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노사우르스(Tyrannosaurus)는 중생대 마지막 시대인 백악기, 약 1억3500만 년 전부터 6500만 년 전 사이에 살았던 포식성 공룡이다.
그리스어로 폭군이란 의미의 티란트(tyrant)와 도마뱀이란 의미의 사우르스(saurus)가 합성돼 ‘폭군 도마뱀’이란 뜻의 이름이 붙여졌다.
실제로 약육강식의 거친 생태 환경 속에서 티라노 사우르스의 이 거대한 몸집, 그리고 사납고 거대한 턱에 맞설 적수가 없었을 것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이 포식 공룡의 몸집이 더 거대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골격 안에서 치열한 싸움의 흔적 발견
27일 ‘CNN’, ‘인디펜던트’,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주요 언론들은 캐나다 앨버타 대학 연구팀이 캐나다 서스캐치원(Saskatchewan) 주 화석 유적지에서 몸무게 약 9.8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티라노사우르스 화석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9.8톤의 무게는 3톤의 다 자란 아프리카 코끼리 무게와 비교해 3배를 넘는 것이다. 또한 이전에 가장 컸던 것으로 기록된 티라노사우르스 화석 8.8톤의 무게보다 1톤이 더 나가는 것이다.
이 장대한 티라노사우르스 화석에 대한 연구 결과는 지난 주 미국 해부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저널 ‘해부학기록(Anatomical Record)’에 등재됐다. 논문 제목은 ‘An Older and Exceptionally Large Adult Specimen of Tyrannosaurus rex’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스카티(Scotty)’란 별명이 붙은 이 티라노사우르스의 화석이 두개골, 엉덩이뼈와 갈비뼈, 다리뼈, 꼬리뼈 등을 포함해 65%의 골격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를 추정한 결과 최소한 28세로 노년의 티라노사우르스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양한 분석을 통해 건강한 상태였음을 확인했다며,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 중 가장 큰 몸집의 티라노사우르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앨버타 대학의 고생물학자 스카트 퍼슨즈(Scott Persons) 박사는 “약 6800만 년 전 ‘스카티’가 살고 있었던 캐나다는 아열대 기후였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 속에서 수많은 공룡들이 살고 있었을 것이며, 포식성 공룡들 간에 수많은 싸움이 이어졌을 것이고, 그 흔적들이 이번에 발굴한 ‘스카티’ 화석을 통해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스카티’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부러졌다가 다시 회복된 다리 뼈 흔적이 발견됐으며, 입 안에 큰 치아들 사이의 공간에서는 또 다른 뼈가 자라고 있었고, 잘려진 꼬리뼈 역시 다른 공룡들과 큰 싸움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디트로이트 머시 대학의 고생물학자 니자라 이브라힘(Nizar Ibrahim) 교수는 “‘스카티’로 인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포식 공룡들의 삶의 흔적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진화 과정 통해 백악기 후기 몸집 더 커져
앨버타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포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삶뿐만 아니라 ‘스카티’가 살았던 주변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중생대 백악기에 자연을 제패했던 티라노사우르스의 몸집과 나이, 그리고 20여 마리의 다른 티라노사우르스 화석들과의 비교를 통해 밝혀진 진화 과정이다.
연구를 이끈 퍼슨즈 박사는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이 수각아목(theropod)의 육식성 동물이 당시 자연 생태계로 부상하면서 멸종 직전인 백악기 말기인 6800만 년 전에 이르러서는 몸집이 더 커졌고, 수명 역시 더 연장됐다”고 말했다.
박사는 “이런 현상이 몸집이 크고 포악한 다른 포식성 공룡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티라노사우르스와 같은 강자들이 몸집을 불려가면서 적에게 더 강력함을 과시했다는 것.
이번 연구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스카티’ 화석이 늙어서 죽은 공룡 사체가 아니라 건강한 시기에 싸우다 죽은 티라노사우스의 화석이라는 점이다.
연구팀은 ‘스카티’의 유골의 단면을 첨단 영상장치로 크로스 체크해 건강한 상태의 티라노사우르스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주목한 것은 넓적다리(femur) 뼈다. 그 직경이 23.32cm에 달했는데 이는 이 공룡의 건강상태를 말해주는 것으로 두 다리를 지탱했을 때 9.8톤의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굵기다. 당시 다른 어떤 공룡들도 이런 굵기의 넓적다리 뼈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연구팀은 넓적다리 뼈만 가지고 ‘스카티’의 건강 정도를 모두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티라노사우르소는 물론 알로사우르스(allosaurs)와 같은 다른 공룡들보다 움직임이 민첩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다리뼈를 정밀 분석했다.
그리고 ‘스카티’의 다리뼈가 매우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있도록 구조적으로 정밀하게 짜여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티라노사우루스 화석과 비교를 통해 몸집의 구조에 대해서도 비교를 진행했다. 그리고 화석마다 크기와 길이, 호리호리함 등에 있어 차이가 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후기로 갈 수록 호리호리한 티라노사우스르 화석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티라노사우르스가 생존을 위해 신체 구조를 진화해갔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브라힘 교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화된 티라노사우르스 ‘스카티’는 매우 특별한 수각아목의 공룡”이라며, “강에서 잡히는 기이한 물고기를 연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퍼슨즈 박사 연구팀은 현재 ‘스카티’를 대상으로 보다 면밀한 분석을 시도 중이다. 특히 화석 두개골 속의 돌출된 부분(horns), 눈 부분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퍼슨즈 박사는 “최근 첨단 장비를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티라노사우르스의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며, “연구를 진행 할수록 이 거대한 동물 안에 기묘한 특성들을 발견하게 되고 또한 감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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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3-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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