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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9-08-27

명왕성 ‘복권’ 논쟁 다시 불붙어 NASA 수장 “명왕성은 왜소행성 아닌 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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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학자들에게 있어 2019년 8월 24일은 언짢은 날이다. 명왕성(Pluto) 때문.

13년 전인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은 새로운 행성분류법에 따라 명왕성을 행성이 아닌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분류했다.

왜소행성이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면서 구(球) 형태를 유지할 만큼 충분한 질량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행성의 위성이 아니고, 궤도 주변의 다른 천체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지구와 다른 행성을 말한다.

13년 전 국제천문연맹(IAU)에서 명왕성의 태양계 9번째 행성 지위를 탈락시킨 지 13년째가 되는 8월 24일 기해 NASA 등의 천문학자들이 명왕성 복권을 위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명왕성 데이터를 분석해 컬러화한 영상. ⓒNASA
국제천문연맹(IAU)에서 명왕성의 태양계 9번째 행성 지위를 탈락시킨 지 13년째가 되는 8월 24일 기해 NASA 등의 천문학자들이 명왕성 복권을 위한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명왕성 데이터를 분석해 컬러화한 영상. ⓒNASA

IAU 결정에 다수의 천문학자들 불복 

그러나 모든 천문학자가 IAU 결정에 승복한 것은 아니다.

특히 NASA(미 항공우주국)의 짐 브리덴스틴(Jim Bridenstine) 국장은 태양계 행성 그룹 안에 명왕성을 포함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26일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 얼러트(sciencealert)’에 따르면 그는 콜로라도 대학 볼더 캠퍼스에 있는 우주공학빌딩을 방문한 자리에서 “명왕성은 왜소행성이 아니라 명왕성”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동안 브리덴스틴 국장의 비공식 석상에서 이 같은 발언을 반복해왔다. 가볍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즉흥적인 발언이었지만 뉴스를 통해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명왕성을 행성그룹에서 제외하는데 큰 역할을 한 행성학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IAU 처사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때마다 다양한 이유를 들어 강력히 반박을 해왔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번의 경우도 유사한 경우다. 학계에서 별다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2006년 IAU가 명왕성의 지위를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격하하는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사태가 이미 예견됐었다.

IAU의 결정이 있기 전인 2005년 7월 29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천문학자인 마이크 브라운(Mike Brown) 교수는 명왕성보다 큰 천체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천체에는 ‘2003 B313’이란 임시 명칭이 부여됐다.

문제는 이 천체가 당시 명왕성처럼 행성의 모습을 지니고 있으면서 질량의 크기가 27% 크다는 데 있었다. 사실상 태양계 행성 서열로 보면 명왕성보다 한 단계 앞선 9번째 행성이었다. 이런 결과는 천문학자들 사이에 행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을 매듭지어야 하는 입장에 서 있었던 IAU는 2006년 8월 24일 체코 프라하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행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의결한다. 새 기준에 따라 명왕성과 ‘2003 B313’은 왜소행성으로 분류됐다.

“명왕성과 다른 왜소행성들 구분해야” 

이어 ‘2003 B313’을 발견한 마이크 브라운 교수는 IAU에 ‘2003 B313’에 그리스의 여신 ‘에리스(Eris)’란 이름을 붙여줄 것을 요청했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게 된다.

브라운 교수가 다른 행성들처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 이름을 제안한 것은 이 왜소행성이 어느 때인가 다시 행성으로 복권될 것을 예상한데 따른 것이다. 이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만큼 IAU 결정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기대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천문학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만큼 당시 IAU 결정은 많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당시 IAU를 당혹게 하고 있었던 것은 해왕성 바깥에서 태양의 주위를 도는 200여 개의 작은 천체들의 집합체 카이퍼 벨트(Kuiper Belt) 가까운 곳에 명왕성이 있었기 때문.

당시 천문학자들은 명왕성이 카이퍼 띠를 끌어들일 만큼 충분한 중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명왕성보다 큰 에리스가 발견되면서 명왕성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명왕성을 기존의 행성 그룹에 포함시킬 경우 카이퍼 벨트 내 많은 천체들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곤혹한 상황이었다. IAU 입장에서 명왕성을 우대하고, 다른 천체들을 쓰레기 취급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새 기준과 정기총회를 통해 명왕성의 지위가 격하된 이후 새로운 발견이 이어졌다. 지난 2011년 에리스에 대한 새로운 측정에 의해 2600km에 달했던 지름이 명왕성의 지름인 2306km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2326km로 줄어들었다.

궤도상으로 볼 때 에리스는 명왕성보다 태양계 외곽을 훨씬 더 많이 돌고 있기 때문에 명왕성의 격을 행성으로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더구나 지난해 지구와 명왕성의 거리보다 3.5배 먼 곳에서 태양을 돌고 있는 왜소행성 ‘2018VG18(별명 Farout)’가 발견되면서 명왕성과 ‘파아웃(Farout)’을 동일시 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명왕성의 지위를 격하시킬 당시 표결에 참여한 천문학자가 9000명의 전체 회원 중 424명에 불과했다는 점 역시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다. 이미 수 백 명의 천문학자들이 표결 결과 반발해 재표결을 탄원하고 있는 중이다.

NASA의 뉴 호라이즌 미션 담당자인 행성학자 알랜 스턴(Alan Stern) 박사는 2006년 IAU 결정에 대해 끊임없이 실망감을 표명해온 인물이다.

그는 ‘사이언스 얼러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IAU 결정이 설득력이 없는 데다 과학적으로 모순을 제기하면서 큰 오점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명왕성의 지위를 격하시킨 결정에 대해 승복할 수 없다.”며 논란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9-08-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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