카스 대표의 설명에 의하면 이스라엘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없으나, 스타트업 강국답게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핵심 플랫폼 및 부품들을 생산하는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자율주행 스타트업과 이들의 기술 수준을 분석하는 리서치 기업만 해도 2018년을 기준으로 150개를 넘었다. 이들 기업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00% 이상 성장했고, 1조 원 가까운 규모의 투자까지 받으며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 같은 생태계 조성은 비단 기업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 정부도 민간과 매칭 펀드 투자, 그리고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지원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며 생태계 조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정부와 기업들이 협력하여 인공지능과 사이버 보안, 그리고 네트워크 분야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 기업 투자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세계적 IT 기업인 인텔이 최근 이스라엘의 자율주행차용 충돌감지시스템 개발업체인 모빌아이를 15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모빌아이(Mobileye)는 ADAS에 탑재되는 카메라와 반도체 칩, SW 통합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다른 차량이 너무 가까이 접근하거나, 신호 없이 불쑥 차선을 변경할 경우 경고음을 보내주는 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가진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라이더 개발업체에 국내 대표기업들의 투자 이어져
모빌아이가 인텔의 투자를 받아 단숨에 기업의 위상을 높였다면, 이노비즈(Innoviz)는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과 네이버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아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6년에 설립된 이 회사의 주력 분야는 자율주행자동차의 눈이라 할 수 있는 라이더 (lidar)를 개발하는 것이다. 일종의 레이더(radar)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장비이지만, 전파를 사용하는 레이더와는 달리 라이더는 직진성이 강한 레이저를 활용하기 때문에 물체의 위치와 거리를 보다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라이더는 측정 과정에서 획득한 3D 데이터로 센서 주변 수십 미터 이상의 반경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주변 장애물이나, 앞차의 위치와 거리 등을 파악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오후에 진행된 기술 세션에서 이노비즈를 소개한 ‘윌리엄 최(William Choi)’ 한국지사 대표는 “라이더를 개발하는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존재한다”라고 설명하면서도 “하지만 이노비즈의 ‘고해상도 라이더(HD-Lidar)’는 현재 보급되고 있는 제품들 보다 크기가 훨씬 작으면서도 더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2년 전인 2017년에 삼성과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800만 달러의 투자 자금을 유치하여 주목을 끌었다, 또한 이보다 앞서 네이버도 글로벌 전장기업들과 함께 6500만 달러를 이노비즈에 투자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당시 투자를 통해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보유한 파트너를 확보하게 됐을 뿐 아니라, 연구 중인 자율주행차 분야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네이버도 전략적 투자를 통해 연구 중인 자율주행자동차의 ‘인지’ 분야 기술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고, 과거 인수한 AI 연구소인 ‘네이버랩스 유럽’과의 협업에도 시너지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내로라하는 국내·외 기업들과 투자회사들이 이노비즈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는 라이더의 가성비 때문이다. 라이더 가격은 탄생 초기 8만 달러에 달했지만, 현재는 10분의 1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도 자동차에 장착되기 위해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최 대표는 “이노비즈는 라이더의 가격을 더 낮추고 크기를 소형화하는 데 앞장서겠다”라고 전하며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개당 100달러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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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11-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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