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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창섭 객원기자
2019-06-24

'죽음의 해역' 사상 최대 규모 우려 미국 남부 해역 '데드 존' 확산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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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 해안이 죽어가고 있다. 미시시피강 하구 근처의 바다는 매년 '데드 존(죽음의 해역)'이라는 산소 결핍 상태가 되지만, 올해에는 관측 사상 최대 규모에 근접할 것으로 우려된다.

루이지애나 주립대 연구팀은 오는 7월 중에 데드 존 면적이 약 2만 2577㎢, 미 해양대기청(NOAA)은 약 2만 277㎢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최고치였던 지난 2017년의 2만 2729㎢에 근접하는 것으로, 최근 5년간 평균 발생 면적인 1만 494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데드 존 발생 원인은 강에서 유입되는 물

매년 봄에 비가 오면 육지의 비료나 하수에 포함된 양분이 미시시피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담수는 해수보다 가벼워서 강 하구에서 유입된 물은 표층 근처에 쌓여 순환을 방해한다. 영양분을 많이 함유한 담수층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그것이 죽어서 분해될 때 다량의 산소가 소모된다.

이와 같은 저산소 바다에서는 생물들이 질식해서 살 수 없다. 이것이 데드 존이다. 올해 멕시코만 대륙붕에 경기도 면적의 두 배가 넘는 2만 ㎢ 이상의 데드 존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루이지애나 주립대의 해양 생태학자 낸시 라발라이스(Nancy Rabalais) 교수는 "수중 산소농도가 2ppm 미만이 되면 새우, 게, 물고기는 사라질 것이다. 인근 바다의 퇴적층에 사는 동물들은 거의 멸종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미시시피강을 통해서 멕시코만으로 침전물이 유입된 모습. 그 퇴적물에는 종종 해조류의 번성을 유발하는 비료 오염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 Phil Degginger, NASA Landsat
미시시피강을 통해서 멕시코만으로 침전물이 유입된 모습. 그 퇴적물에는 종종 해조류의 번성을 유발하는 비료 오염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 Phil Degginger, NASA Landsat

데드 존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올봄 미국 중서부에서는 전례 없는 폭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이 많고, 밭에 뿌려진 질소 및 인을 함유한 비료가 미시시피강을 통해서 바다로 유입되었다. 온난화 영향으로 중서부 호우가 증가하는 추세라서 비료의 유입을 막는 것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라발라이스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료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비료에 포함된 양분이 일단 강물로 유입되면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미국 농업 단체의 발표에 따르면, 비료 유출 대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일부 농가는 정밀 농업과 인공 지능을 활용해서 비료 사용량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은 비용이 많이 들고, 습득이 어려워서 모든 농가에서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NOAA 해양 과학자인 데이비드 슈어러(David Scheurer)는 데드 존 확대를 한 가지 원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료 유입이 데드 존을 형성하는 주요인이지만, 온난화도 데드 존 크기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수중 산소 농도는 감소한다.

美 남부 해안의 여름철 식물성 플랑크톤 분포 © NOAA
美 남부 해안의 여름철 식물성 플랑크톤 분포 © NOAA

질식하는 생태계

데드 존은 미국 남부 해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 최대의 데드 존은 유럽 발트해에 있다. 바다로 유입된 폐수 영향으로 발생한 데드 존은 어업에 큰 피해를 끼쳤을 뿐만 아니라, 해양 동물이 생존할 수 없는 곳으로 만들었다.

미국 서해안에서는 21세기 초반부터 매년 바닷물의 산소가 줄어들면서 해저에서 잡히는 생물이 대량으로 죽어가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주의 게, 굴 어업 단체가 수익 감소를 보고했고, 2017년에는 데드 존이 새우 어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산소가 적은 바다에서 성장한 새우는 발육 불량을 일으켜 그리 크지 않다. 데드 존이 발생하면 새우 가격이 내려가면서 지역 경제는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나 모든 과학자는 멕시코만의 데드 존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라발라이스 교수는 "멕시코만 BP 오일 유출은 수십 년에 걸쳐 노출된 위협을 간과해서 발생한 사고였지만, 결과는 참혹했다"라며 불감증이 오히려 미래 생태계에 더 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

심창섭 객원기자
chsshim@naver.com
저작권자 2019-06-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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