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9-01-07

금속 벽이면 어디든 기어오르는 로봇 자기장 원리 이용… 항공기 엔진 내부 조사에 활용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별도의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한, 사람이 벽을 기어 오르고 물 위에서 걷듯이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반면에 이 같은 동작을 아주 쉽게 해치우는 존재가 있다. 바로 바퀴벌레다.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이런 바퀴벌레의 놀라운 운동 능력을 규명해 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 하버드대에서 로봇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그 중 하나다. 이들은 바퀴벌레가 가진 운동 능력을 로봇에게 이전시켜 생체모방 로봇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바퀴벌레의 운동능력을 로봇에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Harvard.edu
바퀴벌레의 운동능력을 로봇에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Harvard.edu

자기장 이용하여 금속으로 된 벽 오를 수 있어

바퀴벌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려하는 곤충이다. 혐오스럽게 생긴데다 가공할만한 생존력까지 지니고 있어서, 모두가 피하고 싶어하는 곤충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바퀴벌레는 경이로운 대상이다. 불사신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생물학자들을 감탄하게 만들고, 뛰어난 운동 능력으로 엔지니어들에게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기 때문.

하버드에서 로봇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현재 바퀴벌레가 주는 영감에 푹 빠진 상태다. 이들은 바퀴벌레가 가진 기본적인 능력에다 다른 곤충들의 장점을 더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전 로봇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능의 생체모방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HAMR(Harvard Ambulatory MicroRobot)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바퀴벌레와는 달리 다리가 4개에 불과하지만, 바퀴벌레의 다양한 운동능력을 최대한 반영시킨 생체모방 로봇이다.

무게 2.79g에 길이가 4.5cm에 불과한 마이크로 로봇이지만, 초당 몸길이의 4배인 17.2 cm/s의 속도로 이동이 가능하다. 또한 진짜 곤충처럼 직진과 후진은 물론, 좌우로도 걸을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새로운 패드를 다리에 장착하여 벽을 기어 오를 수 있는 ‘HAMR-E’라는 이름의 업그레이드 모델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E는 ‘Electro-adhesion’의 약자로서 벽에 달라 붙어 기어 오르는 특징을 뜻한다.

거꾸로도 매달릴 수 있는 특성을 활용하면 항공기 엔진의 내부 조사를 빠르게 마칠 수 있다 ⓒ Harvard.edu
거꾸로도 매달릴 수 있는 특성을 활용하면 항공기 엔진의 내부 조사를 빠르게 마칠 수 있다. ⓒ Harvard.edu

HAMR-E가 바퀴벌레를 많이 모방했지만, 벽을 기어 오르는 메커니즘 만큼은 확연한 차이가 난다. HAMR-E는 폴리이미드(polyimide)라는 고분자로 절연한 구리 전극을 자기장으로 이용해서 금속 표면에 달라붙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HAMR-E 모델이 바퀴벌레나 다른 곤충처럼 아무 벽이나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강조하며 “다만 벽면이 금속으로 되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HAMR-E 모델의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제트 엔진 내부처럼 곡면인 구조물에서도 제대로 기어오를 수 있는지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곡면으로 된 벽은 물론 심지어 꺼꾸로 매달린 상태에서도 이동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퀴벌레 로봇의 테스트 시연에 참여한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이 같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크기를 조금만 더 줄이면 항공기 엔진 안으로 기어들어가서 내부를 확인하는 용도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항공기 엔진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이 회사는 엔진 속의 각종 파이프나 배선 등을 점검하기 위해 매번 엔진을 분해했다가 조립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되풀이 하고 있다.

따라서 마이크로 로봇을 이용하여 엔진 내부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면, 매번 분해를 하지 않아도 되므로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하버드대 연구진은 현재 바퀴벌레 로봇의 길이를 1.5cm까지 줄이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 정도 크기로만 바퀴벌레 로봇을 줄일 수 있다면, 엔진 내부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사람이 5시간 동안 할 일을 5분 만에 해낼 수 있다는 것이 롤스로이스 측의 생각이다.

표면장력 이용한 수륙양용 로봇도 개발

하버드대 연구진은 바퀴벌레 로봇에 벽을 기어 오르는 기능 외에도 소금쟁이처럼 물 위를 걷는 기능까지 부여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원래 모델보다 무게를 40% 줄인 1.65g 정도의 바퀴벌레 로봇은 다리에 붙은 네 개의 패드를 이용하여 물 위에 뜰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표면장력의 원리를 이용하여 초당 10회 정도 다리를 움직이며 전진할 수 있는 것이다.

무게와 크기를 줄인 이유에 대해 하버드대의 ‘닐 도쉬(Neel Doshi)’ 박사는 “물 위에서는 무게와 크기가 로봇의 성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라고 설명하며 “원래 크기의 HAMR이라면 표면 장력으로 지탱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표면장력을 이용하는 패드를 장착하여 물 위를 걸을 수 있도록 만든 로봇 다리 ⓒ Harvard.edu
표면장력을 이용하는 패드를 장착하여 물 위를 걸을 수 있도록 만든 로봇 다리 ⓒ Harvard.edu

연구진은 물 위를 걷도록 만든 바퀴벌레 로봇을 수륙양용 모델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육상에서처럼 물에서도 걸을 수 있도록 한다면 수면 아래의 장애물을 피하고, 항력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점은 바퀴벌레 로봇의 발에 붙인 패드에 전류를 흘리면 표면 장력이 깨지면서 로봇이 물 속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되면 필요할 때 물방개처럼 물 속에서 움직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도쉬 박사는 “전력을 제공하여 바퀴벌레 로봇이 수면 아래로 잠수하고 나면, 지상과 동일한 운동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땅 위와 마찬가지로 원활한 보행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9-01-07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