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18,2019

한국산 로켓 성과 주목하라

75톤급 중형 액체로켓 엔진 개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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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독일의 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이 2톤 크기의 액체 로켓을 발사한 이후 5000회가 넘는 로켓 발사가 이어졌다.

대부분 NASA(미 항공우주국)에 의한 것이고 중국, 러시아가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지금 발사체 개발을 스페이스X(SpaceX)와 같은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중이다. 로켓을 통해 이익을 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 경쟁의 중심에 발사체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로켓엔진(rocket engine)이 있다.

로켓엔진은 로켓에 저장된 연료와 산화제를 빠른 속도로 분출해 반작용을 얻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우주를 비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핵심 장치라고 보면 된다.

28일 오후 4시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한국형발사체(누리호) 엔진 비행시험용 시험발사체. 로켓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고성능 엔진 실험에 성공하면서 한국형 로켓 시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8일 오후 4시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한국형발사체(누리호) 엔진 비행시험용 시험발사체. 로켓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고성능 엔진 실험에 성공하면서 한국형 로켓 시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세계 일곱 번째 액체엔진 보유국”

이 엔진이 고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가벼우면서 튼튼하고, 에너지가 적게 들면서 추진력이 강력해야 한다. 또한 발사서부터 비행에 이르기까지 시시각각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을 통해 2021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사용될 75톤급 추력의 신형 액체 로켓 엔진을 개발해왔다.

그리고 28일 오후 4시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이 엔진이 장착된 시험발사체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로켓은 발사 151초 이후 엔진이 꺼졌고, 최대 고도 209㎞까지 오른 뒤 발사장에서 남동쪽으로 429㎞ 떨어진 제주도 인근 해상에 떨어졌다.

발사가 완료된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진규 1차관은 “목표 엔진 연소 시간인 140초 이상을 달성해 시험 발사체가 정상적으로 발사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등에 이어 75톤이 넘는 중형급 로켓 엔진을 보유한 세계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시험발사체와 한국형발사체 비교 자료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시험발사체와 한국형발사체 비교 자료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번에 개발한 75톤급 엔진은 액체산소와 케로신을 사용하는 가스발생기 사이클의 액체연료 엔진이다. 진공 추력은 75톤, 진공 비추력은 298s이며 재생냉각 방식을 사용한다.

2021년 외국의 기술도움 없이 순수한 한국형 로켓 기술로 발사 예정인 누리호는 3단으로 구성돼 있다.

1단에는 75톤급 액체엔진이 4개 묶음으로 장착되고, 2단에는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에는 7톤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된다.

향후 과제는 1단에 들어갈 4개의 액체엔진 묶음과 2‧3단에 있는 액체엔진들이 외부에서 발생한 강한 진동에서 서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각각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낼 수 있도록, 정교하고 유기적인 비행제어 기술을 완성하는 일이다.

우주강대국 견제 속에 이뤄낸 성과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2021년 ‘누리호’ 발사까지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이어 “그러나 이전의 개발과정도 쉽지 않았다”며, “같은 방식으로 남은 부분을 성실하게 실험해나갈 경우 한국형 발사체를 갖게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한국 기술진에 의해 순수한 한국형 기술이 이 액체 엔진 개발에 적용됐다”고 말했다. 투입된 인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50여명, 현대중공업 등 관련 기업이 1000여 명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에서 발사체 개발이 시작된 때는 1990년대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전신인 한국항공우주연구소에서 1993년 ‘KSR-1’, 1998년 ‘KSR-2’를 발사했으나 모두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1993년 러시아에 진출했던 현대그룹이 현지 인맥을 연결해 발사체 사업을 시작했다. 1994년에는 러시아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국내 최초의 우주개발 기업인 현대항공우주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현대항공우주는 한국항공우주연구소와 협력해 러시아로부터 기술이전을 시도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이전이 무산됐다. 그러나 헛된 시도만은 아니었다.

당시 현대항공우주를 통해 러시아 기술을 접한 인력이 한국항공우주연구소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후 한국에서 본격적인 우주개발이 시작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이전에 우주개발을 반대해온 미국이 2001년 MTCR(미사일기술 통제 체제) 가입에 동의했다.

2002년에 도입이 결정된 ‘KSLV-1’ 나로호는 러시아의 액체로켓엔진을 채용하고 있었다. 러시아 흐루니체프 사는 발사체 비용으로 처음 9억 달러를 요구했지만, 2004년 2억1000만 달러로 가격을 내림으로써 기술협력이 이루어졌다.

당시 계획에 의하면 발사체의 전체적인 시스템 설계는 한‧러 기술진이 공동으로 설계해 작업하고, 1단 서브시스템의 설계‧제작‧시험은 러시아에서 담당하면서 한국 기술진이 참관‧참여하는 방식을 취했다.

2단의 경우에는 러시아의 기술지원 및 설계검토를 받아 한국에서 설계 및 제작을 수행키로 했다. 협력 분위기는 2004년에 한‧러 우주기술협력협정을 맺으면서 더욱 강화됐다.

그러나 러시아 의회에서 기술유출 방지를 의결하는 등 우주강국에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이 체결되었지만, 러시아 측에서 비준이 늦어지면서 발사시기가 2008년 12월으로 연기됐고, 2009년 3월에는 성능시험 항목을 추가하면서 2009년 7월 30일로 연기됐다.

2009년 7월에는 러시아측에서 1단 연소시험 일정을 변경하면서 발사 예정일이 2009년 8월11일로 연기되었고, 2009년 8월5일에는 러시아측에서 1단 연소시험에서 나온 데이터에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2009년 8월19일로 또 발사 예정일을 미루게되었다.

그렇게 해서 2009년 8월 19일 첫 발사 시도를 했지만 발사에 실패하고,  2010년 6월10일 2차 발사에도 실패하면서 한때 전국적인 비난을 듣기도 했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이루어진 2013년 1월30일 3차 발사에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후 한국은 우주강대국들의 외면 속에 해외 기술의 도움 없이 독자적인 노력을 계속해왔다. 이번 액체로켓 엔진 개발은 한국 우주기술의 자랑스러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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