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남쪽의 귤나무를 북쪽에 심으면 탱자나무가 된다는 뜻이다. 같은 사물이라도 처한 환경에 따라 특성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중국의 속담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도 해외에서 수입하는 콩을 대상으로 ‘남귤북지’ 같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콩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에서 수입하는 콩들의 국내 적응 가능성을 검토하고 나선 것.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최근 콩 품종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수입산 콩인 병아리콩과 송이콩, 그리고 렌즈콩의 유용 성분을 평가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인기인 해외 수입콩들의 유용성분 테스트
일반적으로 콩 관련 품종들은 단백질과 식이섬유, 그리고 비타민 등이 풍부한 ‘슈퍼푸드’로 인식되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 식재료에 관심이 커지면서 병아리콩과 송이콩, 그리고 렌즈콩 같은 등의 수입도 늘고 있다.
세계적인 슈퍼푸드로 알려져있는 병아리콩은 인도와 중앙아메리카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밤이나 땅콩 같은 고소한 맛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병아리콩이란 이름은 콩의 생김새에서 비롯되었다. 몸체 중간에 톡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마치 병아리의 부리와 닮았다고 하여 그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이 같은 이름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병아리콩의 영문 이름은 칙피(chickpea)인데, 이 역시 ‘병아리(chick) 모양의 콩(pea)’이라는 뜻이다.
병아리콩은 ‘L-아르지닌(Arginine)’이라는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의 일종으로서, 우리 몸에 단백질이 들어오면 소화 효소가 이를 분해하여 아미노산을 만들어낸다. 이중 L-아르지닌은 체내에서 합성이 가능한 아미노산으로서, 산화질소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확장시켜 동맥 혈류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병아리콩과 함께 주목받은 수입산 콩인 송이콩의 경우는 원산지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수세기 동안 재배되면서 토착화되었으며, 이들 국가가 세계 총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이콩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콩 품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열매는 물론 줄기와 잎이 모두 다양하게 활용되는데, 줄기는 동물의 사료로 쓰이고 잎은 샐러드나 채소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렌즈콩은 고대부터 유럽과 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재배되면서 사람들에게 주요 식량으로서 그 역할을 다했다. 지금은 캐나다와 인도에서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녹색과 갈색, 그리고 주황색 및 검은색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영양소는 대부분 비슷하다.
렌틸콩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렌즈콩은 섬유소가 풍부하고, 혈당지수(glycemic index)가 낮은 편이어서 당뇨병 환자나 비만 환자에게 권장할만한 식품으로 유명하다. 특히 풍부한 섬유소는 콜레스테롤 배설 효과가 있어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렌즈콩은 엽산 함량이 높은 곡물로도 유명하다. 엽산은 세포합성에 꼭 필요한 영양소로서 임신 초기 기형아 출산을 예방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임산부에게 권장되는 식품이다. 이 외에도 철분의 훌륭한 공급원으로서 빈혈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아리콩과 송이콩은 국내 재배 가능성 높아
농업유전자원센터가 실시한 이번 평가는 병아리콩과 송이콩, 그리고 렌즈콩을 대상으로 농업특성과 조단백 함량, 식이섬유 함량 등을 중점 분석하기 위해 실시했다. 그 결과, 작물별 생육일수는 병아리콩이 108일이고, 송이콩이 164일, 그리고 렌즈콩이 87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농업유전자원센터 관계자는 “생육일수를 고려하면 병아리콩과 송이콩은 생육이 원활하여 국내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소개하며 “다만 렌즈콩의 경우는 5월 이후 기온 상승으로 인해 개화 및 결실에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재배를 위해서는 재배 기술과 새로운 품종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생육일수 외에도 연구진은 두류의 유용 성분인 조단백과 식이섬유 함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조단백 함량은 송이콩 26.4% > 렌즈콩 22.0% > 병아리콩 17.3% 순으로 드러났고, 식이섬유 함량은 송이콩 50.7% > 병아리콩 19.3% > 렌즈콩 15.7% 순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다음은 이번 평가 작업의 실무를 담당한 농업유전자원센터의 최유미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 평가결과에 대해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종합 결론을 내려달라
병아리콩과 송이콩은 국내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고, 조단백과 식이섬유 함량도 강낭콩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특히 송이콩의 경우,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이 우수해서 가공제품 등 다양한 활용 가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렌즈콩의 경우는 국내 재배 가능성을 먼저 파악한 후 향후 도입 가능성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
- 비교 품목으로 강낭콩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단백질과 식이섬유 등 수입산 콩이 가진 성분을 분석해보니 국내 콩 품종들 중에서는 강낭콩이 가장 비슷했다. 따라서 앞으로 수입산 콩들이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재배된다면 경제성이나 영양성분과 같은 면에서 강낭콩이 비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9-03-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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