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2,2019

시대에 걸맞은 국가기술자격의 ‘자격’

SPRi 포럼…자격증 효용성 제고 방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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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변화는 많은 것을 바꾼다. 특히 최근 도래한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 기술 및 직업 구조를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다. ‘인간이 수행하는 업무’와 ‘기계 및 알고리즘에 의해 수행되는 업무’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SW/ICT분야를 중심으로 국가기술자격제도의 효용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판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제44차 SPRi 포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SW/ICT분야 국가기술자격 미래’에 대해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26일 판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SW/ICT분야 국가기술자격 미래’라는 주제로 제44차 SPRi 포럼이 진행됐다.  ⓒ 김청한 / Sciencetimes

26일 판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SW/ICT분야 국가기술자격 미래’라는 주제로 제44차 SPRi 포럼이 진행됐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자격증을 위한 자격, 이제는 없어져야”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남우기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회장은 ‘SW/ICT분야 국가기술자격의 현장성 강화 및 활용성 제고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남 회장은 먼저 “현장에서 느꼈던 점을 중심으로 말씀을 드리겠다”며 “자격증을 위한 자격이 아닌, 실질적으로 그 일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국가기술자격’이란 ‘자격기본법’에 따라 산업과 관련이 있는 기술·기능 및 서비스 분야에서 국가가 공식 인증하는 ‘자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기술사, 기사, 기능사, 산업기사 등이 여기 속한다.

문제는 현재 자격제도가 실질적으로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남 회장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사람과 일을 같이 하려 하지, 단순히 자격이 있다고 같이 하지는 않는다”라며 “실제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자격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남 회장은 “현장성, 활용성, 호환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현재의 제도는 개선할 점이 많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분석했다.

남 회장이 진단한 현장성 부족의 원인은 ‘공급자 중심의 시스템’이다.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가 아닌, 그저 시기마다 시험을 거쳐 공급되는 자격 ‘인원’과 실제 업무에서 필요한 ‘능력’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의견이다.

그는 그 이유로 “검정 과정에서 산업계 요구를 반영할 대표 기구의 역할이 부족하다”라며 “검정 출제위원의 구성이 대부분 현장과 거리가 있는 교사, 교수 위주인 점도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자격의 활용성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남 회장은 이에 대해 “현장 직무를 잘 수행하기 위한 자격 취득보다, 취업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자격 취득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격증을 임대해 수익을 얻거나 취업을 위한 이력서용 포트폴리오로만 활용되는 등 결과적으로 교육 자격(학력)과 직업 자격간 상호 호환성이 부족해지게 됐다는 의미다.

남우기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회장은 ‘SW/ICT분야 국가기술자격의 현장성 강화 및 활용성 제고방안’에 대한 발제를 진행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남우기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회장은 ‘SW/ICT분야 국가기술자격의 현장성 강화 및 활용성 제고 방안’에 대한 발제를 진행했다. ⓒ 김청한 / Sciencetimes

융복합 시대에 걸맞은 자격은?

발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이러한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남 회장은 “현재의 검정제도는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한 마디로 ‘지식’이 중요했던 산업화 시대의 요구에 충실한 것”이라며 “앞으로 지능정보화, 융복합화 시대를 맞아 자격제도 역시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회장은 특히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어떤 지식을 아는 것과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은 별개”라며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응용력은 기본. 문제의 창조적 해결 능력, 협업 능력 등을 고루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키워드가 융합이다. 남 회장은 ‘스마트팜 구축 컨설팅’ 관련 경험을 소개하며 “센서 등 ICT 설비가 메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예를 들어 스마트팜 구조물을 설계하면서 공기의 흐름을 감안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공조냉동 기술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다른 분야와의 융합이 필수라는 것이다.

남 회장은 이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사물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사물인터넷을 구성하는 시스템은 데이터 분석과 활용이 전제되어야 의미가 있다. 이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술과도 관련이 깊기에 이러한 각 분야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전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 Pixabay

실전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 Pixabay

제도적 지원, 사후 관리 체계 개선 필요

이렇게 자격의 퀄리티를 확보하는 만큼 중요한 것이 확실한 지원이다. 여기서 남 회장은 “ICT 자격의 현장성을 제고하고 활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사법’을 업무독점형 전문법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과감한 제안을 내세웠다.

‘올바른 자격’을 가진 최고 전문가의 활동 영역을 확보하는 한편, 해당 업종에서 실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과정에서 휘하 엔지니어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하며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남 회장이 제시하는 로드맵이다.

사후 관리 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 남 회장은 “자격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 체계를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 번 시험 봐서 자격을 얻으면 끝이 아니다.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유관 사업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마지막으로 “융합시대에 걸맞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자격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이후 포럼은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4차 산업혁명 시대, 직무 변화 및 핵심인력정책을 고려한 SW/ICT 분야 국가기술자격 발전방향 제언’ 발제, 백성욱 세종대 교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SW 융합인재 양성 방안’ 발제 및 패널토론을 거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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