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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신기술
이성규 객원기자
2019-06-28

대량 맞춤 생산의 혁신이 시작되다 4차 산업혁명 대표 기술이 혁신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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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필러 독일 아헨공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 ‘넥스트 플랫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로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을 꼽았다. 필러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표현인 독일 ‘인터스트리 4.0’을 연구하는 세계적 석학이다.

대량을 뜻하는 ‘매스’와 고객 맞춤 생산을 뜻하는 ‘커스터마이제이션’의 합성어인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은 말 그대로 개별 맞춤형 대량 생산을 의미한다. 즉, 이전처럼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니라 주관적 기준에 따라 개인별로 제품 및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하는 개인 맞춤형 대량 생산 시스템인 셈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경우 과거에는 보통 사람들이 좋아할 무난한 색상과 옵션도 안전을 고려한 최소한의 것만 적용되곤 했다. 그러나 미국의 로컬 모터스라는 전기자동차 회사는 고객의 주문대로 차량을 디자인해서 3D 프린터로 개인 맞춤형 전기자동차를 만들어주고 있다.

개인 맞춤형 대량 생산을 뜻하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혁명이 가속화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사진은 3D 프린터로 개인 맞춤형 전기자동차를 만들어주는 로컬 모터스의 홈페이지 캡처 화면. ⓒ Local Motors
개인 맞춤형 대량 생산을 뜻하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혁명이 가속화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사진은 3D 프린터로 개인 맞춤형 전기자동차를 만들어주는 로컬 모터스의 홈페이지 캡처 화면. ⓒ Local Motors

최근 들어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 등의 선진국 기업을 중심으로 이 같은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혁명이 가속화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요즘에는 소비재 시장에서 고객의 수요가 다양해짐과 동시에 제품의 생명주기가 짧아져 신제품 개발이 단시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기존의 생산 방식에서 탈피해 설계 및 생산단계부터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밀레니얼 및 Z세대로 일컬어지는 신 소비세대의 독특한 라이프 트렌드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개성 있는 라이프 스타일과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이들은 제품의 감성적 가치를 중시하므로 고객의 선호도 변화에 따라 디자인 및 제품 콘셉트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대량 맞춤 생산을 확산시키는 핵심 기술

따라서 고객을 연령이나 성별 등의 기준에 의해 분류하고 예측하는 타깃팅 전략에서 벗어나 이제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야 한다. 즉, 한 라인의 컨베이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개념에서 제품마다 고유한 설계를 하는 개념으로 진화해야 하는 것이다.

제조업의 기반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들인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3D 프린팅, 로봇, 드론 등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일본 나고야무역관의 최신 보고서에 의하면, 그중에서도 특히 대량 맞춤 생산을 확산시키고 있는 두 가지 핵심기술은 3D 프린팅과 제너러티브 디자인 기술이다.

기존의 3D 프린터는 제품 생산 전 샘플을 만드는 데 그쳤지만, 최근 개발된 3D 프린터는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해 최종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항공우주산업에서부터 자동차 양산까지 고품질의 제조기술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3D 프린팅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3D 프린팅으로 금속 프린팅을 들 수 있다. 금속분말소결 3D 프린터는 금속부품을 직접 제조하는 DMP(Direct Metal Printing)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형상의 금속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데, 평평하게 깐 미세 금속분말에 고출력 레이저를 조사하고 층층이 소결해가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3차원 금속 제품을 구현한다.

일본의 액세서리 기업 ‘스트레인지 프릭 디자인스’는 미국의 광조형 방식 3D 프린터를 도입해 기존에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꾼 좋은 사례다. 이 기업은 예전에 디자인이 완성된 후 주조 메이커에게 제작을 의뢰했는데 발주부터 납품까지 수 주간의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신규 3D 프린터를 도입한 이후 제작기간이 줄어든 것은 물론 고객이 원하는 모형을 그 자리에서 확인한 뒤 데이터를 보내기만 하면 다음날 바로 출력 샘플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제조업의 혁신 추구하는 4차 산업혁명

생성적 설계를 뜻하는 제너러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은 미국 오토데스크 사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제안하는 디자인 기술이다. 이 기술은 설계 단계부터 고객의 요구 조건을 만족하는 최적의 형상을 자동으로 컴퓨터에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기능 및 성능이 중요한 제품에서 주로 사용되는 디자인 기술인데, 이 방식을 도입하면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고 시제품 재검토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납기를 단축할 수 있다.

한편, 독일의 보쉬 사는 AI와 5G,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공장으로 대량 맞춤 생산의 혁신을 꾀하고 있다. 보쉬가 최근 개최된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공개한 스마트공장의 프로토타입에 의하면, 만들고자 하는 제품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로봇이 공장 환경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센서와 시스템, 기계 간 커뮤니케이션은 무선으로 하는데, 보쉬는 이를 위해 5G 이동통신 표준을 적용해 로봇과 장비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원활하게 구현했다. 이처럼 진보된 로봇은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맞춤형 대량생산 제품 역시 일반 대량생산 제품과 거의 마찬가지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인더스트리 4.0, 스마트 공장, 디지털 혁신 등의 다양한 명칭과 함께 불리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근본은 사실 제조업의 혁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혁신의 궁극적인 목적은 제조 공정의 모든 단계를 상호 연결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다차원적인 시스템 통합을 구현하는 것이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의 미래도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이 같은 환경이 만들어지면 앞으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이라는 제조 환경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이 스스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메이커 활동을 더욱 활발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9-06-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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