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생의학 연구에서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뇌신경회로의 구조와 기능을 파악하면 신경망 컴퓨터나 인간을 닮은 로봇 개발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또 뇌 발달과 대뇌피질 기능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이나 자폐증 같은 뇌질환 치료의 열쇠가 된다.
이런 여러 연구를 위해서는 뇌세포에 대한 정확한 전모 파악이 필요하나 아직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최근 미국 앨런 연구소(Allen Institute) 뇌과학자들이 십수년의 노력 끝에 대뇌피질의 확장된 세포 목록을 작성해 뇌세포 전체 유형 파악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0월 31일자 표지를 장식한 논문에서 연구팀은 뇌 가장 바깥 쪽의 사물을 인지하는 대뇌피질(cortex)에서 유전자 발현 여부를 바탕으로 133개의 서로 다른 ‘세포 유형(cell types)’을 분류해 냈다고 발표했다.
앨런 연구소에서 15년이 걸린 이 분류작업에서는 드물게 보는 많은 뇌세포 유형이 발견됐고, 희귀한 뉴런 두 종류의 새로운 기능을 밝혀내는 단초가 됐다. 연구팀은 시각과 운동에 관여하는 쥐의 대뇌피질 여러 부위에서 세포별 정보를 수집했다.

“가장 포괄적이며 심층적인 분석”
과학자들은 포유류의 뇌가 하는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여러 다른 유형의 뇌세포들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도 완전히 알지 못한다.
신경과학자들이 직면하는 일은 마치 음식 구성재료나 조리법도 없고 많은 재료 성분들에 대한 설명서도 없이 맛있고 복잡한 음식을 재창조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133개의 세포 유형 목록을 생성하면서, 1억개의 쥐 뇌세포 중 약2만4000개에서 유전자를 분석해 구성요소(ingredients)를 기술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수많은 세포들로부터 유전자 수만 개의 활동을 포착해 시각과 운동영역을 거의 완벽하게 분석했기 때문에 대뇌피질의 다른 영역도 비슷한 조직 규칙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논문 시니어저자이자 앨런 연구소 뇌과학부 구조과학 책임자인 홍쿠이 쩡(Hongkui Zeng) 박사는 “이번 연구는 모든 생물종에서 행해졌던 대뇌피질 연구 가운데 가장 포괄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이라며, “우리는 이제 이 ‘부품’ 목록의 분포 규칙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이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뇌가 어떻게 조직되고 궁극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원리를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운동 관련 새 뉴런 유형 발견
미국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자넬리아 캠퍼스 연구원들이 수행한 이번 ‘네이처’지 동반 논문에서 신경과학자들은 유전자 기반 분류와 뉴런의 모양에 대한 추가 정보를 사용해 운동과 관련된 두 가지 새로운 유형의 뉴런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쥐에서 서로 다른 이 뉴런들의 활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한 종류는 운동 계획을, 다른 한 종류는 운동 자체를 촉발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번 세포 유형 연구 논문의 공저자이자 마이클 이코노모(Michael Economo) 박사와 함께 운동 뉴런 연구를 수행한 자넬리아 캠퍼스 카렐 스보보다(Karel Svoboda) 박사는 “유전자 발현은 세포 유형을 알아내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며, 앨런 연구소의 연구가 그 핵심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 대뇌피질 연구는 세포 유형 분류에서의 첫 번째 개가로, 여기에는 특정한 뇌세포 유형의 기능을 서술하기 위해 유전자 발현 정보와 구조 정보, 뉴런 활동 측정이 망라됐다”고 설명했다.

뇌 이해하기 위해 2만4000개 뇌세포 탐색
포유류의 대뇌피질은 인지기능을 제어하는 주요 뇌 영역으로 간주되며, 인간의 대뇌피질이 다른 대부분의 포유동물보다 훨씬 크다.
많은 연구자들은 복잡하지만 규칙적으로 정돈된 뇌 영역의 구성을 이해하면 무엇이 포유류의 뇌를 특별하게 만드는지 혹은 우리 인간의 뇌가 어떻게 유니크하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앨런 연구소 연구원들은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많은 뇌 조직의 규칙들이 전체 영역에서도 유효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쥐 대뇌피질 나머지 영역의 ‘구성요소 목록(ingredients list)’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쥐의 대뇌피질에서 얻은 지식은 비교 연구를 통해 인체 대뇌피질을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
한 가지 세포 유형을 다른 것과 구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직 유전자 발현만이 포괄적으로 한번에 세포 한 개씩 수만 개의 세포들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조각퍼즐 전체 그림 보는 것 같아”
세포 유형 연구논문 제1저자이자 앨런 연구소 뇌과학부 분자유전학 부책임자인 보실카 타직(Bosiljka Tasic) 박사는 “단일세포에서 수많은 유전자 활성을 측정하는 것은 최근의 기술 발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우리는 유전자 발현뿐만 아니라 확인하고 정의하기가 가장 어려운 세포기능을 포함해 뇌세포의 다른 많은 속성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앨런 연구소는 지난 2016년 이번 연구와 유사하지만 규모가 작은 세포 유형 연구를 완성시켰었다. 당시 연구는 쥐의 뇌에 있는 시각처리 영역의 1600개 세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연구는 이전 연구에서 대상 세포 수를 거의 15배로 늘리고 대뇌피질의 두 번째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연구팀을 이를 통해 더 포괄적이고 정교한 세포 유형 카탈로그를 생성했다.
쩡 박사는 “다른 연구자들이 이전에 확인한 세포 유형뿐만 아니라 이번 자료에 있는 수많은 새로운 세포 유형을 볼 때는 정말 흥미롭다”며, “마치 퍼즐의 모든 조각들을 한데 모아 살펴보다 불현듯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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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1-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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